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 TV나 영화 같은 대중문화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걸스데이와 에이핑크의 아저씨 팬이자 유재석의 팬이며, 벤야민과 맥루한, 제레미 리프킨의 팬이기도 하다. 늘 TV를 끼고 살고 영화관을 전전하는 삶에 대해 누군가는 부러워하지만, 현실은 부러움을 살 만한 삶은 아니다. MBC 시청자평가원으로 활동했으며,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기도 했다. 현재 SBS [열린TV 시청자세상]에 출연 중이며, 대전드라마페스티벌 심사위원이다. 대학 강의, 대중 강연, 칼럼 기고, 방송 출연을 통해 주로 밥벌이를 하며, 무엇보다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대표작으로 [숨은 마흔 찾기] [웃기는 레볼루션](공저)이 있다. http://www.thekian.net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기에 이렇게 재미난 프로그램을 매번 만들어낼 수 있을까. 예능 PD들을 만날 때마다 먼저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일 것만 같고, 일하는 방식도 다를 거라고 여겨지는 그들. 하지만 정작 만나보면 이들 역시 보통의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그들 역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고, 정해진 퇴근시간 없이 일에 매달리는 워커홀릭이라는 것. - p10
“이제 출연자들만 여행하는 게 아니라 제작진 전체가 여행하는 걸 보여줘야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진짜로 받아들이죠.” [꽃보다 할배]나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에는 그래서 아예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가 프로그램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듯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어느새 여행을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찍는 것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을 찍는 사람들이 함께 여행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다. - p36
개그 코너의 아이디어는 개그맨에게서 나온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좋다고 코너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그 아이디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개그맨을 투입시킴으로써 아이디어가 완성되기도 하고, 때론 아이디어와 아이디어가 합쳐져 전혀 새로운 코너가 탄생하기도 한다. 개그 프로그램 PD가 하는 일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 p71
[응답하라 1997]이 어긴 드라마의 불문율은 부지기수로 많다. 캐스팅은 대표적인 사례다. 신원호 PD 역시 처음에는 A급 배우를 찾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거절당하자 어느 순간 ‘저들이 뭘 믿고 나와 일을 하겠나. 예능 만들던 사람이 드라마를 한다는데, 게다가 지상파 드라마도 아니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원호 PD는 마음을 돌렸다. 하던 대로 하자고. 출연자 섭외로 골머리를 앓는 건 예능을 만들 때도 늘 있는 일이니, 등급 없는 사람들에게 등급을 만들어주자고. - p96
김용범 PD는 작은 인간극장 식의 미니 다큐를 만들어 노래 부르는 사람 앞부분에 편집해 먼저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우리와 별 다를 바 없는 사람들. 그저 명동 한가운데 서 있으면 누가 누구인지도 모를 그런 보통 사람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 p129
알고 있는 것과 행하는 것은 다르다. 신형관 PD가 보여준 것은 생각의 차이가 아니라 실행력의 차이다. 그는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겼다. 자신과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켜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실행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노력이 아니라 즐거움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미 노력하고 안간힘을 쓰는 순간, 삶은 버텨내야 할 질병이 되어버린다. - p170
예능을 예술로 만들려 했던 김태호 PD의 의지는 결과적으로 보면 한 땀 한 땀의 예술혼을 보여준 출연자들을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만들어주었다. 유재석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예능 MC가 되었고, 박명수는 ‘거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최고의 개그맨에 최근에는 작곡가이자 DJ로도 활약하고 있다. 무존재감 정형돈은 ‘미친 존재감’이 되었고, 길거리 전문 리포터였던 노홍철은 여러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는 MC가 되었다. 평균 이하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김태호 PD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통해 보여주었다. - p202
“누구보다 다큐처럼 일하지만 예능처럼 신나게 일하고, 쉬고, 회의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그들의 열정을 나는 정말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과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싶다. 이런 믿음을 주는 동료나 선배, 후배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예능계에 몸담고 있는 것이 즐겁다.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즐거워야 한다.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늘 노력하는 그들의 존재가 사실 성공 프로그램을 위한 ‘신의 한 수’가 아닐까? 나는 확신한다.” - 이우정([응답하라 1994] [꽃보다 청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