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 하지만 논술아. 진실이 다수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잖아. 다수의 사람이 참이라고 말한다고 거짓이 참이 될 수는 없는 거지. 논술이 : 그래, 네 말이 맞아. 모두가 거짓을 참이라고 해도 거짓이 참이 될 수는 없어. 참은 참이고, 거짓은 거짓인 것이지. 난 참을 참이라고 말하고,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고 생각해. 넌 어떠니? 철학이 :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오는 어린아이처럼 진실을 바로 보고, 그것을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고 봐. 어른이 되어서도 난 그 용기를 잃지 않을 거야. 참은 참이니까. 그리고 거짓은 거짓이니까. ---「진실과 거짓」중에서
철학이 아, 어려워. 머리가 굉장히 복잡해지네. 음, 처음에 내가 끼웠던 그 단추와 나중에 다시 끼울 때 그 단추는 내가 한 번 더 매만져서 닳았다는 의미에서 아까 그 단추는 아닐 거야. 마찬가지로 처음에 그 단추를 끼웠을 때 나와, 나중에 다시 끼웠을 때 나도 똑같지 않지. 왜냐하면 처음에 단추를 끼웠을 때는 네가 오지 않았을 때이고, 나중에 단추를 끼웠을 때는 네가 온 다음이지. 그리고 처음에 단추를 끼웠을 때는 목욕을 하고 난 직후였고, 다음에 단추를 다시 끼웠을 때는 시간이 좀 더 흐른 다음이었지. 논술이 그래, ‘원점’은 원점이지만 같은 원점이 아니야. 갑자기 예전에 옆집 형이 들려주었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 아저씨의 이야기가 생각나. 그 이야기를 듣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이 충격이 컸거든. 철학이 무슨 이야긴데? 논술이 “우리는 같은 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라고 헤라클레이토스 아저씨가 말했어. 철학이 강물이 계속 흐르기 때문에 그런 거야? 논술이 강물이 아니라 고여 있는 물이라도 아까 내가 들어갔던 물은 다시 들어가는 바로 그 물일 수 없는 거야. 아까 그 물과는 어딘가 분명히 달라진 다른 물이니까. ---「‘모른다’는 것은 답이 아니라 물음」중에서
어머니는 노마가 나란히 늘어놓은 장난감들을 치우지 않고 하나하나 바라보고 있으려니 머릿속에서 한줄기처럼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노마가 코끼리는 왜 눈이 하나냐고 성화를 대던 일이 생각났던 것입니다. 그 코끼리는 어디쯤 서 있을까 하고 차례차례 살펴보았으나 코끼리는 보이질 않습니다. ‘코끼리는 어쨌을까?’ 하고 선반을 올려다보았을 때 코끼리는 넘어져 있었습니다. “아이구 가여워라.” 하면서 노마의 머리맡에 있는 크레용으로 눈 하나를 마저 그려 넣었을 때 노마가 깜짝 눈을 떴습니다. 노마는 얼른 일어나서 장난감 코끼리를 들고 싱긋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