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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공룡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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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공룡열전

: 여섯 마리 스타공룡과 노니는 유쾌한 공룡 입문

[ EPUB ]
리뷰 총점9.4 리뷰 20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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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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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2.87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9.4만자, 약 5.5만 단어, A4 약 122쪽?
ISBN13 978896462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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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박진영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생물학자이자 과학 저술가, 어린이 그림책 작가, 고생물 전문화가, 캐릭터·로고 디자이너, 자연사표본 수집가이자 파충류 애호가이기도 하다. 강원대학교 지질학과를 나왔으며, 전남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 사주신 공룡 장난감에 반해 공룡을 연구하고 싶어했고,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도마뱀 화석을 전공하는 고생물학자가 되었다. 그래도 공룡을 향한 마음은 지금까지 변함없다. “아직도 공룡 좋아하냐?”라는 친구들의 물음에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은 공룡이다”라고 말한다. 2012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중생대 거대 도마뱀 화석을 학계에 보고했으며, 현재는 거북, 악어, 그리고 새의 뼈화석을 연구하고 있다. 『어린이 과학동아』와 『과학동아』, 영화 [다이너소어 어드벤처 3D]의 자문에 응했으며, 현재는 『과학동아』에서 「파충류의 속사정」을 연재하고 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청소년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도 하며,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통해 고생물학의 다양한 가설과 최신 논문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태어난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 봄에는 새를 구경하고, 여름에는 사막에 가서 공룡을 발굴하며, 가을에는 배낭여행을 떠나고, 겨울에는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영화를 즐긴다. 최근에는 하모니카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니 가까운 미래에 인사동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필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꼭 아는 척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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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티라노사우루스류의 팔에 대한 최신 연구는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캠퍼스의 사라 버치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2014년, 버치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몸을 일으켜 세우는 동작보다는 끌어안는 동작을 더 잘했을 것으로 보고했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티라노사우루스는 뉴먼의 의견처럼 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팔을 사용했다기보다는 오즈번의 의견처럼 수컷이 배우자를 끌어안을 때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결국 티라노사우루스류는 중생대 최고의 터프가이임과 동시에 여자의 마음을 녹일 줄 아는 로맨티스트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연구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한 해답은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알 수 있을 것이다. --- p.29~30

그렇다면 티라노사우루스의 눈은 어땠을까? 정말 호너가 주장한 대로 눈이 작고 시력이 형편없었을까? 미국 오리건대학교의 켄트 스티븐스는 2006년에 티라노사우루스의 시력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티라노사우루스를 포함해 여러 공룡의 머리를 복원해서 두 눈의 시야가 얼마나 겹치는지에 대해 실험했다. 눈의 시야는 많이 겹치면 겹칠수록 거리판단 능력과 공간지각 능력이 향상되며, 포식동물은 교차시야가 넓을수록 더 활동적으로 사냥하는 경우가 많다. 실험결과, 알로사우루스와 같은 일반적인 카르노사우루스류는 양 눈의 교차시야가 약 20도 정도였지만 티라노사우루스는 최대 55도의 교차시야를 보였다. 이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다른 공룡들보다 눈이 앞을 향하며 사물을 더 입체적으로 보았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 앞에 서보면 마치 고양이처럼 눈이 똑바로 앞을 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p.53~54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 하나. 갓 태어난 어린 초식동물에게는 이런 유익한 박테리아가 위장 속에 없다. 위장 속의 박테리아는 유전되지 않기 때문에 부모에게서 직접 물려받을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날 코끼리, 코알라, 하마, 이구아나 같은 다양한 초식동물들은 부모에게서 간접적으로 박테리아를 얻는데, 바로 부모가 배설한 똥을 먹어서 박테리아를 물려받는 것이다. 매일 질긴 식물을 먹었던 트리케라톱스도 분명히 다량의 박테리아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어린 트리케라톱스는 원활한 소화를 위해 어른들이 배설한 똥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어린 트리케라톱스가 어른의 똥을 직접 먹었다는 화석증거는 없다. 그렇지만 트리케라톱스도 오늘날의 초식동물과 별다르지 않았을 것이고, 질긴 식물을 많이 먹었을 테니 소화를 위해 똥을 먹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맛나는 이유식은 아니었겠지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똥을 먹었을 아기 트리케라톱스의 모습을 상상하니 정말 눈물 난다. --- p.75

