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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속의 하늘

똥 속의 하늘

: 권정생의 똥 이야기로 풀어가는 문학과 신학의 대화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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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1월 1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448g | 153*224*20mm
ISBN13 9788946058385
ISBN10 8946058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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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정혜영
시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청춘 시절에 찾아온 혹독하고 질긴 병마와 싸우면서 삶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기 위해 신학의 길에 들어섰다. 얼마 되지 않아 삶의 의문은 죽는 날까지 계속된다는 것을 알았으며, 진보 성향을 지닌다고 일컬어지는 몇몇 교회를 오가며 나를 포함한 세상의 이분법을 조금쯤은 벗어나 살아보기를 실험하고 있다. 새벽에 깨어 있기를 좋아하며 때로 트로트 가사에 매혹되고 ‘들판으로 달려가자’라는 문장을 사랑한다. 현재 경기도 양주에서 어머니와 함께 늙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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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 기독교 외부에 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 땅에 온 예수 때문이다. 기독교의 하느님은 신으로서의 자신의 경계를 넘어 인간 예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예수가 이 세상에서 이루려 했던 나라는 당시의 체제와 지배층의 배타적 척도를 통해 구획된 경계를 해체하고, 가난한 자, 창녀, 세리와 함께 한 상에서 밥을 먹는 평등한 밥상 공동체였다. 따라서 기독교인은 자유와 해방의 화신인 예수를 전범으로 삼고 살아가야 한다. --- p.6

용산 참사를 예로 들면, 이 사건에서 구원론의 정식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담론이 교회에서 얼마나 오가는지 의심스럽다. 교회에서 그렇게도 자주 설교되는 구원론이 신앙의 심층을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당대의 인간 삶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사건이나 이야기의 한가운데서 구원론의 정식이 지닌 의미를 묻는 작업과 그 의미를 다시 말하는 작업이 묻히기 때문이다. 용산 참사에서 구원론의 정식인 ‘하나님의 뜻’과 ‘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구원론을 반복해서 말하는 만큼이나 삶에 대한 물음이 묻힌다. 따라서 구원론의 의미는 구체적인 삶의 사건 및 이야기와 결부되어 이해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야기와 사건에 무책임한 개인과 사회를 양산하는 것으로 이어지며, 구원론의 언어는 이야기와 사건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및 자연과는 상관없는 자기 독백의 언어가 되고 만다. --- p.26~27

권정생은 『몽실언니』를 통해 이름 없는 것들, 역사에서 희생당하고 고통받았던 것들에게 목소리를 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몽실이는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살아가면서 ‘입이 있어도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삶을 말하지 못한 수많은 이 땅의 목숨들’이다. 이것이 바로 시대의 약자를 상징한다고도 읽히는 「강아지똥」이나, 동학농민운동 시기와 일제강점기를 살아간 민초들의 삶이 역사를 이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강이었음을 일깨우는 『한티재 하늘』 등 거의 모든 작품에 사람뿐 아니라 억압과 파괴를 견디며 사는 불쌍한 온갖 만물이 등장하는 이유다. --- p.78

융의 이론에서 억압당한 그림자를 움직여(직시를 통해) 통합에 이르게 만드는 것은 의식이다. 따라서 진정한 자기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림자뿐만 아니라 그림자를 직시하는 의식도 중요하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융의 이야기에서도 하느님의 보좌에서 내려오는 똥 덩어리가 대성당과 만나는 체험을 앞두고 융은 고통과 갈등을 겪지만 마침내 그(그의 의식)가 똥 덩어리(그림자)를 직시하자 해방감과 은총을 경험하는 장면이 나온다. 융이 두려움을 넘어서 그림자를 ‘직시하려는 용기’를 냈기 때문에 똥 덩어리와 대성당, 즉 그림자와 의식이 통합되었고 해방감과 은총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 p.100

김진숙은 타워크레인을 내려온 후 자신의 몸에 각인된 체험을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고 대화하며 연대를 호소했는데, 그녀가 곳곳에서 들려준 일화들 중에는 똥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김진숙이 경남여성회 초청으로 열린 강연에서 ‘여성과 정치’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일화다. 그가 크레인 위에서 농성한 309일 동안 그를 끌어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올라오는 경찰과 용역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똥 때문이었다. 그가 눈 똥 때문에 경찰과 용역은 번번이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p.136

똥 속의 하늘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은 모든 인간은 소피아의 에너지를 품고 있고, ‘여성’은 고정적이 아닌 일시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인간은 남성이자 여성이고, 자연은 외부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과 다름없다. 권정생의 『밥데기 죽데기』 이야기와 제주도 설문대할망 이야기, 김진숙의 이야기가 생성하는 똥 속의 하늘이라는 이미지는 그러므로 똥 속의 하늘이 있는 세상에 근접해가려는 도저한 열망이며 현실화라고 할 수 있다. --- p.169

똥과 오물, 세균과 질병을 악으로 각인시키는 신학적 이분법을 통해 형성되는 “위생 유토피아”에 대한 믿음은 분리와 경계를 통해 근대의 동일성이라는 토대를 확고하게 했다. 즉, 위생을 통해 표상되는 ‘건강한 신체’를 지니지 못한,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들은 이 동일화의 장에서 제외되어 쓸모없고 위험하며 악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 p.185

「강아지똥」 이야기와 융이 체험한 똥 이야기를 자기 내부의 그림자를 회피하지 않고 직시함으로써 진정한 자기, 즉 구원에 이른 이야기라고 본 것이다. 이들 이야기는 마녀사냥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지배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내부의 그림자를 밖으로 투사해온 기독교의 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기독교는 과거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 고통을 감내함으로써만 구원될 수 있다. 고통을 감내한다는 것은 과거와 연결된 현재에서 지배 체제와 영합하고 타자를 억압하는 태도를 돌이킴으로써 과거와 다른 새로운 기억을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218

특히 문학 중에서도 권정생의 똥 이야기에 주목한 것은 똥이야말로 인간의 현실을 추상화하거나 이상화하지 않는 키워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똥과 똥·오줌으로 상징되는 것들의 타자성은 확실히 존재하면서도 의식의 저편으로 망각되는 것이다. “현대의 세계는 이러한 똥들을 부정하는 키치적인 세계”인 것이다. 똥·오줌이 인간의 조건이며 똥·오줌으로 상징되는 것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에서부터 통찰을 시작할 때 인간과 세계의 이해는 추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 권정생은 인간의 삶을 통해 신을 만나고 신을 보려 했던 사람이다. 그의 작품 곳곳에 출몰하는 똥 이야기는 구체적인 인간 현실을 드러내는 극명한 상징으로, 이 책에서 문제로 삼은 구원론을 말하는 방식의 추상성으로 인해 지워지고 만 인간 삶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데 유효할 것이라고 보았다.
--- p.217~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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