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 제이미, 루이스, 잭이 전하는 삶의 용기 있는 선택!]
베스 : 자신의 삶을 남김없이 살아 버리다
베스는 외모도 그렇거니와 내면적으로도 놀라운 능력을 지닌 아름다운 여자였다. 뉴욕에서 모델로도 활동했던 젊고 아름다운 그녀에게 암이라는 병이 일으킨 변화는 엄청난 것이었다.
베스는 시인이며 철학자였다. 그녀는 우리 인간이 삶의 유한함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르는 분노와 의문, 혼란과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할 때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내면의 시적인 창의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내 삶이 하느님의 선물이라면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도 되는 거겠죠?
어쩌면 죽음이라는 건,
뜨거운 태양을 너무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마침내 서늘하고 어두운 방안에 들어섰을 때 느끼는
안도감 같은 것이 아닐까요?
마지막 날까지 베스는 아름다웠다. 그녀는 헐렁하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었고 머리를 커다랗게 위로 틀어 올렸으며 화장으로 얼굴에 생기를 주었다. 암환자들은 외모도 흉하고 냄새도 고약하다는 세상의 통념과 달리 그녀는 늘 자신을 가꾸었다. 그녀는 항상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으로 살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그녀의 시집 마지막 장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 있었다.
내게 남아 있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남김없이 살아 버려라!
그렇다. 베스는 정말 남김없이 살아버렸고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되었다. 우리는 그녀가 이 세상에 왔던 것에 감사한다. 그녀의 삶은 우리 모두에게 축복이었다. 그녀가 우리 모두에게 남긴 작별 인사를 우리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제이미 : “엄마, 영원히 사랑해요.”
제이미의 병명은 뇌종양이었고,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제이미의 엄마 린다는 의사의 진단을 듣고도 자신의 다섯 살밖에 안 된 외동딸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떤 그림이든 그려보라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제안에, 제이미는 여러 가지 색깔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사물들을 그렸다. 특히 도화지 왼쪽에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홀로 하늘로 날아가는 보라색 풍선을 그려 보였다. 그 그림은 제이지 자신이 다가올 죽음을 편안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린다는 어린이 병원에서 효과도 없는 화학 치료에 지친 제이미를 바라보며, 이제 그만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그녀는 제이미를 집으로 데려가 품안에 안고 평화롭게 죽어갈 수 있도록 해 주기로 결심했다. 바늘도, 의료 장비도, 낯선 사람들도, 수치심도, 의심도, 섬뜩한 기계들도 없는 곳으로……
제이미는 너무도 기뻐했다. 가장 좋아하는 토끼 인형과 장난감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마냥 신나기만 했다. 여동생의 입원으로 이웃의 집에 맡겨졌던 오빠 러스티도 여동생과 함께 지내게 된 것을 반겼다. 린다는 커다란 침대를 창가에 두고 마지막 눈이 내리는 것, 나무에 새순이 돋는 것, 처음 핀 봄꽃에 이른 봄의 햇살이 내리는 것을 제이미와 함께 바라보았다.
제이미가 두려움과 고통 없이 평화롭게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의 용기 있는 결단 때문이었다. 1978년 4월 12일, 제이미는 집에서 눈을 감았다. 린다는 제이미와의 마지막 몇 주를 소중히 간직했다. 그 과정에서 이 젊은 어머니가 보여준 용기와 사랑을 우리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루이스 : 조화로우면서도 품위 있는 마지막을 맞이하다
루이스는 세 아이를 키웠고, 남편과 이혼했으며, 50대 중반에 지역 병원의 사회복지사가 되었고, 훗날 그 병원 최초의 원내 사회복지국 국장이 되었다. 유방암 진단을 받은 루이스에게 중요한 것은 삶의 양이 아니라 질이었다. 그녀에게는 삶이 몇 년이나 남았느냐는 것보다 의미 있고 충만한 삶을 사는 것, 살아 있는 동안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이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결국 루이스는 모든 화학 치료를 거부하고 남아 있는 삶을 최대한 자유롭게 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루이스의 선택에 동료들이나 친구들은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며 그녀의 선택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가 휠체어를 타고 일하는 것이 환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병원에서는 은퇴를 종용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루이스는 절망으로 주저앉지 않았다. 그녀의 신뢰감 있는 조언과 환한 미소를 보기 위해 환자들은 그녀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점점 더 몸이 쇠약해져갔지만 삶은 더욱 충만해졌다.
루이스는 거실을 병실로 꾸며 창가 자리에 편안한 침대를 두어서 항상 창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했다. 친구들과 두 마리 개가 그녀의 곁을 항상 지켜주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루이스는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갈 용기가 있었다. 그녀는 그 모든 비극을 절망으로 견뎌야 했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의식이 조금씩 혼미해져가는 와중에도 오랫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어머니를 만나고, 자신의 집을 담보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결단을 내렸다. 50여 년 동안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온 그녀에게는 힘든 결정이었지만 그녀는 현실을 받아들였고 자신이 더 이상 혼자 힘으로 살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받아들였다.
루이스의 용기는 그녀를 알고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병과 지상에서의 삶에 관한 모든 문제를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할 때, 환자들이 얼마나 멋진 삶을 살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