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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와 쿠스쿠스

바나나와 쿠스쿠스

: 요리하는 철학자 팀 알퍼의 유럽 음식 여행

리뷰 총점8.9 리뷰 17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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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44g | 148*210*20mm
ISBN13 9788996822899
ISBN10 8996822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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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팀알퍼
영국에서 태어난 팀 알퍼는 아버지는 영국인, 어머니는 프랑스 사람이며 친가와 외가 모두 전통 깊은 유대 가정 출신으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성장했다. 현재는 한국인 아내를 만나 한국에서 9년째 살고 있다. 영국 켄터베리 소재의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특히 프로이드와 니체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요리와 여행을 사랑하며, 사유와 글쓰기는 언제나 그와 함께하는 친구였다. 어린 시절부터 음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 대학 시절 한 호텔에서 파트 타임으로 시작해서 수 세프sous chef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요리에 대한 기본기를 다졌고, 순전히 음식을 경험해보기 위해 유럽 각지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음식이야말로 삶과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매개체라고 믿으며, 인간과 음식, 문화를 연결하는 글을 쓰고 싶어 했다. 그가 요리 천국이라 부르는 한국에서 살면서 그는 홍어와 청국장 그리고 과메기와 사랑에 푹 빠져 있다.
한국에서는 교통방송 pd와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기자로 일했고, 각종 매체에 푸드 칼럼을 연재하며 한국의 독자들과 만나왔으며, 간간이 올리브나 아리랑 TV의 음식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역자 : 조은정
글을 번역한 조은정 또한 각종 요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음식 마니아이다. 그러나 만들기보다는 맛을 평가하거나 음식 사진 찍기에 더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남이 만들어주는 음식에 열광하는 먹방계의 숨은 고수. 현재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에쎈, 중앙일보, 모닝캄, 비건, 비욘드, 베스트일레븐, 아주좋은날 등의 기사를 번역하고 두산, 현대카드 뮤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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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케이크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나는 음식이 어떻게든지 내 운명과 필연적으로 엮일 거라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요리는 이제껏 내가 경험해본 가장 창의적인 행위이며,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붉은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물드는 장면처럼 그저 자연의 일부로 여겨진다.---「프롤로그 」중에서

영국 사람들이 썸머 푸딩을 먹는 모습에서도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그들의 간절한 열망이 느껴진다. 썸머 푸딩이 늦여름에 열리는 열매들로 만들어지듯이, 영국 사람들은 석양이 요상한 스펀지처럼 생긴 썸머 푸딩과 같이 보라색으로 희미해져 가는 늦여름 저녁에 썸머 푸딩을 먹는다. 썸머 푸딩을 먹을 때, 우리의 디저트 스푼은 이제 거의 끝나가는 여름에 대한 아쉬움으로 무거워진다. 우리는 썸머 푸딩을 먹으며 이제 얼마 뒤면 잔인한 겨울과 무자비한 폭우가 시작된다는 사실과 이제 내년 봄까지는 강렬하고 아름다운 태양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을 느낀다.
썸머 푸딩은 어떤 성격을 가졌든 모든 영국 사람들을 아름다운 추억들로 채워줄 음식이다. 만약 썸머 푸딩이 정치인이었다면, 영국의 모든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것이다. 마음속 깊이 모든 영국 남자들은 로빈 후드가 되고 싶어 하고, 또한 모든 영국 여자들은 그의 애인인 메이드 마리안이 되기를 꿈꾸기 때문이다. 그리고 썸머 푸딩은 그런 우리들에게 환상과도 같은 과거에 대해 잠시나마 꿈꾸는 것을 허락하는 유일한 음식이다. ---「썸머 푸딩」중에서

시인들은 위대한 음식보다는 위대한 사랑으로부터 더 많은 영감을 받지만, 나는 그것도 시인 나름 음식 나름이라고 본다. 만약 셰프들이 시를 쓸 수 있다면, 아마도 그들은 홀랜다이즈에 관한 시를 썼을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그들이 정통 프렌치 스타일로 요리를 배웠다면, 맨 처음으로 배우게 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홀랜다이즈 소스이기 때문이다. 홀랜다이즈는 그들에게 새로운 출발점이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세계로 떠나는 첫 번째 모험과도 같았을 것이다. ---「홀랜다이즈 소스」중에서

