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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5 : 안녕 기차역

특서 청소년 문학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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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40*205*20mm
ISBN13 9791167031389
ISBN10 116703138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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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보이스피싱이지? 밥은 먹고 다니냐? 인생 그따위로 살지 마. 쓰레기보다 못한 인간.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냈다. 대답이 없었다. 나는 미리에게 문자 보내는 것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모든 걸 잃은 듯했다. 나는 삼 일을 죽을 듯 아팠고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그날로 돌아가서 당신의 선택을 바꿀 수 있어요. 보이스피싱 아니에요, 믿어도 됩니다.
다시 문자가 온 건 일주일 뒤였다. 보이스피싱 중에 나는 보이스피싱이라고 고백하는 인간은 없을 거다.
-나, 돈 없어요.
-보이스피싱 아니라니까요.
달호와 나는 그렇게 거래를 시작했다. 달호는 불사조를 꿈꾸는 구미호라고 했다. 사람의 시간 천 일을 먹으면 불사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딱 하루를 내게 주는 거예요. 수십 년, 길게는 백 년 정도 살면서 그깟 하루 없어진다고 큰일은 나지 않겠지요? 절대 손해 보는 거래는 아니에요. 손해는커녕 나를 만난 걸 행운으로 여겨야지요.
--- pp.6-7

“강시연. 딱 한 번만 내가 시키는 대로 하란 말이야. 너랑 나는 이미 같은 배를 탔어. 배에서 내리려면 내 허락을 받아야 해. 그건 알고 있지?”
이온이는 같은 배를 탔다는 저 말을 입만 벌리면 하고 있다. 같은 배를 탔다는 건 어떤 운명의 테두리 안에 같이 갇혔다는 말이다. 나는 싫다. 어떤 아이인지도 정확히 모르는 이온이와 그렇게 엮이는 거.
“그래도 뭘 시킬 건지 말해주어야 약속을 하지.”
“오호. 강시연. 오늘 좀 용감하다. 좋았어, 뭐 하고 싶은 말은 해야지.”
미리가 말하는 순간 이온이가 미리를 쏘아봤다. 미리는 얼른 이온이 눈을 피했다.
“그날 네가 나를 봤고 너랑 나랑 눈이 마주쳤어. 그리고 너는 알아버렸잖아? 내 비밀을. 내 비밀을 알아버렸으니까 내가 시키는 일을 해야 해.”
순전히 이온이의 억지였다. 나는 이온이와 눈이 마주쳤지만 이온이에게 아무 관심도 없었다. 이온이가 뭘 하고 있었는지, 뭘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 p.36

이온이는 유재 휴대폰에서 뭔가를 찾더니 집중했다. 미리가 슬그머니 유재 휴대폰으로 눈을 돌렸다.
“회장단 채팅방이네?”
미리가 중얼거렸다. 이온이는 한참을 더 집중하더니 채팅방에 뭔가를 썼다.
“어어어, 그래도 돼? 그러면 유재가 보낸 톡이 되는 건데?”
미리가 놀라서 물었다.
“자.”
이온이는 미리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유재 휴대폰을 내게 내밀었다.
“도로 돌려줘. 내일 유재 가방에 넣든 아니면 지금 교실 어디에 던지고 오든.”
이온이는 내 손에 유재 휴대폰을 쥐여주고는 음악실에서 나갔다.
내일까지 기다렸다가 유재 가방에 넣는 것은 위험하다. 나는 오늘 당장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음악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나왔다.
교실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내 사물함으로 가서 뭔가를 찾는 척하며 유재 사물함을 바라봤다. 오늘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유재 사물함 위치를 봐두었다. 나는 유재 사물함에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내려와 현관을 나설 때까지 정신이 없었다. 교문을 나서고 나서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마치 악몽을 꾼 거 같았다. 나는 길 한쪽으로 비켜서서 분식집 담벼락에 몸을 기댔다. 악몽이라도 좋다. 몇 시간 동안 시달리는 악몽이라도 좋다. 내가 한 짓이 꿈속에서 한 짓이었으면 좋겠다.
--- p.58

