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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3쪽 | 148*210*20mm
ISBN13 9791198502872
ISBN10 1198502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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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부유하고 유명한 가문에서 고르신다면 엄 승상 댁의 손녀만 한 이가 없고, 현명한 처자를 원하신다면 신성 지방의 사 급사 댁 따님이 마땅할 것입니다.”
이에 유 소사가 말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부귀가 아니라 여인의 현명함이다. 신성 지방의 사 급사라면 내가 아는 한 분명 높은 이름과 곧은 절개로 이름이 난 바로 그분일 것이다. 그 집과 혼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으나 그 처자가 지혜로운지는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주 매파가 대답했다.
“쇤네의 사촌 동생이 바로 그 댁의 하녀입니다. 그 처자의 유모이기도 하지요. 사 급사의 장례 때 쇤네가 그 댁에 가서 직접 뵌 적이 있습니다. 그때 소저의 나이가 열셋이었는데도 벌써부터 얼굴에 온화하고 덕망이 넘치는 모습이 보였고, 그 자태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지요. 글공부도 깊고 글을 짓는 솜씨도 매우 뛰어나다고 들었습니다.”
유 소사의 누이인 두 부인이 이 말을 듣고 생각하다가 말했다.
“우화암의 여승 묘희는 이미 높은 도를 지녔고 사람 보는 식견도 갖춘 사람이지. 사오 년 전에 나에게 ‘신성현 사 급사 댁에 젊은 처자가 하나 있는데 국색입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주 매파가 본 것을 고려하면 사 급사 댁 딸은 반드시 연수의 좋은 배필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혼사는 인륜지대사이니 함부로 결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 pp.12-13

어느 늦은 봄 음력 삼월이었다. 온갖 꽃들이 정원에 만발했다. 꽃을 감상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계절은 없을 것 같았다. 마침 한림은 천자를 모시고 서원에서 열린 잔치에 참여하고 없었다. 사씨 부인은 홀로 책상에 기대어 조용히 서책을 읽고 있었다. 이때 하녀인 춘방이 부인에게 말했다.
“화원에 모란이 만개했습니다! 부인께서 꽃을 감상하신다면 꽃들도 즐거워할 것입니다.”
사씨 부인이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하녀 대여섯 명과 함께 화원의 정자 앞으로 갔다. 버드나무 빛이 난간에 드리워져 있었고 온갖 꽃향기가 그윽하게 옷자락에 배어 들어왔다. 화려하면서도 아늑하여 참으로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부인은 하녀에게 차를 끓이게 하고 교씨를 불러 함께 꽃을 즐기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홀연히 바람결을 타고 거문고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부인이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곡조가 수심이 가득하고 처량하였다. 진주가 옥쟁반에 구르는 듯하면서도 이슬에 젖은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 같기도 하였다. 부인은 마음이 심란해졌다. 부인이 거문고 소리를 듣다가 하녀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거문고 소리가 기이하구나. 누가 거문고를 타고 있느냐?”
“작은 마님의 솜씨입니다.”
부인이 말했다.
“전에는 내가 교씨 부인이 거문고 타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예전부터 저리 연주를 해왔느냐?”
“작은 마님은 항상 안채와 멀리 떨어진 백자당에 머물렀기에 큰 마님께서는 들으실 수 없으셨을 것입니다. 작은 마님은 거문고를 지극히 사랑하시어 한가한 때면 저리 연주를 하십니다. 우리들은 여러 번 들었습니다.”
사씨 부인이 말을 멈추고 다시 거문고 소리를 묵묵히 들어보았다. 얼마 후 거문고 소리가 그치고 이어서 가느다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당나라 때에 지어진 구절들이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조금 가볍다 싶기도 하고 청승맞다 싶기도 하였다. 부인이 다 들은 뒤에 머리를 숙여 생각에 잠겨 있다가 하녀인 춘방에게 말했다.
--- pp.43-44

납매가 설매에게 말했다.
“큰 마님의 장신구가 담긴 무슨 상자 같은 게 있나?”
“그런 상자가 방에 있긴 하지만 자물쇠가 달려 있어. 열쇠 꾸러미가 있긴 한데, 근데 어디에 쓰려고?”
“네가 꼭 쓸 곳까지 알 필요는 없잖아?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이나 하지 마. 만약 이 일이 누설되면 우린 죽은 목숨이야!”
“알았어! 큰돈을 받았으니 그 값은 해야겠지.”
설매가 열쇠로 상자를 열고 사씨 부인의 옥가락지를 훔쳤다. 그리고 그것을 교씨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것은 한림의 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가보입니다. 큰 마님이 가장 아끼는 물건이랍니다.”
교씨가 또다시 설매에게 귀한 선물을 선사했다.
교씨는 뛸 듯이 기뻤다. 바야흐로 동청과 일을 꾸미는 데 있어서 첫 단추가 잘 끼워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무렵 사씨 부인의 모친상 부고가 전해졌다. 부고를 전해 온 사씨 부인의 하인이 교씨에게 사씨 부인의 당부를 전했다.
‘초상을 주관하는 공자의 나이가 어리고 가까운 친척도 없으니, 부인이 손수 장례를 모두 치른 뒤에나 집으로 돌아갈 것 같다. 집안일을 특별히 부탁한다.’라는 내용이었다.
교씨는 사씨 부인의 이런 부탁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러면서 즉시 납매를 시켜 조문하게 한 뒤 곧바로 동청과 상의해 냉진을 한림이 있는 산동으로 보냈다.
--- pp.64-65

