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깎고 입산해야만 출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출가한 후에도 머릿속은 저잣거리의 생각들로 들끓고 있는 수행자가 많습니다. 그런 승려를 출가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반대로 저잣거리에 있으면서도 가슴에 청산을 품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참된 출가자가 아니겠습니까.” “정말 가슴에 청산을 품고 살 수 있다는 말입니까.”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가야산보다 고 선생과 내 가슴속에는 더 깊은 청산이 있습니다. 내 말을 이해하시겠습니까.” “아, 그럴 법도 하군요.” “사람들은 착각을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보려고 합니다. 허나 눈 속의 눈으로 보면 더 그윽한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우주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체유심조가 바로 그것입니다.” 순간, 고명인은 전광석화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무엇을 느꼈다. 그렇다면 찾으려던 법안의 옹달샘도 마음속에 있다는 말이었다. ---p.145
원리遠離는 출가의 근본정신입니다. 출가한 사람은 세속의 모든 것을 떠나야 합니다. 세속의 명예나 행복은 말할 것도 없고 혈육의 정마저도 멀리 떠나야 합니다. 모름지기 참된 중노릇은 세속적인 애착을 완전히 벗어버리지 않으면 불가능할 뿐입니다.
출가는 멀리 떠나는 행이요 인욕은 안락의 길이며 자비는 세상을 벗어나는 마음이요 적정은 곧 열반의 길이다 出家是遠離行 忍辱是安樂道 慈悲是出世心 寂靜是涅槃道
밖으로는 세속의 모든 인연으로부터 멀리 떠나고, 안으로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 망상으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비록 멀리 떠나기가 쉽지는 않지만, 인욕하면 능히 편안한 안락도의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세속을 완전히 뛰어넘어 뭇 생명 있는 자에게 자비를 베풀고, 스스로의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열반의 경지에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연』이란 책자를 통하여 일타 스님을 다시 한 번 만나보면서 미소가 적은 자는 활짝 웃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이해와 용서가 부족한 사람은 아무리 분하고 억울하더라도 덕과 관용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제2의 일타 스님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혜인 스님(동곡 일타 스님 문도 대표)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은사스님께서 즐겨 쓰시던 문수 게송이 낭랑하게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스님의 삶은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이었습니다. 일타 큰스님의 일대기 『인연』이 그려내는 스님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우리 모두 환희심을 내는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혜국 스님(전국 선원수좌회 전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