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철학과 대학원에서 《주역》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제자백가의 논리철학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겨레에서 18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한겨레 베이징 특파원을 지냈으며, 웅진씽크빅 중국 법인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공보관으로 있다. 노자, 공자, 손자, 장자, 순자, 한비자 등 제자백가의 사상과 철학에 대한 강의와 글쓰기를 하고 있으며, 고전의 현대적인 번역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저서에 《아큐를 위한 변명》 《한비자, 권력의 기술》 《바보새 이야기》 《오랑캐로 사는 즐거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이야기의 숲에서 한비자를 만나다》 《강변대화》 등이 있다. 블로그 : blog.naver.com/xuande
《주역》은 미리 정해진 팔자를 보여주거나 미래를 예언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의 삶을 심판하는 판결문도 아니다. 정해진 운명을 듣는 태도로 《주역》을 읽는 것은 가장 어리석고 잘못된 독법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역》을 이렇게 읽고 있다. 《주역》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점과 조언과 가르침이 그렇다. 어떤 것도 우리에게 운명이 이미 이렇게 정해져 있다고 선고를 내릴 자격이 없다. 결정된 운명이란 없기 때문이다. _ 1장 나는 왜 궂은 말을 전하지 못했나 중에서
남루한 차림으로 오는 행운을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 화려하게 치장하고 다가오는 재앙의 유혹을 어떻게 간파할 것인가. 《주역》은 바로 이런 안목을 계발하기 위해 고안해낸 책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_ 2장 길함과 흉함은 양파처럼 여러 겹이다 중에서
반면에 맹상군에게 날아든 운명에는 ‘만약에’가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만약에 아이가 문설주 높이만큼 키가 자란다면……”이라는 것이다. 맹상군은 바로 이 ‘만약에’를 공격해서 운명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이것이 운명을 바꾸는 방법이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부터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첫걸음이다. 다음에는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고리를 공격해야 한다. _ 7장 운명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 중에서
조짐을 보는 눈이 혜안이다. 조짐을 보고 판단해낼 수 있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조짐을 보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눈을 감고 캄캄한 미래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다. 모든 조짐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주역》에는 두 가지 조짐이 나온다. 우선 곤괘가 말해주는 조짐을 다시 음미해보자. _ 14장 부드러움의 힘 중에서
지금까지 《주역》이 운명에 관해 들려주는 다섯 가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그것은 운명을 성숙한 눈으로 직시하라(관괘), 조화롭게 결단을 내려라(쾌괘), 믿음을 얻어야 운명을 바꿀 수 있다(혁괘), 강건함으로 운명을 돌파하라(건괘), 유순함으로 운명을 견뎌내라(곤괘)는 다섯 가지 메시지였다. _ 18장 주역은 어떻게 운명의 지도가 되었나 중에서
이제 《주역》에 관한 천기를 무려 세 가지나 누설할 참이다. 이 가운데 첫번째 천기는 바로 앞 장에서 이미 거의 누설했다. 이 세 가지 천기에는 《주역》을 지은 이들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주역》이 거의 3000년 동안 생명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이 세 가지 장치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