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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현상학자의 일기

어느 현상학자의 일기

엔조 파치 저 / 이찬웅 역 | 이후 | 2000년 12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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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30쪽 | 340g | 148*210*20mm
ISBN13 9788988105269
ISBN10 898810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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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찬웅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와 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들뢰즈에 관한 연구로 프랑스 리옹2-뤼미에르 대학에서 영화학 석사, 그리고 리옹 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논문으로 『들뢰즈의 사유에서 신체, 기호 그리고 정서』가 있으며, 들뢰즈의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 엔조 파치의 『어느 현상학자의 일기』를 번역했다. 논문으로 「들뢰즈의 이접적 종합 : 신의 죽음 이후 무엇이 오는가?」 등 프랑스 현대철학과 미학에 관한 다수의 글이 있다. 현재 이화여대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 : 엔조 파치 Enzo Paci(1911~1976
이탈리아 철학자.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리쾨르 등과 교류하면서, 1950~60년대 유럽의 현상학 운동을 함께 주도했고, 특히 이탈리아 현상학 서클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다. 그의 철학적 기획은, 후설의 『유럽 학문의 위기와 초월적 현상학』과 미발간 유고를 중심으로 후설의 현상학을 급진적으로 재구성해 이것을 맑스주의와 결합하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철학적 입장은 마르쿠제, 타오, 골드만, 코지크의 작업을 잇는 연장선상에 위치하며, 이 중에서도 그의 저작들이 가장 체계적이고 뚜렷한 성과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서로는 『실존과 표상』(1947), 『학문의 기능과 인간의 의미』(1963) 등이 있고, 그 밖에도 『아우트 아우트』라는 저널에 실린 많은 글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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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천상에 머물지도 않고 지상에 머물지도 않으면서, 암흑에 다시 들어갈 수도 있고 진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자신 혼자의 힘으로가 아니라 -살아 있거나 죽은 타인들과 함께 -모든 이들, 모든 주체와의 관계 속에서. 인간은 이성 때문에 삶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죽음과 원자력의 자기 파괴 때문에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모든 경탄할 만한 점에서 존엄하다.' 왜냐하면 인간의 자신 안에 진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자신 안에 진리의 명증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악에 관해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자신 안에 선을, 선한 삶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선한 삶이란, 바로 일인칭 시점에 선 자신의 지향적 삶이기 때문에, 주체인 자신이, 이제 주체로 등장하는 자신이, 부정할 수 없는 삶이다.

하지만 이것은 후설의 철학이며, 그리고 나를 절대화하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무언가를] 관계하는 매개이고, 인간이 자신 안에 지닌 진리의, 그리고 역사와 시간과 세계 안에서 실현되어야만 하는 진리의 자기 인식이기 때문이다. 진리의 의미로서의 개별화, 과제가 되는 진리, 구성되기 이전의 사회를 이제 구성하기 위해서,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구성되기 이전의 사회를] 부정하는 진리. 인간을 위한 근본적 변형.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인간이 되는 것. 하지만 이것은 후설이 코기토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나와 관계주의가 현상학의 부활 없이 가능할까? 실존주의는 사실에 관한 의심을 드러내는 일종의 상황이다. 우리가 지닌 진리의 긍정성 없이는 부정성이 포착될 수조차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던 것은 옳은 일이었다. 우리가 이것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 p.19
메를로-퐁티가 어제 죽었다. "전통은 기원의 망각이다, 라고 후설은 말년에 말했다. 우리가 그것[전통]에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면, 우리는 그것에 속하는 것을 정확히 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 말로 그는 뛰어난 논문 {철학자와 그의 그림자}를 시작한다. 이렇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상황 속에서, 산 자와 죽은 자간의 의사소통을, 후설이 말하는 "죽은 자와의 대화"를 생각하며 이 말을 읽게 될 줄은 난 몰랐다. 나는 메를로-퐁티를 위한 일련의 강의를 이탈리아에서 열기 위해 준비했었고, 그에게 그의 여정을 세밀하게 묘사해 줄 참이었다.(…)

메를로-퐁티의 철학적 지평에 있는 암시적인 배경에 우리는 또한 의존해야 한다. 그것은 명백한 이성의 깨어있는 세계에 항상 남아있는 잠자는 배경이다. 자아들의 연속성은 멈춤을, 중단을 허용한다. 잠이 멈춤, 죽음이 멈춤. 메를로-퐁티가 말한 대로, 후설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를 오늘날 우리 안에서 다시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다(..) 후설에서, 메를로-퐁티에서, 우리 안에서 계속되는 정정.
---p. 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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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으로 경험한 현상을 인과적으로 설명하거나 어떤 전제를 가정하지 않고 직접 기술하고 연구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는 20세기의 철학사조. 현상학이라는 말 자체는 18세기 독일의 수학자이며 철학자인 요한 하인리히 람베르트가 자신의 인식론 일부에 붙인 이름이었다. 그리고 19세기에 헤겔은 {정신 현상학}(1807)에서 감각경험부터 절대지 絶對知까지 인간 정신의 발달을 추적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현상학 사조는 20세기초에야 비로소 시작되었다.

현상학은 오스트리아 태생의 독일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의 슬로건인 '사상 事象 자체로'에 동조하는 사조를 총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슬로건은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에 대한 아주 새로운 접근법, 즉 가능한 한 개념적 전제를 벗어 던지고 그 현상을 충실히 기술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더욱이 현상학의 지지자들은 대부분 경험 또는 상상으로 얻어진 구체적 사례를 머리 속에서 체계적으로 변형하면서 면밀히 연구하면 이 현상의 본질적 구조와 관계를 통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몇몇 현상학자들은 현상이 인간의 대상 지향적 의식 속에서 나타나는 방식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현상의 이런 정태적 측면을 넘어 그 발생적 측면, 예컨대 어떤 책이라는 지향된 현상이 어떻게 경험 속에서 '구성'되는지를 연구하려는 현상학자들도 있다. 후설도 이런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현상이 실재한다는 믿음을 잠정적으로 보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끝으로 실존적 현상학은 예컨대 불안과 같은 특정 현상의 의미를 특수한 '해석학적' 현상학을 통해 탐구한다.

현상학은 철학에서 더 나은 국제교류를 위한 교량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철학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고 과학이 너무 사적이고 주관적이라고 포기한 인간의 일상생활 세계의 역할을 재발견했다. 또한 인간 경험의 여러 층에 접근하는 길을 열었다는 뜻에서 과학과 삶에 더 깊은 토대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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