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값을 매길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알려주게. 매일매일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하루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있거든 알려주게. 사실 죽음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는데, 우리는 죽음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일이라며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 그러니 루킬리우스여, 매 시간을 붙잡은 채 하겠다고 말한 일을 하게나. 이렇게 오늘을 꼭 붙들어야만 내일에 덜 기대도 될 것이라네. 계속 미루는 한, 삶은 서둘러 지나가 버린다네. ---「1장 세네카 _ 삶은 서둘러 지나간다」 중에서
책을 읽다 어려운 구절을 만나더라도, 나는 손톱을 씹어 가며 고민하지 않는다. 한두 번 공략하다 안 되면 그냥 내버려 둔다. 거기에 집착하면 방향을 잃고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처음 한두 번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은, 계속 물고 늘어져도 뾰족한 수가 나지 않는다. 나는 즐겁게 할 수 없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멈출 줄 모른 채 긴장의 연속인 시간을 보내면, 정신이 흐려지고 우울해지며 판단력까지 약해진다. 혼돈 속에 시야 또한 흐려진다. 이럴 때는 일단 물러났다가 다시 시작하는 편이 낫다. 광채 찬란한 주황색 옷감을 제대로 보려면, 몇 차례 전체를 훑어 눈에 익숙하게 만든 후, 여러 번에 걸쳐 다양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보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2장 몽테뉴 _ 물러났다 다시 시작하기」 중에서
우리가 깃들어 있는 이 거대한 틀에 마음이라 부를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느니, 나는 차라리 《황금 전설》이나 《탈무드》 《코란》에 나오는 모든 전설들을 믿겠다. 신은 무신론자를 설득하기 위하여 기적을 베풀지 않는다. 일상의 모든 일이 기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이 지루하다는 불평은 오만이다. 세상에 경이롭지 않은 것이 어디 하나라도 있을까? 일상 속에서 경이를 느끼는 순간, 우리 마음은 한층 풍요로워진다. ---「3장 베이컨 _ 일상의 모든 일이 기적이 될 수 있다」 중에서
나는 내 인생의 넓은 여백을 사랑한다. 여름날 아침이면 이따금씩, 평소 습관대로 몸을 씻은 후 볕이 잘 드는 문가에 앉아 새벽부터 오후까지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곤 했다. 새들만이 멀리서 지저귀거나 소리 없이 집 안을 넘나들 뿐, 소나무와 호두나무, 옻나무가 자라는 숲 한가운데에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고독과 정적이 가득했다. 그러다 해가 서쪽 창문을 비추거나 멀리서 큰 길을 달리는 여행자의 마차 소리가 들려오면, 그때서야 비로소 시간이 훌쩍 지났음을 깨닫곤 했다.
이런 계절이면, 나는 한밤의 옥수수처럼 무럭무럭 자랐다. 지금껏 어느 누구의 손이 만들어 준 일보다 훨씬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시간들은 내 인생에서 공제되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원래 내 몫에 얹힌 후한 덤 같은 것이었다. ---「4장 소로 _ 인생의 넓은 여백을 사랑하라」 중에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면, 제일 먼저 이런 생각을 한다. ‘남들이 뭐라고 할까?’ 인생에서 겪는 성가신 일이나 골치 아픈 문제의 거의 절반은 남의 생각을 염려하는 우리 마음에서 비롯된다. 더 늦기 전에 다음과 같은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하고도 실질적인 자아는 우리 피부 속에 있는 것이지, 절대 남의 의견 속에 있지 않다. 따라서 개인적인 생활의 실제 상태, 이를테면 건강, 성격, 능력, 수입, 아내, 아이, 친구, 집 같은 것들이 우리의 행복을 위해 훨씬 중요하다. 남들이 우리를 멋지다고 생각해 주는 것보다 수백 배는 더 중요하다.
---「5장 쇼펜하우어 _ 행복에 이르는 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