하루는 장주가 난간 근처에 누워 깊이 잠이 들어 있었다. 보고 지키는 사람은 없었다. 사씨 부인의 하녀들인 춘방과 설매가 화원을 거쳐 난간 아래를 지나가고 있었다.
납매가 이때다 싶어 두 사람이 멀리 가기를 기다렸다가 손으로 장주를 눌러 죽이고야 말았다.
납매가 설매에게 말했다.
“옥가락지 일이 발각되면 큰 마님이 반드시 너부터 죽일 거야!”
“그 얘기는 왜 꺼내? 지금도 떨려 죽겠는데.”
그러고는 납매가 설매에게 귓속말을 전한 후 말했다.
“하라는 대로만 하면 화를 면할뿐더러 큰 상도 받을 테니 명심해!”
장주의 유모가 돌아와 장주를 보니 장주는 얼굴에 난 일곱 개의 구멍에서 온통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다. 유모가 허둥지둥 교씨에게 알렸다. 교씨가 통곡을 하며 넘어질 듯이 뛰어나왔다. 하지만 이미 어쩔 수 없었다.
교씨는 이 일이 동청이 저지른 짓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교씨의 슬픔은 동청을 떠올리자마자 곧바로 사라졌다. 이왕 엎질러진 물이었다.
교씨는 한림에게 달려가 이 일을 알렸다. 한림은 대경실색하여 즉시 가보고는 너무도 황망하여 입 밖으로 한마디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러자 교씨가 가슴을 치며 대성통곡했다.
“이는 분명히 지난번 우리 모자를 저주한 사람이 한 짓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인들을 모두 심문해 주십시오!”
한림이 즉시 하인들을 불러 모았다. 온갖 형벌 기구를 갖추어 놓고 엄하게 심문하기 시작했다. 장주의 유모가 말했다.
“제가 공자와 난간에서 놀던 중 공자가 깊이 잠들었습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잠깐 나갔다 돌아오니 이런 변이 났습니다. 공자 곁을 떠난 죄는 만 번 죽더라도 아깝지 않으나 그 밖에는 하나도 모르는 일입니다.”
납매가 말했다.
“설매가 비록 저의 사촌이지만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우연히 춘방과 설매가 난간 아래에서 무슨 말을 주고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런 일이 생겼으니 두 사람에게 물어본다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pp.83-84

세 사람이 서로 붙잡고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파도가 솟구쳐 그 깊이를 알 수 없었다. 햇빛은 서글프고 사방에서 먹구름이 일어났다. 원숭이의 울음소리와 귀신의 통곡 소리 같은 괴이한 소리가 들려와 비통함을 돋우었다.
세 사람이 한바탕 크게 통곡하다가 부인이 숨이 막혀 정신을 잃었다. 두 사람이 구슬피 울부짖으면 부인을 부축하고 팔과 다리를 주물렀다.
부인이 정신이 혼미하여 어질어질한 사이에 한 줄기 향기가 코를 찔러왔다. 패와 옥 같은 소리 또한 쟁쟁히 귓가에 울렸다. 눈을 들어 바라보니 푸른 옷을 입은 여동이 눈앞에 서 있었다. 모습이 기이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했다.
여동이 부인을 향해 말했다.
“낭랑께서 찾으십니다.”
부인이 놀라 일어나 물었다.
“낭랑이 누구신가? 나를 알 리가 없는데 어찌 나를 찾으시는가?”
“가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부인이 여동을 따라 대숲을 지나 백여 걸음 가니 화려한 궁궐에 높다란 대문이 나타났다. 마치 왕이 거처하는 곳 같았다. 연이은 세 겹의 문을 들어가니 높은 전각이 구름 끝까지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기와는 유리로 되어 있었고 계단은 백옥이었다. 화려하면서도 엄숙하니 실로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했다.
여동이 말했다.
“모임이 끝나지 않았으니 부인께서는 잠시 여기 계십시오.”
부인이 내전의 문틈으로 엿보니 건물이 매우 깊고 웅장했으며 뜰은 넓고 컸다. 깃발과 도끼 모양으로 만들어 권력과 권위를 상징하는 물건들이 좌우에 벌려져 있었다. 각종 악기들 또한 장엄하게 펼쳐져 있었다. 선녀 같은 여인들 수백 명의 노래와 연주 소리가 들려오니 마음이 화평해지고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었다.
시녀들이 백여 명의 부인들을 인도해 섬돌 아래에 서게 했다. 모두 별 같은 관과 달 같은 패옥에 복색도 다양하여 가히 찬란하다 할만했다.
--- pp.11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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