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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란 봄

너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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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148*210*30mm
ISBN13 9791141909284
ISBN10 1141909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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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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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는 계절을 지금 살아가는 너에게 말하고 싶다. 너란 봄은 씨앗이고 새싹이다. 아마도 앞으로 찾아올 긴 여름 동안 생명 가득 담은 너란 봄은 새로운 누군가의 봄을 응원하는 가을이 되어주겠지. 그런 너의 봄을 응원한다. 그리고 소망한다. 나란 가을이 너의 봄이 여름을 준비하는 동안 잠깐의 휴식이 될 수 있기를. 너란 봄이 맞이할 여름이 찬란하고 아름답기를, 행복한 계절이 되기를 말이다.
---「너란 봄」중에서

그 옛날 소아병동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이 있던 것처럼,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았기에 나중에 감당할 고통을 모두 감내해보리라 마음먹은 것이다. 적당하게 편하고, 예상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편안한 일생을 살아가리라 다짐한 나였지만, 어떤 일은 피할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다. 그 옛날 불러나갔던 소개팅 자리처럼, 내가 선택한 이 길에서 내 소임을 다하면 멈춰서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노을 지는 언덕을 보며 그리움이 저물 때까지 그 풍경을 감상할 것이다. 일생일대 한번뿐인 용기있는 스스로의 선택을 칭찬하면서.
---「Memento mori」중에서

마음속에 양초 하나 성냥 하나 챙겨두면 좋겠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서로의 양초와 성냥이 되어줄 수 있을테니. 어둠 속에서 어슴푸레한 빛이 채워지면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단지 각자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가장 어두운 순간 의지가 되는 빛은 아주 조금으로도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태양처럼 밝게 빛나지 않아도 어떠한가, 양초처럼 작은 빛으로도 충분히 따뜻하고 충만하게 삶을 채울 수 있을테니.
---「작은 빛」중에서

아이는 진중하고 사려 깊다. 여러 일을 겪으면서 남들보다 빨리 어른이 된 것 같다. 세상 모든 일에는 때가 있어서 빨리 어른이 된 아이가 마냥 대견하기만 하지는 않다. 걸음마를 처음 하는 날을 생각해보면 일찍 걷기 시작하는 것이 늘 좋은 일은 아니다. 두 다리의 힘이 충분하고 균형 감각을 갖추고 있어도 일어서서 걷기 위해 허리의 힘도, 목을 가누는 근육도 잘 갖춘 뒤에 천천히 걷기 시작해도 될 일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남들보다 많은 마음 상처가 아이를 빨리 어른이 되게 만든 것은 아닌가 해서 마음이 쓰인다. 기회가 있다면 어린 날 아껴주지 못했던 모든 순간을 그날로 돌아가서 하루하루 채워주고 싶다. 아이가 조금 더 천천히 어른이 되어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쩌면 아빠 마음에 드는 쓸데없는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걱정하는 마음에, 가끔 아이 힘든 모습이 느껴질 때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생각을 조금씩 글로 남겨보기 시작했다. 지금 아이와 비슷한 시기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경험했던 감정을 되살려보면서 어려운 시기마다 나는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나왔는지를 적어보기도 했다. 내가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순간을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아이가 들어줄지 모르지만, 그런 경험에서 내가 지나온 후회의 시간을 아이는 덜 겪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불행한 일을 덜 겪을수록 행복의 기회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바보 같은 마음이다. 아빠빠인 나는 한마디로 아이의 안온하고 평화로운 일상과 인생을 진심으로 바란다.

표지 이미지는 그래서 선택했다. 표지 이미지를 선택하는 동안 제일 처음 눈에 들어왔고, 그 뒤로 1173장의 다른 표지를 살펴보았지만 이보다 나은 것을 찾지 못했다. 아이는 밝고 따뜻한 조용한 산책을 좋아하는데, 표지의 밝은 이미지가 좋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이야기가 표지 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그려졌다.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이다.

내 상상 속에서 어느 날 아이는 길고 편안한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마침 동행할 수 있는 이와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어 평소 가보고 싶었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 둘째 날은 일요일인데, 숙소 주변에 사람이 적당히 있는, 그렇지만 너무 시끄럽지 않은 장터가 열린다. 그날은 햇볕이 참 따뜻하고 온화하게 내리는 날이었고, 평소 과일을 좋아하는 아이 눈길을 끄는 이국적인 과일이 판매대마다 가득하다. 숙소 앞에 열린 장터를 창문 밖으로 내려다보던 아이는 과일 향 가득한 장터에서 오늘의 먹거리를 구해보기로 한다. 계절에 잘 어울리는 흰색과 청색으로 차려입고 과일 담을 가방을 등에 메고 장터로 나온다. 창가에서 따뜻하게 머물던 햇살이 장터가 열린 거리에도 온화하고 기분 좋은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다. 햇살 사이로 조금씩 스쳐 가는 시원한 바람에 잠시 심호흡을 해본다. 봄 햇살의 부드러움과 과일 향이 섞인 기분 좋은 생각이 마음에 가득해진다.

장터에서 이름을 알지 못하는 과일 하나를 집어 들어본다. 달콤한 향기가 손에 가득 머무는 그 느낌이 참 좋다. 인심 좋은 과일가게 주인은 하나 맛보라고 손짓하는데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그 배려가 참 좋다.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이의 친절에 일요일 아침의 행복이 더해진다. 한 달 남은 여행 기간이 기대되는 일요일 아침 풍경이다.

표지를 보는 순간 아이의 이런 하루가 그려졌다. 표지는 아이의 뒷모습만 보이지만 웃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의 일생에 햇살 가득한 날이 많기를, 마음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이 주변에 함께 하기를, 안온한 삶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소소하고 평온한 행복의 순간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빠빠의 바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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