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준아, 엄마 레스토랑 점점 잘될 거야. 좀 있으면 《미슐랭 가이드》에 나올지도 몰라.”
“《미슐랭 가이드》? 그게 뭔데?”
“너는……. 하긴 네가 그걸 어떻게 알겠니. 《미슐랭 가이드》라고 여행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이 있어. 거기 소개되는 식당은 맛집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야. 거기에 엄마 레스토랑이 소개되는 게 꿈이란다.”
50이 넘은 엄마가 눈을 반짝이며 ‘꿈’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현준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꿈. 모든 사람이 꿈을 이야기한다. 마치 껌을 씹듯이 꿈을 말한다. 그 꿈의 실체는 사람마다 참으로 다양하다. 그건 씹던 껌을 뱉어 놓은 모양이 하나도 같은 게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현준이는 생각했다.
_1장 레스토랑에서 만난 손님, 16-17쪽
엄마와 김청강 작가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기업도 요즘은 인문학적 소양을 중요시하고 있죠. 인문학적 소양을 기업에 가장 잘 적용한 사람이 스티브 잡스 아닙니까. 당시만 해도 컴퓨터를 특정 기업이 독점하고 있었는데, 문득 그가 이런 생각을 한 거죠. 왜 개인이 컴퓨터를 가지면 안 되나? 그건 마치 예전 왕조 시대에 왜 일반 백성이 자유롭게 살면 안 되고 나라의 뜻을 결정하는 데에 참여하면 안 되는가? 라고 생각한 것과 똑 같은 거죠. 역사를 보면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그런 발상은 할 수 없어요. 그렇게 해서 스티브 잡스가 생각해 낸 게 개인용 컴퓨터 애플 아닙니까.”
“맞아요, 맞아요. 기술자도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해요.”
“기술자뿐입니까? 노숙자도 인문학을 공부하고 나서 비로소 재활이 되더라는걸요.”
_2장 집에 있는 아빠, 57쪽
“그렇지. 자본주의 시대에는 돈 많이 버는 게 최고의 승자겠지. 그럼 네가 돈 벌겠다고 얘기한 건 맞아. 삼성전자 가서 돈 벌겠다고 한 거 말이야.”
“그, 그런가요?”
또다시 자신의 얘기로 돌아오자 현준이는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넌 계속 큰돈을 벌기 위해 공부만 하면 되는데 왜 나한테 와서 이런 걸 배울까?”
“잘 모르겠어요.”
“부자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어. 이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다양성이 있는 거야. 우리 세상의 삶은 꼭 돈이라든가 명예라든가 하는 어떤 하나의 단순한 시각만으로 볼 수가 없단다. 그렇게 다들 사람마다 다양하게 느끼는 거야.”
“아하!”
현준이는 이런 대화가 점점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_3장 인문학 공부, 79쪽
사랑이란 말에 현준이는 가슴이 철렁했다. 잊고 있던 소연이가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청강 작가는 그런 현준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현준아, 네가 여러 가지를 좋아하고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갖는 건 아주 좋은 거야. 그 다양한 것들이 나중에 네가 직업을 정하거나 꿈을 찾는 데 다 도움을 준단다. 왜 그런지 아니?”
“왜 그럴까요?”
“세상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납득할 수 없어도, 나중에 내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왜 그때 그런 경험이 필요했는지 알게 된단다. 그게 우주의 섭리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런 이야기를 해 주마.”
“그렇군요…….”
“진로를 정하기 위해서는 어느 직장, 어느 학과, 어느 과목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가능성과 다양성을 크게 열어 놓고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단다. 대학도 이제는 전공 하나만 가지곤 안 돼. 다양한 전공을 복수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그리고 요즘 대학 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예전에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 비해 두세 배는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아. 그게 뭘 얘기하는가 하면, 그만큼 요즘은 지식도 많이 필요하고 노력도 많이 해야 한다는 의미란다. 세상이 변했다는 얘기지. 그러니까 열린 마음으로 차근차근 찾아보도록 해. 네가 나한테 와서 공부하는 것도, 너의 다양한 가능성과 관심을 넓혀 달라고 너희 어머니가 요청해서 그런 거야.”
_5장 짝사랑, 130-131쪽
“자, 어제하고 오늘이 같은 날이냐, 다른 날이냐?”
“다른 날이죠.”
“오늘 뜬 태양이 어제 뜬 태양이랑 같냐, 다르냐?”