미국 유타자연사박물관의 스콧 샘슨은 뿔공룡의 현란한 뿔 장식과 프릴이 성선택sexual selection의 결과물이라고 믿는다. 오늘날의 동물들은 화려한 색상, 아름다운 소리, 기이한 몸 구조 등을 뽐내며 짝을 유혹하고, 유혹을 받는 이성은 이러한 것들을 보며 짝을 고른다. 수컷 인도공작Povo cristatus의 아름다운 꼬리깃털, 청개구리Hyla japonica의 맑은 노랫소리, 그리고 그린이구아나의 흐물흐물한 목주머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암컷 인도공작은 더 화려한 깃털을 가진 수컷을, 암컷 청개구리는 노래를 더 잘 부르는 수컷을, 그리고 암컷 그린이구아나는 더 크고 흐물흐물한 목주머니를 가진 수컷을 짝으로 선택한다. 이렇게 화려한 깃털, 멋진 노랫소리, 흐물흐물한 목주머니를 가진 배우자를 고르다 보니, 2세들은 부모에게서 화려한 깃털, 멋진 노랫소리, 그리고 흐물흐물한 목주머니를 물려받는다. 이러한 특징들이 대대로 전해지면서 변이가 반복되다 보면 결국 이들의 후손은 눈부시게 화려한 깃털,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노랫소리, 그리고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크고 흐물흐물한 목주머니를 얻게 된다. 공룡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게 샘슨의 주장이다. 뿔공룡은 길고 화려한 뿔과 넓은 프릴을 가진 이성을 배우자로 선택했고, 그 결과 자손들은 더욱더 화려한 머리 장식들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 p.83~84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왜 살로 덮인 두툼한 코를 가지게 되었을까? 사실 브라키오사우루스만 두툼한 코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코끼리만 한 초식공룡 이구아노돈과 세뿔공룡 트리케라톱스도 두툼한 코주부 공룡들이다. 다양한 공룡들이 두툼한 코를 진화시킨 이유는 아마 이것이 유용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이 공룡들은 그 큰 코로 무엇을 했을까? 오늘날 두툼한 살집의 코를 가진 대표적인 동물로는 코끼리해표Mirounga가 있다. 특히 수컷 코끼리해표는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큰 코주머니를 가졌는데, 이를 통해 체내의 수분이 콧구멍을 통해 증발해 날아가는 것을 막았다. 짝짓기 계절이 되면 수컷 코끼리해표는 육지로 올라오는데, 이때 모래사장으로 올라온 수컷은 아주 오랫동안 수분을 전혀 섭취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수분 절약용 코 주머니는 상당히 유용한 역할을 했다. 브라키오사우루스 또한 코끼리해표처럼 체내의 수분 유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런 특수한 코를 진화시켰는지도 모른다.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살았던 쥐라기 후기의 북아메리카 대륙은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환경이었는데, 혹독한 건기 때 이러한 큰 코가 유용했을 것이다. --- p.118~119

해수면이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육교를 건너다가 운 나쁘게 섬에 갇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동물이 섬에 고립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넓은 대륙보다 살 수 있는 땅이 작고 먹이도 적기 때문이다. 몸집이 큰 동물이 작은 섬에 고립되면 먹을거리가 부족하여 굶어 죽을 수 있다. 그래서 몸집이 큰 동물들은 섬에 갇히면 몸집이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몸집이 작을수록 섬을 넓게 사용할 수 있는데다가 적은 양의 먹이만 먹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키오사우루스와 같은 몸집이 큰 목긴공룡도 예외는 아니었다.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조상 중 하나는 유럽을 건너다가 작은 섬에 고립되는 바람에 몸집이 시내버스 네 대만 한 크기에서 마을버스 한 대만 한 크기로 줄어들었다. 이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난쟁이 친척은 2006년에 학계에 보고되었는데, 그 이름은 ‘유럽의 도마뱀’이란 뜻의 에우로파사우루스Europasaurus다. 브라키오사우루스와 똑같이 생겼지만 열여섯 배나 작다. 이처럼 큰 동물이 섬에 고립되어 크기가 작아지는 현상을 섬왜소증insular dwarfism이라고 하며, 오늘날에도 지구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p.130~131

당시에는 뼈화석을 직접 세워서 조립하는 기술이 없었던지라 맨텔은 오로지 머릿속에서만 뼈화석을 조립해야 했다. 그런데 뼈화석들을 자세히 관찰하던 중에 맨텔은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이구아노돈의 뼈가 도마뱀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이구아노돈의 다리 구조는 도마뱀과 많이 달랐는데, 일반적으로 몸의 옆으로 뻗는 도마뱀의 다리와는 달리 이구아노돈의 다리는 포유류처럼 아래로 곧게 뻗어 있었다. 그래서 맨텔은 이구아노돈을 소처럼 다리를 아래로 곧게 뻗은 동물로 그려야 했다. 다리 말고도 이상한 점은 한 가지 더 있었다. 흩어진 채로 발견된 이 거대한 파충류의 다리뼈와 척추뼈 사이에서 생뚱맞게 원뿔 모양의 뼛조각이 하나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숙련된 의사로서 해부학 지식이 풍부했던 맨텔에게 뼈들을 조립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 원뿔 모양의 뼛조각 때문에 맨텔은 머리를 긁적여야 했다. 이러한 뼈는 오늘날 살아 있는 그 어떤 동물에게서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얼른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이 원뿔 모양의 뼈를 꼬리에 붙일지, 아니면 다리에 붙일지….. --- p.169

