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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 필 무렵

여드름 필 무렵

: 추풍령중학교 ‘도담도담’이 만난 일상, 마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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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6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54g | 145*215*15mm
ISBN13 9788997090587
ISBN10 8997090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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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추풍령중학교 책쓰기 동아리 ‘도담도담’
‘도담도담’은 작은 시골 학교 추풍령중학교의 학생 동아리이다. 모두 열두 명의 책벌레들이 한 달에 두세 차례씩 모여 책을 읽고, 영화도 보고, 글도 쓰고 있다. ‘도담도담’은 지난 2014년 충청북도교육청의 학생 인문독서 책쓰기 동아리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취재하고 글을 쓰면서 난생 처음으로 우리 마을을 진지하게 만나기도 하였고, 마을과 우리들의 인연, 우리들의 고민거리가 충분한 글감이 된다는 것을 알고 놀라워하기도 했다. 그렇게 만든 두 번째 문집 『여드름 필 무렵』이 충청북도 우수동아리 책 출판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2016년 ‘도담도담’은 다섯 명의 학생이 졸업을 하고, 다시 네 명의 학생을 새 식구로 받아들였다. 열두 명의 책벌레들은 자신을 이해하는 책 읽기와 책을 쓰기 위한 기획 및 글쓰기를 함께 해나가며, 올해에도 우리들만의 새로운 책을 만들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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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도담을 하기 전까지는 내가 살고 있는 추풍령이 어떤 곳인지 알려고 시도하지도 않았고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시골이라고 창피해 하기도 했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시골은 시골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고, 도시는 도시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것이다.
시골의 매력을 말하라고 하면 밤하늘이 예쁘다는 거? 도시에서는 별을 보기가 힘들다. 도시 전체에 불빛은 많지만 정작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빛은 하나도 없다. 시골에는 도시에 있는 아름다운 야경은 없지만 하늘에 빼곡히 박혀 있는 예쁜 별들은 많다.
아마 내가 도시에 살았다면 학원에 치여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추풍령에는 학원이 없어서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니니까! 어쩌면 추풍령에 산다는 게 다행일지 모르겠다. 또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들이 넘치니까 좋다. 실제로 동네 할머니들께서는 과자나 빵, 음료수를 가끔씩 내게 주곤 하신다. 하나하나 생각해 보니 추풍령은 정말 좋은 곳인 것 같다. 이런 좋은 곳에서 자라고 있어서 다행이다. --- p.121

추풍령중학교 아이들을 만났다. 추풍령의 거센 바람 소리를 듣고 자란 녀석들이라 거칠 법도 한데, 새로 온 선생님에게 순수하면서도 친근한 눈빛을 보내며,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야간 자습 시간에도 선생님의 팔을 잡아끌었다. 학교 현관 앞 계단에 앉아 살 껍질에 내려앉는 따뜻함을 느끼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함께 학교 주변을 거닐며 벚꽃 그늘이 만들어낸 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에는 함께 추풍령 마을길을 걸었다. 여기는 누구네 집이고요, 여기는 뭐 하는 곳이고요, 여기는 어디로 통하는 길이에요…… 아, 이곳은 하루 종일 한 마을에서 함께 보고, 듣고, 느끼고, 호흡하는 학교구나. 도시에서는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 p.166

규모의 경제, 효율성의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가 여기, 추풍령에 있다. 지금껏 우리 마을과 학교는 세상사를 이겨내지 못하고 많이 왜소해졌지만 역설적으로 더 좋은 삶과 교육이 가능해졌다. 이는 아직 추풍령에 시원한 바람, 산새 소리, 푸른 숲, 쏟아질 듯한 별빛, 마을과 학교의 이야기 등 잊히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것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부디 이런 소중한 것들이 우리 주변에서 팔딱팔딱 생명력을 지닌 채 오랫동안 살아남길 바라며.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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