마틸다가 파스타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이탈리아 음식에 눈을 떴다. 그녀는 먼저 오일에 마늘 몇 조각과 매운 고추를 볶아서 오일에 마늘과 고추의 풍미가 배도록 했다. 그리고 마늘과 고추가 오일에 익혀지고 나면, 반드시 그것을 제거했다. 어떻게 마늘과 고추를 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나는 마늘과 고추 없는 삶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다. 우리가 이탈리아 음식에 관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 거짓인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사실 마늘을 별로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에 비하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서울에서 먹는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에 들어 있는 기름기를 가득 머금은 마늘 조각은 많은 사람들의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일 뿐이다.---「파스타 콘 모차렐라 에 포모도로」중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는 마치 꿀벌처럼, 화려한 용기에 담긴 달착지근한 미국식 탄산음료들에 이끌린다. 그러나 무자비할 정도로 뜨거운 스페인의 태양 아래서는, 어디엔가 잠깐 멈춰서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은 난잡한 회식 끝에 술에 취해서 동료에게 키스를 하는 것만큼이나 부적절한 행동이다. 두 가지 모두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짜릿하고 유혹적일 수 있는 일이겠지만, 결국에는 역겨운 기분을 남기며 자기 자신에 대해 몹시 실망하고 화가 나게 될 것이다. 반면 가스파초를 마시는 것은 자기 부인에게 입맞춤을 하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비위 상하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일단 시도해보고 나면, 놀랍게도 이것은 그리 나쁘지 않을뿐더러, 무언가 굉장히 건강한 일을 했다는 기분 좋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가스파초」중에서

나는 쿠스쿠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생각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쿠스쿠스라는 단어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다. 좁쌀처럼 생긴 탄수화물이 가득한 식재료, 쿠스쿠스만 먹는다면 담백하다 못해 밍밍한 맛이 남, 쌀과 마찬가지로 포만감을 주는 음식. 이 정도가 쿠스쿠스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쿠스쿠스는 할머니가 한 올 한 올 엮어주신 알록달록한 태피스트리이다. 할머니가 만든 쿠스쿠스 냄새는 집 안을 가득 채우며, 그 어떤 한계도 존재하지 않는 먼 세계로 나를 이끌어준다.
---「에필로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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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럽에서 셰프로 살면서도 늘 한국적인 것을 잊지 않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사는 장소를 떠나 음식은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걸 공감했다. 영국인 팀 알퍼 씨는 글도 재미있게 쓰는 사람이다. 유머러스하면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을 읽으면서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 김소희 (셰프, 레스토랑 운영, 올리브 TV 마스터셰프 코리아 심사위원)

알고 보면, 우리의 마음을 붙들어두는 진정한 미각의 경험은 접시에 담긴 먹음직스런 음식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흥미진진한 스토리에서 나온다. 그러기에 진짜배기 맛기행을 떠나고 싶은 모험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미슐랭 레스토랑 리스트가 아니라 제대로 쓴 음식 이야기책이다. 유럽과 한국의 음식문화 양쪽에 한 발씩 담그고 있는 저자 덕분에 그런 유용한 가이드북이 한 권 더 추가됐다.
- 이욱정 (KBS 피디, 누들로드 연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유럽 음식 문화의 뒷이야기와 유럽인들의 일상을 담아 마치 한적한 유럽 마을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면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느낌이다. 실제 여행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을 느끼게 한다.
- 박연경 (세계식문화연구소장, 요리연구가)

영국인 팀 알퍼 씨, 대단한 글쟁이다. 영국에 엄청난 음식 문화가 있는 듯 나를 착각하게 만든다. 그가 설명하는 영국인의 감자 요리 이야기를 읽으니, 영국인의 소울 푸드라는 감자 파이가 먹고 싶다. 음식과 문화 이야기가 한데 어울려 다른 책에서 보지 못한 유럽의 깊숙한 내면을 느끼게 한다. 그가 영국인, 유럽인이기에 이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줄 수 있다. 한국인이 쓴 책에는 이런 것이 없다.
최준석 (주간조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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