노먼은 이구아노돈의 재미있게 생긴 손 모양을 자세히 연구했는데, 그는 각 손가락마다 모양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각기 다른 용도로 쓰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첫째 가시엄지는 몸을 방어하는 데에 필요한 무기로, 둘째 셋째 넷째 손가락은 단단하게 융합된 손뼈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몸을 지탱하는 용도로, 마지막으로 유연한 새끼손가락은 물체를 잡는 용도로 썼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마치 다양한 종류의 도구들이 여러 개 달려 있는 ‘맥가이버 칼(스위스 군용 칼)’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구아노돈의 손을 ‘맥가이버 손’이라고 부르고 싶다. 노먼의 이러한 아이디어는 오늘날까지도 대체로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다른 학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부분은 바로 가시엄지의 용도다. 노먼의 주장처럼 이구아노돈이 엄지를 이용해 육식공룡을 무찔렀다고 하기에는 앞다리가 조금 짧았기 때문이다. 이구아노돈이 자신의 가시엄지를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육식공룡이 이구아노돈의 목을 물어버릴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와야만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구아노돈이 목이 물리는 위험까지 감수해가면서 엄지를 무기로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p.191

영화 속 벨로키랍토르는 사람만 한 덩치의 무시무시한 사냥꾼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 벨로키랍토르는 큰 거위만 한 몸집에 고개를 높이 들어올린다 하더라도 성인의 허리까지밖에 닿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고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은 실제 벨로키랍토르를 보고 그 크기에 실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 빠릿빠릿한 육식공룡은 이름만 벨로키랍토르일 뿐, 사실은 벨로키랍토르와 비슷하게 생긴 데이노니쿠스라는 육식공룡이다. 영화 속 팀은 전혀 다른 공룡에게 벨로키랍토르라고 부르고 있었던 셈이다(자칭 공룡 마니아인 영화 속 팀은 공부를 더 해야 할 것이다). 그럼 어쩌다가 데이노니쿠스는 영화 속에서 벨로키랍토르가 되어버린 것일까? --- p.212

오스트롬이 가장 주의 깊게 관찰한 부위는 바로 데이노니쿠스와 시조새, 그리고 새의 손목이었다. 티라노사우루스, 알로사우루스 등 당시에 알려져 있던 대부분의 육식공룡들은 손이 앞으로 뻗어 있었으며, 마치 해병대 박수를 치는 군인들처럼 손바닥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물론 이 육식공룡들은 대부분 팔이 짧아서 시원스럽게 군인 박수를 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데이노니쿠스와 시조새, 그리고 새들은 반달 모양의 특수한 손목뼈를 가지고 있어서 손목을 좌우로 움직여 손을 옆으로 접을 수가 있었다. 손을 옆으로 접을 수가 있으니 긴 팔을 몸에 가까이 붙일 수 있었고, 덕분에 달리거나 방방 뛸 때 긴 팔이 걸리적거리지 않았다. 오스트롬은 데이노니쿠스와 새의 유사한 손목뼈 구조를 보며 생각했다. 혹시 새가 공룡에서 진화한 것이 아닐까? 얼마 지나지 않아 오스트롬은 자신의 이러한 생각을 논문에 언급했다. 새가 공룡에서 진화한 동물이라니. 다른 학자들은 이 가설에 황당해했다. “아이고, 그럼 어제 저녁에 먹은 치킨이 사실은 공룡이었네?”라며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 p.229

공룡의 체온체계가 오늘날의 동물들과는 전혀 달랐을 것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 내온성도 외온성도 아닌, 제3의 조절방식이 공룡에게 있었다는 의견이다. 2009년, 미국 유타대학교의 스콧 샘슨은 자신의 책 『공룡 오디세이Dinosaur Odyssey』를 통해 이 새로운 공룡 체온체계에 대한 가설을 소개했다. 공룡은 내온성과 외온성이 아닌 그 중간에 해당하는 중온성mesotherm이었다는 것, 바로 ‘골디락스 가설Goldilocks hypothesis’이다. 비록 내온성과 외온성의 중간에 해당하는 어중간한 체온체계이긴 하겠지만, 중온성은 이 두 가지 전략의 장점을 모두 갖출 수 있기 때문에 공룡에게 딱 좋다는 게 샘슨의 의견이다. 중온성은 상대적으로 내온성보다 몸의 유지비용을 낮추면서 외온성보다 효율성이 높다. 어찌 보면 가격 대비 효능이 좋은 체온체계인 셈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의 효율이 높아지자 공룡들은 남아도는 에너지를 성장과 번식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샘슨은 공룡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고, 현란한 과시용 볏 구조물들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p.239

