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지금부터 정말 재미있는 연구를 보여 드리죠, 윈디뱅크 씨. 나는 조만간에 타자기와 범죄의 관계를 다룬 짧은 논문을 써볼까 생각 중입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예전부터 약간 관심을 갖고 있었거든요. 여기에 행방불명된 호스머 엔젤 씨가 보낸 편지가 네 통 있습니다. 전부 타자기로 작성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편지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 e’가 약간 흐릿하고 ‘ r’은 끝부분이 조금씩 찍혀 있지 않아요.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내 돋보기로 자세히 살펴보면 아실 테지만, 조금 전 당신의 편지에 나타났던 14가지 특징도 전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윈디뱅크 씨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모자를 집어들었다. “홈즈 선생,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듣기 위해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그 호스머라는 녀석을 잡을 수 있다면 잡아 보시죠. 그리고 잡고 난 뒤 제게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p. 113
“나는 셜록 홈즈요.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이 내 직업입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실 겁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 거위의 행방을 찾고 있죠. 브릭스턴의 옥숏 부인이 브레킨리지라는 가게에 판 그 거위 말입니다. 하지만 그 거위는 이미 알파 술집의 윈디게이트에게, 그리고 다시 거위 클럽에게 넘어갔습니다. 결국 그 거위는 클럽 회원인 헨리 베이커 씨의 손에 넘어갔죠.” “아아, 홈즈 선생님, 제가 지금까지 찾고 있던 사람을 바로 여기서 만나는군요.” 남자는 두 팔을 벌리고 외쳤다. 그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거위의 행방이 제게는 얼마나 중요한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p. 256
3권 줄거리 : ‘아이린 애들러’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로 유명한 〈보헤미아의 스캔들〉이 실린 단편집이다. 은행을 털기 위해 치밀한 계략을 꾸민 사람의 이야기인 〈빨강 머리 연맹〉 또한 유명하며, 〈입술 비뚤어진 남자〉에서는 경찰도 발견하지 못한 수수께끼같은 남자를 주목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홈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탄생한 지 100여 년이 넘도록 전 세계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명탐정의 대명사, 셜록 홈즈. 그는 다양한 각도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수많은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셜록 홈즈》 시리즈의 작가는 잘 알려져 있듯이 영국의 아서 코난 도일 경이다. 그는 에든버러 대학에서 당대 최고의 법의학자였던 조셉 벨Joseph Bell 박사에게 의학 수업을 받았다. 벨 박사는 예리한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환자들의 직업과 습관 등을 알아맞혔고 이는 코난 도일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코난 도일은 자기만의 추리력을 갈고 닦아서 가축 살해범이라는 누명을 쓴 변호사 에달지에 대한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는 사건 현장의 특성과 증거를 수집했고, 피고인 에달지와 그의 주거 및 범행도구로 제시된 농기구 등을 냉철하고 명확하게 비교·분석했다. 그의 논리적이고 합당한 추론은 판사가 무죄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경찰관도 아니고 변호사도 아닌 일반 의사가 모든 사건에 다 개입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원칙적으로 의사는 병원을 지켜야 했기에 수사할 만한 여유도 없었다. 결국 코난 도일은 현실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고문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게 된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명탐정 ‘셜록 홈즈’는 그렇게 탄생했다. 객관적인 단서와 증거를 바탕으로 삼아 논리적으로 추론해 문제를 해결하는 셜록 홈즈의 방식은 프로파일링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누구든 평소에 이것을 익혀 두면 눈앞에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문제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좋은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셜록 홈즈》 시리즈에는 범죄 수사의 기본 원칙과 분석적인 태도는 물론이고, 논리적인 추리 방법을 널리 알리겠다는 코난 도일의 꿈도 함께 담겨 있다. 거짓과 범죄와 음모가 판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시대에도 정의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홈즈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가장 원작에 충실한 번역으로 평가받는 문예춘추사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짜릿한 재미를 맛보면서 현실의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표창원(前 경찰대 교수, 現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