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나만 상대를 위하는 것 같아 생긴 서운함을 하소연하기 전에, 나의 우선순위를 먼저 점검해 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상대에게 말로 정확하게 전달하고, 요구해보세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라는 미덕을 실천하느라 정작 상대에게 나를 우선시할 기회를 주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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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장 내 마음이 불편하니, 얼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조급함 때문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투태세로 돌입합니다. 하지만 대화는 상호 작용이기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상대의 컨디션도 함께 살펴, 이야기를 나눌 최적의 시간을 조율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업이나 일에 치여 피곤하고 예민해진 상대에게 섭섭한 점을 이야기하면 상대가 더욱 날카롭게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공공장소나 지인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우발적으로 다투면 상대가 당혹감과 수치감을 느끼게 해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기 어렵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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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우리가 애정하는 타인을 내 기대와 기준에 맞춰 변화시키고 싶어할까요? 이는 우리가 타인을 변화시키는 행위를 상대를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이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더 엄한 잣대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가 좋은 예입니다. 자녀의 행동을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교정해줌으로써 자녀의 미래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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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도 자신의 책임으로 느끼고, 이를 해결하는 데 몰두하며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합니다. 상사의 기분이 나빠 보이면 혹시 내가 실수한 것이 없는지 점검하느라 바쁘고, 헤어지고 싶은데 상대가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 관계를 유지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누구도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책임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의 감정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며, 그 감정을 느끼고 처리하는 모든 것 역시 자기 자신의 책임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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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삶의 문제는 누구도 대신 해결해줄 수 없다는 진리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소중한 사람이 힘들 때 우리가 떠안아도 괜찮은 책임은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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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랫동안 친밀하게 지냈던 사람들과 멀어질 때 큰 소외감을 느끼고, 그럴수록 관계를 사수하려 애씁니다.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아까워 불편한 마음을 나홀로 감수하려 합니다. 하지만 소외감에서 해방되고 싶다면, 내가 왜 거부당하고 있는지, 어떻게 다시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멈춰야 합니다. 그리고 기존 관계를 재평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소외감은 ‘더 이상 이 관계는 나에게 맞지 않다’는 신호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세요. 그 신호를 나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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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서의 다툼을 승패만 존재하는 이분법적 싸움으로 여기는 태도를 경계해야 합니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 상대를 이기고 싶은 욕심이 커지면, 우리는 비겁하게도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찾아 공격하게 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의 한계와 취약점을 더 많이 아는 만큼 그 취약점이 갈등의 단골 주제로 등장해 서로에게 더 깊은 상처를 주게 되지요.
--- p.213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거나, 배가 고프거나, 일이 많아 피로가 쌓이면 사람은 예민해집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날 선 반응을 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가족, 친구, 애인을 챙기느라 나는 뒷전이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을 때도 부쩍 짜증이 많아집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내가 왜 짜증이 날까?’라는 고민의 답을 단순히 타인에게서만 찾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짜증 나게 한 것이라고 문제를 끝맺어 버리기 일쑤이지요. 사실은 내 몸이 무척 피곤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 시작된 짜증인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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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시간을 갖는 일로 미안해하지 마세요.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도 모든 순간 함께 머무르며 상대를 위해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육아하는 부모에게도, 환자의 보호자에게도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는 결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애인이나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각자의 취미 활동과 휴식을 통해 충전한 에너지로 서로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스스로가 소진된 느낌이 들 때, 잠시 관계를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결코 미안해할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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