34년 전 힘만 넘쳤던 초보 시절. 고향의 한 초등학교에 테니스부가 있었다. 당시 나는 이른 시간에 코트에 나와서 코치 선생님의 지도 아래 어린 학생들의 강도 높은 훈련을 보면서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될까 싶어 귀담아 듣기도 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묻기도 하고 그랬다. 공은 못 치지만 일찍 나와서 코트 정리하고 혼자서 뭐라도 해보려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던지 한 학생과 연습 랠리를 하라고 해 준다.
“댕큐베리마치~!”
‘아무리 선수라지만, 초등학교 여학생인데….’라고 생각했는데
팡-팡-팡!
스트로크 랠리를 주고받는데 돌덩이처럼 날아오는 어린 선수의 파워에 밀려 리턴하는 내 볼의 거리가 점점 짧아진다. 어린 선수라고 얕봤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혼자 바빠 허둥대는 모습이란.
‘아…!’
‘내가 용만 쓰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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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
네트 플레이와 발리에 능수능란한 상대를 만난다. 네트 앞 전위에게 포핸드 강타를 보냈는데 발리로 응수를 하면 ‘엇… 한 번 더~’ 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그곳으로 강타를 날린다.
파앙-!
상대가 두 번 내지 세 번 정도 받아내면 벽과 상대하는 느낌이 들면서 다음 샷에 대해서는 순간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하나는 강공이고 다른 하나는 우회다. 그리고 샷은 포핸드 플랫 강타뿐만 아니라 연타도 있고 로브도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해서 어떻게 쳐야 하나? 통하지도 않는 상대에게 고집을 세워 오기로 때리는 샷은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가지 볼도 예리하지가 않다. 전위가 강하면 피해가는 방법도 있는데 확률이 적은 쪽으로 계속 승부를 거는 것은 파트너와 게임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개인 이기심의 발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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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교자부론어리(驕恣不論於理) 교만하고 방자한 자세로 건강에 대해 논하는 것,
둘째, 경신중재(輕身重財) 몸을 경시하고 재물을 중히 여기는 것,
셋째, 의식불능적(衣食不能適) 의복과 음식을 함부로 하는 것,
넷째, 음양병 장기부정(陰陽幷 臟氣不定) 음양과 장기가 일정하지 못한 것,
다섯째, 형리불능복약(形羸不能服藥) 몸이 극히 수척하여 약을 먹지 못하는 것,
여섯째, 신무불신의(信巫不信醫) 무당을 믿고 의사를 믿지 않는 것.
테니스장에서 잘 고쳐지지 않는 불치병은 무엇이고, 그 병은 정녕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
첫째, 서비스 풋폴트.
둘째, in-out 라인 시비.
셋째, 스코어 오류 시비.
넷째, 파트너의 잔소리.
죽은 이도 살리는 명의 편작이 말하는 육불치(六不治)는 개인의 해당 사항이고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이 감당을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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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서브 후 네트로 대시를 해야 하는데 순간 주저거리다가 전진하지도 못하고 다시 베이스라인 근처에서 긴 스트로크만 날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처리하기가 어려운 곳으로 볼이 오면 가장 안전하게 보내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이다.
결국, 연습했던 대로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에러에 대한 부담으로 마음의 구애를 받는 연습과 실전의 차이가 아닌가 한다. 복식 경기의 특성상 의식되는 파트너와의 관계, 고비에서의 위기관리 등 상수 하수 어느 누구든 중요한 시점에 봉착하면 에러에 대한 앞선 염려 때문에 공격과 수비에 필요한 어떤 샷에서든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내가 연습하고 익힌 기술들을 실전에서 써먹지 못하면 무용지물! 내 실력은 거기까지고 이것이야말로 테니스의 장롱면허 소지자가 아니겠는가? 장롱면허 탈출, 파트너와 함께 뛰는 복식경기에서 샷 하나하나가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므로 볼을 아껴야 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아 시도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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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센터가 약점인 이유
- 양 사이드에 빈 공간이 생긴다.
- 상대의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흐트러뜨릴 수가 있다.
- 센터에서 처리하는 샷은 각도를 만들기가 어렵고 패싱도 어려워진다.
- 네트의 가장 낮은 곳을 통과하기 때문에 공격하기 위한 준비 샷으로 가장 안전하다.
2. 센터로 볼이 오면 두 사람 중 우선권은 앞에 있는 사람에게 있다.
3. 전위에 있는 하수는 센터 쪽으로 볼이 오면 본인이 하수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4. 센터로 온 볼은 원칙적으로 볼이 날아온 곳에 있는 사람이 처리한다.
네트 앞에 발리 자세를 하고 서 있는 상대 팀 센터를 공략하면 상대의 수비에 의해 막힐 때가 많지만, 때로는 상대의 라켓끼리 부딪치게 만들기도 하고, 때때로 그냥 통과도 되니 참으로 효과적인 공격 방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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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에 여기저기 솟아나는 어린 죽순처럼 비가 그치자 테니스 생각이 온 마음 가득하다. 평소에 비가 오면 그런대로 좋다만, 운동을 할 수 있는 주말이나 휴일에 비가 오면 마음이 급격히 우울해진다.
雨雨雨…
하늘을 쳐다본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그칠 듯한 조짐이 보이면 여기서만 멈춰준다면? 하는 일말의 기대와 운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마음이 곧바로 환해진다. 비 개인 후 바쁜 마음 빠른 몸으로 잽싸게 테니스장으로 나와서 서서히 물을 흡수한 다음, 뽀송한 흙과 모래를 뿌린 다음에 솔질하고 하얀 소금으로 속살 보일 듯 살짝 덮어주면 첫눈 밟는 기분이 되어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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