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책을 어느 정도 읽었는지 솔직히 고백해보면, 나는 1년 동안 다섯 손가락을 다 구부리지 못할 정도의 독서량을 자랑하는 독서 초보 중에서도 왕 초보였다. 그렇게 습관이 들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만 앞서 ‘변화’를 찾으려 하니 책 읽는 자체가 재미도 없고, 한 권의 책을 일주일이 지나도 다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에서는 업무가 바빠서 못 보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TV가 말썽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드라마도 재미있어지니 책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늦은 밤 침대에 누워서 읽어볼까 하면 어느새 잠들어버렸고, 처음 책을 읽어보겠다는 떨림과는 다르게 나는 자꾸 책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 〈한 권의 책, 한 사람의 인생〉15p 중에서
“아빠, 제가 가벼워진 기분이에요”라고 딸아이가 말한다. 신기하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도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 라디오를 듣다 보면 다른 채널을 돌려놓아도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곳에서 고정된다. TV에 빼앗겼던 시간을 되찾고 나서 가정에 대화도 많아졌다.
TV가 없는 공간은 그야말로 책읽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뿐만 아니라 책 읽는 속도에도 가속이 붙는다. 조용한 공간에서 온 식구가 독서를 하고 있을 때도 있다. 집안에 기적 같은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한 달 정도 지나자 집안 분위기가 안정되어 가고, 언제 TV가 있었는지 잊어버리게 되었다.
- 〈TV와의 세 번의 싸움〉46p 중에서
식구들 성격에 따라 등산을 갈 때도 두 그룹으로 나뉜다. 등산화만 신으면 출발하는 아빠와 딸. 손수건, 모자, 휴지, 스카프, 썬크림…. 준비할 수 있는 건 모두 챙기는 꼼꼼한 엄마와 느림보 거북이 아들들.
300권 정도 읽으면 무언가 변화할 수 있는 완벽한 준비가 되겠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500권을 넘게 읽었어도 어느 하나 완벽한 것이 없다. 회사생활을 하며 긍정적인 부분이 많아지기는 했다. 책을 읽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좋지만 그밖의 것들은 딱히 어느 하나 완벽한 게 없다.
경제적으로 더 여유로워지지도 않았고, 꿈꾸는 일도 나아지지 않았다.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생각뿐이다.
완벽해지기 위해서는 준비가 얼마나 더 필요한 걸까? 아니, 완벽함을 추구하며 정작 ‘완벽함이란 존재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 〈준비병〉73~74p 중에서
책을 읽기 전보다 오히려 지금의 생활이 더 편하다. ‘왜, 그럴까’ 생각해본다. 책과 함께한 지 1년 반이 지나가며 생활에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일상이 단순해졌다는 점이다. 술자리도 거의 하지 않는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독서로 시간으로 채운다. 재미없을 것 같던 이 생활이 즐겁다. 다양한 분야의 세계를 알아가는 것이 행복하다. 퇴근길 막내 녀석 유치원 가는 길에 도서관이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 들르는 게 습관이 됐다.
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빼고는 모두 책과 만나는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불필요한 걸 덜어내니 맞벌이 생활에도 책을 읽을 수 있는 빈 공간이 많이 생긴다.
- 〈일주일 푹 쉬고 싶어요〉82p 중에서
처음 책을 접할 때 나의 고민은 외형적인 것에 치우치곤 했다. 하루에 몇 권 읽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두세 권 읽은 날은 뿌듯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무엇을 얻었나 생각하면 허탈할 때가 많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을 보는 것일까? 결국 책에서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보는 것이다. 얼마나 빨리 보고 얼마나 많이 볼 수 있는지, 그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책에서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따라 들어가 그가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가를 보는 것이다. 그 생각의 크기가 내 생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간극으로 인해 충돌이 날 때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것이다. 현재 수준으로 작은 계획은 달성할 수 있다.
- 〈의식혁명〉163p 중에서
평범했던 맞벌이 아빠로 살며 3년간 변화가 많았다. 그간의 경험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쓰게 됐다. 편지 한 통 쓰지 않던 사람이 책을 쓰겠다고 생각이 바뀐 건 내 안에 들어있던 잘못된 생각, 즉 ‘편견’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내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편견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그 단단하게 굳어져가는 편견의 덩어리를 과감하게 부숴버렸더니 그 공간에 변화가 자리하게 되었다. 회사에 독서문화를 만들어간 것도, 미래에 담보로 잡혀 있던 행복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나의 잘못된 편견을 파괴해버렸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책을 만나기 전에는 10년이라는 시간을 맞벌이 직장인으로 바쁘게만 살았다. 힘들 때는 동료들과 소주 한잔 마시며 ‘왜’ 삶이 바뀌지 않는지 푸념만 했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도 했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어제 같은 오늘을 보냈다. 하지만 책을 만나게 되면서 드디어 노력만으로는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 〈편견의 파괴〉181p 중에서
일상의 자투리 시간을 내서 독서를 했다. 책을 열 때 두근거림도 있었고, 시간이 흐르며 지루함도 느꼈고, 슬럼프에 빠져 책을 집어던진 적도 있었다. 그렇게 3년의 시간 동안 친구가 되어준 책과 수다도 떨고, 싸우다 토라지기도 했지만, 책은 내가 힘들 때마다 삶을 지탱해주는 기둥이 되어주었다. 마흔 넘어 만난 게 너무 늦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쉬엄쉬엄 읽다 보니, 늦고 빠른 시기보다는 한평생 함께 할 것인가의 마음가짐이 더 의미 있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지금의 삶보다 더 윤택해지고 싶어 시작했고, 그러기 위해 사람들이 살아간 인생을 보고, 듣고, 대화하며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를 이해하려 했다. 결국 책을 통해 생각에 변화가 생겼고, 그로 인해 내안에 자리한 편견이 없어지는 만큼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을 통해 처음 배우고 싶었던 것은‘ 변화’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 더 추가 된 것은‘ 지금’이다. 책을 읽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자신의 삶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 〈아름답게 변화되는 삶〉183~184p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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