문제의 화요일, 학교 내 CCTV 확인.
게시판에 이렇게 쓰인 종이 한 장이 붙었다.
“동주가 붙인 거네. 본격적으로 범인 잡기에 돌입했구나. 그렇지, 우리나라가 CCTV의 왕국이라고 하잖아? CCTV만큼 확실한 건 없지. 최고의 증인이고 증거야. 학교에서 순순히 자료를 내준 걸 보면 학교에서도 유재의 행방을 모르고 있는 게 확실하네.”
“하지만 교실에는 CCTV가 없다는 게 함정 아니냐?”
“에이, 다른 곳에 있는 CCTV를 시간대별로 추적하고 추리해 보면 뭔가 나올 거야. 결론은 동주가 범인이 아니라는 거. 진짜 범인이라면 이러지는 않을 거야.”
아이들은 곧 범인이 잡힐 거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문제라고 했다.
나는 내가 CCTV 화면에 잡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상상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그 모습이 떠올랐다. 교실에는 CCTV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유재 가방을 뒤지는 장면도 클로즈업되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나는 지옥이라는 게 어떤 건지 알 수 있었다. 아주 예전에 권선징악에 대한 전래동화를 읽고 그 안에서 한두 번 만나봤던 지옥이라는 곳! 살면서 나쁜 짓을 하면 죽어서 지옥에 가고, 지옥에는 불구덩이와 펄펄 끓는 기름 솥과 뱀들이 우글대는 곳이 있다고 했다. 직접 그런 곳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 고통과 통증과 공포가 느껴졌다.
--- pp.127-128

“미리야.”
나는 미리 손목을 잡고 미리를 똑바로 바라봤다. 미리도 내 눈을 바라봤다.
“미리야.”
“얘가 왜 이렇게 심각해? 불렀으면 말을 해, 말을.”
“미리야. 나는, 나는 절대, 절대 이 손목 놓치고 싶지 않아.”
나는 쏟아지려는 눈물을 겨우 참았다.
“이 손목을 계속 잡고 있고 싶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교에 가고 어른이 되고 할머니가 되고 죽을 때까지.”
그러니까 너는 죽으면 안 돼! 이 말이 튀어나오려고 했다.
“뭐? 크크크, 이거 고백이니? 으으으, 우정 맞는 거지? 너, 다른 뜻 아닌 거지?”
미리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나는 알바 친구만 있어. 나도 진짜 친구 한 명 있으면 엄청 좋지. 그래, 강시연. 내 손목 꼭 잡아. 내가 너 혼자 다 뒤집어쓰는 일, 절대 없게 할 테니까. 우리 친구하자.”
--- p.183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미리가 세상을 떠난 후, 그리움에 미리 휴대폰 번호로 문자를 보내던 시연이는 이른 첫눈이 내리던 날 답장을 받는다. 「혹시 당신의 선택 중에 되돌리고 싶은 게 있나요? 당신이 선택했던 그날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불사조를 꿈꾸는 구미호 ‘달호’는 시연의 하루를 가져가는 대가로 가장 후회되는 선택을 한 날로 시연을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해온다. 고민 끝에 시연은 미리를 보낸 후 수십 번씩 후회했던 4월 28일로 돌아간다.

과거 어느 날, 시연은 이온이의 압박으로 유재의 휴대폰을 훔쳐 이온이에게 전달한다. 이온이는 유재의 휴대폰으로 회장단 단톡방에 무언가를 보낸 뒤, 시연에게 다시 유재의 휴대폰을 가져다 두라고 시킨다. 며칠이 지난 뒤, 학교 회장단이 발칵 뒤집어진다. 시연은 일이 커질수록 자신이 유재의 휴대폰을 훔쳤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한다. 이온이와 유재는 사귀는 사이라고 들었는데, 대체 왜 그런 일을 벌인 걸까? 이 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된 동주가 범인을 찾겠다며 이를 갈고, 점점 숨통을 조여오는 압박에 시연은 매일 불안에 떨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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