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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아들입니다

저스트YA-11이동
탁경은 | 책폴 | 2024년 10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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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50g | 140*205*12mm
ISBN13 9791193162330
ISBN10 119316233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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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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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기다려.”
그러고는 아빠는 빠르게 멀어졌다. 싸락눈이 흩뿌리기 시작했다. 추웠다. 점처럼 작아지는 아빠 뒷모습이 우재의 가슴을 간질였지만 우재는 믿었다. 아빠는 금방 돌아올 거라고 확신했다. 아빠는 약속을 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사람이니까.
--- pp.18-19

아빠는 사람을 여러 명 죽였다.
“그 새끼는 사람이 아니야. 악마야.”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런 말을 들은 날이면 희철은 어김없이 잠을 설쳤다. 뒤척이는 희철의 머릿속을 사로잡은 문장은 단 하나였다. 그렇다면, 나도 악마인 걸까? 알고 싶었다. 아니, 반드시 알아야만 했다.
--- pp.23-24

“아빠 보러 구치소 가고 싶지 않아?”
구치소라는 단어에 우재의 몸은 얼음 상태가 되어 버렸다.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책자를 주워 다시 우재 곁으로 다가왔다.
“나야 그 새끼 꼴도 보기 싫지만 넌 다를 수도 있으니까.”
남자가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우재의 팔과 옆구리 사이에 책자를 쓱 끼웠다.
“네 얘기 대충 들었어. 엄마 건강이 나빠지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여기로 연락하래. 괜히 센 척하다가 나처럼 돌아가지 말고 직진하라고.”
우재가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깡마른 남자의 귀에 외로이 걸려 있는 십자가 귀고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남자는 신을 믿는 걸까? 세상에 신이 있기는 할까? 신이 있다면 엄마와 자기한테 이런 엿같은 일을 주는 이유가 뭘까?
“참, 지금 내 이름은 희철. 나중에 바꿀 수도 있어서.”
--- p..66

대체 언제까지 이 짓거리를 견뎌야 하는 걸까. 아빠는 사형을 언도받았지만 사형은 집행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죽는 순간까지 언제 달려들지 모르는 증오의 마음을 받아 주면서 살아야 한단 말인가.
“그 인간이 죽기를 가장 바라는 사람은 나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싶었지만 희철의 목소리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피식거렸다.
--- p.81

아빠의 범죄로 우재의 세계는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옆 반인 3반에서 누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그러자 3반 담임이자 수학샘이 교무실로 우재를 호출했다.
“야, 김우재. 네가 훔쳤어?”
뒷짐을 진 우재의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평소 수학을 잘하는 우재를 특별히 아끼던 샘이었다. 담임이 다가와 아무 증거도 없이 이러면 곤란하다고 말하며 우재 편을 들어 줬지만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 p.89

이조식. 그리고 이조식 아들 이희철. 희철을 떠올리자 우재는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졌다. 희철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했다. 희철을 열받게 하려고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였다. 누구라도 좋으니 자기 인생을 끝장내 줬으면 하는 은밀한 마음이 희철을 도발하게 이끌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희철을 이용한 셈이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보윤 샘을 만났다. 간단히 김밥을 사 먹고 버스에 올랐다. 거창은 생각보다 멀었다. 아빠가 있는 곳이 가까워질수록 우재의 심장은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아빠를 보고 싶다는 마음과 아빠에게 가장 상처 되는 말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다.
--- p.124

희철은 가슴 밑바닥부터 차오르는 작은 기쁨을 느꼈다. 아직은 더 살고 싶었다. 잘 사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잘 살고 싶었
고 살아 있다는 느낌을 온전히 즐기고 싶었다. 그 마음은 결코 가짜가 아니었다.
--- pp.139-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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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철과 우재를 통해 희망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려고 애쓰는 사람의 것임을 깨닫는다. 그들의 공통분모는 희망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그리고 스산한 삶에서 온기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소설 『살인자의 아들입니다』는 묻는다. ‘우리’라는 원은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 거냐고. 나는 이제야 ‘원’ 안의 당신이 보인다고 부끄럽게 고백한다. 그리고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말해 주고 싶다. ‘어디에 있든, 누구의 자식이든 ‘나’로 살아갈 수 있어요. 그건 우리의 권리예요. 우리에겐 당연히, 그냥 살아가고 사랑할 자유가 있어요.’
- 수미 (에세이스트, 『애매한 재능』 『나를 구하는 여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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