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스트의 기술은 사적인 짧은 토론을 통해 상대를 모순으로 몰아넣어서 논파하는 기술이다. 그들은 자신이 사실은 진리를 알지 못함을 알면서도 자신이 지식인인 듯이 꾸며대 젊은이들을 속이고 보수를 받는 자들이다.” 소피스트들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정의지만, 이 플라톤의 정의는 널리 정착되었고 소피스트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결정했다. 그 뒤로 소피스트라는 말은 지식인을 비난하기 위한 꼬리표로 사용되고 있다.
--- 「철학자들의 손에 매장당한 지의 거인들」 중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그 생각의 모순을 말로 표현하고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인간은 자신의 잘못보다 타인의 잘못을 더 쉽게 깨닫기 마련이다. 바로 여기에 대화가 철학(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의 방법이 되는 필연성이 있다. 소크라테스에게 철학은 학자가 서재에 틀어박혀서 생각에 잠기는 고독한 활동이 아니라 지와 삶의 자세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공공적인 활동이었다.
--- 「철학자란 사형을 각오하고 대화하는 사람」 중에서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온갖 괴로움을 제거하는 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의 제거를 통해 조용한 편안함을 실현한다. 그것이 ‘마음의 평온’이며, 그는 몸소 그것을 구현했다. 역사상 가장 비난받은 철학자는 가장 청렴결백하고 온화한 삶을 산 인물이었다. 에피쿠로스를 비난한 사람들은 과연 에피쿠로스보다 훌륭한 삶을 살았을까?
--- 「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미움받는 철학자」 중에서
예수를 신의 아들로 믿은 제자들은 예수의 가르침을 신의 진리로서 정리했다. 신약성경의 탄생이다. 그리고 여기에 그리스에서 유래한 철학을 가미해 이성(논증)을 통해서 신의 진리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이것이 중세 철학이다. 철학은 성경의 말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었으며, 그와 동시에 신앙과 이성의 조화와 모순이라는 문제도 생겨났다.
--- 「“가난한 자는 행복하다.” 그것이 현실이 되어야 한다」 중에서
오리게네스는 로마 제국이 크리스트교를 박해하던 시대를 살았다. 낮에는 크리스트교 전도사로서 사람들에게 신앙을 가르쳤고, 밤에는 성경을 연구했다. 또한 자발적으로 금욕 생활을 해서, 늘 얇은 옷을 입고 종종 단식을 하는 등 매우 고결한 인물이었다. 더욱 놀라운 일화가 거세다. 오리게네스는 남녀 모두에게 차별 없이 신앙 교육을 하기 위해 불필요한 의심을 사지 않도록 자신의 의지로 거세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 「차별 없는 교육을 위해 거세를 한 진짜 철학자」 중에서
베르나르는 세속적이고 천한 감각일 터인 미각을 굉장히 중시해, “지혜를 맛본다.” 같은 표현도 사용했다. 이것은 크리스트교의 중요한 의식인 성찬식과의 관계를 통해서 고찰해야 할 것이다. 성찬식에서는 빵을 예수 그리스도의 살로, 포도주를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삼는다(실체변화). 즉 성찬식에서 미각은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와 일체화할 수 있는 감각으로 간주된다.
--- 「아벨라르의 사회적 말살을 꾀했던 수도원장」 중에서
눈에는 투명한 부분이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이 색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에 색이 있으면 색안경을 통해서 색을 바라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코에 냄새가 있으면?’, ‘혀에 맛이 있으면?’이라고 생각해 보기 바란다. 요컨대 ‘편향이 있으면 사물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지성에는 신체로 인한 편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부분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능동 지성이다.
--- 「이슬람 철학에서 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역습」 중에서
이성적·능동적이라는 말은 보통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게다가 종종 남성에게 귀속된다. 이에 대한 비판으로 페미니즘도 등장했다. 그러나 ‘신의 수용’이라는 신비주의의 문맥에서는 오히려 남성적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 이성이나 자립성, 공공성 같은 속성 혹은 능력이 반대로 신의 수용을 방해하는 약점·결함이 된다는 통찰을 제시한 인물이 힐데가르트다.
--- 「그리스와는 조금 다른 크리스트교의 신비주의」 중에서
왜 인간의 자유가 문제가 되느냐 하면, 인간은 자연 존재면서도 자연 속에서 얌전히 살지 못하는 과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연에 간섭하고, 자연을 파괴하며, 자연을 초월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요컨대 인간은 자연계의 이물(異物) 같은 존재이며, 자연환경에 조화롭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 말하자면 인간은 자연계에 있어 외래종 같은 존재로, 본래의 생태계에 적응하면서도 그것을 변용시키고 때로는 파괴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심오하다는 평가를 받는 철학자」 중에서
변증법은 말하자면 체조다. 체조를 통해서 자기 몸의 구조에 관해 조금씩 이해해 나가는 이미지다. 구조를 몰랐어도 몸을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몸은 그 구조를 전제로 움직인다. 또한 구조를 알면 가동역도 넓어지며 더욱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이미 전제가 되고 있었던 것을 발견해 자각하는 것이 바로 변증법이라는 사고의 체조다.
--- 「단순한 잡학을 뛰어넘은, 역사를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 주다」 중에서
의지란 개인의 힘으로는 저항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힘을 지닌 것이다. 나의 내부에 있지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의지다. 이 정도의 거대한 힘을 지닌 의지가 인간의 소유물이라는 시시한 위치에 머물 리가 없다. 오히려 의지 자체가 주체이며 개개인의 자아나 의식 등은 의지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니체는 생각했다. 즉 니체는 인간과 의지의 관계를 역전시켜서 의지를 주체에, 인간을 객체에 위치시켰다.
--- 「수많은 명언의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는 하나의 철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