“달라요.”
“날짜는?”
“달라요.”
“기온은?”
“달라요.”
“거봐. 같은 날은 없어. 매일 같은 날 같은 순간이 있니? 없지. 그게 뭘 얘기하느냐,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다는 거야. 우주의 원리는 변화야. 그럼 너는? 변화해야 해, 말아야 해?”
“저도 변해야죠.”
“그렇지. 서로 변화하는 일상 속에서 꿈을 찾고 자기 갈 길을 찾아가면서 삶의 의미를 부단히 찾아 헤매는 게 인생이란다. 선생님을 봐라. 지금도 뭔가를 향해 노력하고 있잖니. 그래서 제자리에 고착되어 있는 사람은 도태되는 거야.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는 말이 있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너도 대비해서 항상 준비해야 한단다.”
_6장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175쪽
현준이는 영화 두 편을 보고 나서 가슴속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누구 말마따나 세상은 넓고 도전할 일은 많았다. 시계를 보니 이미 새벽 1시가 넘어 있었다. 현준이의 가슴속에는 알 수 없는 뜨거운 것이 가득 차올랐다. 불을 끄고 누웠지만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다. 왜 이 두 영화를 보라고 했는지 현준이는 깨달았다. 스포츠 분야에 이렇게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꼭 선수가 될 필요는 없었다. 어떤 분야든 거기서 파생한 직업은 많다. 지금까지 축구와 야구 등에 관심을 가졌던 건 다시 말해 현준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중략)---
그러나 미래에는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와 건강한 아웃도어를 즐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카우터와 스포츠 에이전트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다가올 미래의 직업에 대해 낱낱이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스포츠 에이전시 안에서도 얼마나 다양한 일이 있을지를 상상하니 현준이는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이러한 새로운 꿈과 비전을 알기 위해서 그동안 현준이는 그토록 가슴 아파했는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가 되어 미국에서 활동하거나, 유럽 리그에 진출한 대한민국 선수의 에이전트가 되어 유럽에서 일하면 얼마나 멋있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일이었다.
그리고 한편에는, 소연이와 함께 그런 일을 한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밤도둑처럼 가슴속에 들어와 자리 잡았다.
_6장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182-183쪽
“이번에 미국 가서 류현진 선수 만난 이야기도 해 주세요.”
“하하, 그래. 류현진 선수가 중계방송에서 보면 덩치가 별로 안 커 보이지?”
“네.”
“실제로 보면 어마어마한 빅 보이야. 미국 선수들 사이에서도 절대 안 빠져.”
“우아, 대단해요!”
“근데 씩 웃을 때 보면 천진난만한 초등학생 같아. 그래서 미국 사람들도 좋아하지. 그런 천진난만함이 있기에 류현진 선수가 발전하는 거야.”
“네?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아이들 봐라. 잘 못하더라도 며칠만 가르치면 금세 잘하지?”
“네.”
“그게 뭐냐 하면, 그만큼 유연하다는 거야. 몸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사고방식이. 류현진은 어른인데도 그러한 사고방식이 유연해. 당장 하는 것만 봐도 천진난만하고 장난기 넘치잖아? 유리베랑 장난치는 거 봐라. 둘 다 힘든 선수 생활을 하는데도 장난치는 거 봐라. 둘 다 힘든 선수 생활을 하는데도 장난치는 모습 보면서 넌 뭘 느끼니? 그건 동심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여유가 있고 즐길 줄 아는 거지. 딱딱하게 굳지 않고 즐기는 놈은 못 이긴단다.”
“우아, 멋있어요. 그런 걸 기사로 쓰실 건가요?”
“그걸 기사로 쓴다기보단,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야. 어쩌다 생각나면 한두 줄 넣을 수도 있지.”
_7장 소연이의 아픔, 208-209쪽
인생이라는 축구에서 크로스를 정확하게 머리로 받아 꿈이라는 골을 넣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문학 법칙은 물론, 인연과 네트워크의 작용이 필요하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기회를 받은 사람은 기회의 중요성과 시간, 속도, 가능성을 빠르게 계산해야 하며, 그 기회를 덥석 받을 건지, 아껴 둘 건지, 남에게 넘길 건지도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준비가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실력과 함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주위의 도움까지. 그렇게 해서 기회를 잡으면 몸과 마음은 충실하게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_8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252-253쪽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