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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에서 온 아이

신라에서 온 아이

숨 쉬는 역사-00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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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471g | 170*230*20mm
ISBN13 9791186419250
ISBN10 1186419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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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 기와집이 우리 집이야.”
무웅이가 가리킨 기와집은 주변의 다른 기와집보다 더 커 보였다. 기와집 옆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몇 그루 있었다. 내가 잘 아는 소나무나 상수리나무는 아니었다.
“저기 사는구나! 근데 집 옆에 있는 나무는 무슨 나무니?”
“응, 그건 호두나무야!”
“호두나무? 그럼 저번에 호두가 열릴 때 알려 준다고 한 얘기가 그거니?”
“그래, 이제 호두가 열리기 시작했거든.”
“하하. 그래서 그렇게 말했구나!”
“정수야.”
“왜?”
“이제 우리 집에 가면 좀 신기한 일이 벌어질 거야. 너무 놀라지 마. 그리고 나를 믿어. 그러면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움직이면서 꿈을 꾸는 거나 마찬가지야.”
“알았어. 움직이면서 꿈을 꾼다고? 좀 긴장되네. 헤헤.”
무웅이는 기와집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가까이 가 보니 커다란 대문에 작고 깜찍한 노란 곰 그림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저 그림은 뭐니?”
“우리 집이라는 표시야.”
무웅이는 대문을 열었다. 내가 문지방에 막 한 걸음 떼어 놓을 때였다.
“정수야, 어서 와라!”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무웅이 할아버지가 서 계셨다. 전학 첫날 보았던 것과 비슷한 옷차림을 하신 채.
“무웅이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그래, 정수는 방금 신라 시대로 건너왔다.”
“예? 신라 시대요?”
나는 집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곳은 집 안이 아니라 바깥이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당연히 있어야 할 집 안채가 보이지 않고, 양쪽으로 벼가 노랗게 익은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세상에! 아,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정수는 천이백오십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이곳에 온 거야!”
--- p.118

월지에는 작은 배 세 척이 떠다니고 있었다. 아마도 내일 있을 행사를 위해 미리 연습하는 것 같았다.
월지와 바짝 붙은 건물 다락에 올라서니, 서라벌 북동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기와집과 탑들이 장엄하게 이어졌다.
“와, 기와집과 탑들이 정말 많구나!”
무웅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서라벌의 모습을 어떤 시인이 이렇게 말했어. 사사성장탑탑안행(寺寺星張塔塔雁行). 절들은 별처럼 펼쳐져 있고, 탑들은 기러기가 줄지어 나는 듯하다. 어때, 그럴듯하지?”
“그래, 서라벌에는 절도 많고 탑도 참 많구나. 우아! 저기 황룡사 9층 목탑도 보이고……. 정말 대단하다. 근데 저기 꼭대기만 조금 보이는 것은 첨성대 같은데…….”
“그래, 맞아. 정수가 첨성대를 용케 찾아내네. 선덕 여왕 때 만든 첨성대야. 밤마다 천문을 맡은 관리들이 첨성대에 올라가 별을 관측하는 곳이지.”
--- p.144

“정수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아무런 약속이나 준비 없이 만났지. 그러나 한 번 만나 진정한 마음속 친구가 되면 영원히 함께 있는 거야. 아무리 서로 다른 곳에 있어도……. 네가 토함산 자락 어디에서 피리를 불면 할아버지가 들으신다고 했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영원히 신라에 갇혀 살아도 정수가 불국사에 가거나 황룡사 흔적인 주춧돌을 보고 나를 떠올리면 나를 만나는 거나 마찬가지야. 마음으로는 이 세상 그 어느 곳이든 그 어떤 시간이든 가서 닿을 수 있는 거야. 그러니 정수야, 우리 잠시 기쁘게 헤어지자! 다시 만날 때까지.”
무웅이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무웅이의 손을 맞잡았다. 손바닥 안에 있던 호두들이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그러자 눈앞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호두나무와 기와집, 무웅이가 점점 작아지면서 하나의 점이 되었다가 이내 사라졌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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