사이타는 스테고사우루스가 넓은 골판을 가진 개체와 좁은 골판을 가진 개체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은 암컷과 수컷이 서로 다른 모양의 골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넓은 골판을 가진 스테고사우루스를 수컷이라고 추정했는데, 넓은 골판이 이성을 유혹하는 용도로 더 적합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고생물학자들이 사이타의 연구결과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넓은 골판을 가진 스테고사우루스와 좁은 골판을 가진 스테고사우루스가 서로 다른 종류의 공룡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이 다용도로 사용되었을지도 모른다. 체온조절용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과시용으로 쓰였을 수도 있고….하지만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이 방어용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스테고사우루스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육식공룡 알로사우루스는 스테고사우루스의 이 거추장스러운 구조물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유타 주에서 알로사우루스가 베어먹은 스테고사우루스의 골판화석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베어먹은 자국의 표면은 굉장히 깔끔했으며, 골판이 잘려나간 스테고사우루스는 알로사우루스의 공격에서 살아남아 몇 년을 더 살았다. --- p.290~291

얼마 지나지 않아 마시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논문들은 이 세상에 남았다. 그리고 마시가 남긴 논문들 때문에 수많은 공룡 책에서 스테고사우루스는 엉덩이로 생각을 하는 괴상한 동물로 그려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엉덩이에 뇌가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스테고사우루스의 머리뼈 속에 있는 진짜 뇌의 크기가 고작 호두만 했기 때문에 당시 일반인뿐만 아니라 일부 고생물학자들도 스테고사우루스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뇌가 두 개 필요했다고 믿었다(놀랍게도 요즘도 이런 걸 믿는 고생물학자가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고생물학자들은 이 빈 공간에 뇌가 아닌 글리코겐체glycogen body라고 불리는 기관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글리코겐체는 오늘날 살아 있는 공룡인 새한테서도 볼 수 있는 구조물이다. 자세한 용도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몸의 균형을 잡게 해주는 동시에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저장하는 곳으로 추정된다. 즉 스테고사우루스는 엉덩이 속에 있는 큰 공간을 마치 비상식량을 숨겨놓을 수 있는 큰 주머니처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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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공룡 책은 딱 두 가지다. 비전문가가 쓴 책은 한없이 단순하거나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공룡 연구가가 쓴 책은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데에 급급해 독자들이 공룡 세계에 대한 체계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방해한다. 한반도에서 최초로 ‘거대 도마뱀’ 화석을 발견한 젊은 고생물학자 박진영이 쓴 이 책은 다르다. 19세기에서 2015년에 이르는 공룡 연구를 다양한 시각에서 체계적으로 엮어내면서도 마치 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풀어낸다. 드디어 공룡 책다운 공룡 책이 나왔다. 세계 최초다.
- 이정모(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누구나 어린 시절에 한번씩은 공룡과 사랑에 빠지지만, 어른이 된 후에는 어느새 멀어져 있음을 깨닫는다. 어린이들이 볼 공룡 책은 넘쳐나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옆에 두고 읽을 책을 찾기가 어려워서 공룡은 가끔 영화에서나 만나는 사이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박진영의 공룡 열전』은 바로 그렇게, 어딘가 당연히 있었을 법하지만 정작 찾기는 어려웠던 책이다. 공룡과 사랑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손에 드는 순간, 옛사랑이 고스란히, 아니 최신 연구성과로 무장하고 더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심지어 아직 공룡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뒤늦은 열정에 빠질지 모른다. 그 이유의 일부는 글 잘 쓰고, 그림 잘 그리고, 재미있고, 잘생긴 저자 덕분이다.
- 이강영(경상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박진영 연구원을 알게 된 것은 과학 에디터 인생에 몇 안 되는 행운 중 하나다. 그는 한반도에서 나온 중생대 세계 최대 크기의 도마뱀 화석을 연구한 연구자일 뿐만 아니라 고생물학 이야기를 맛깔나게 할 줄 아는 재담꾼이다. 나는 그의 열정 어린 파충류 이야기에 넋을 잃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그가 드디어 책을 썼다. 진작 필력을 알아보고 『과학동아』에 지면을 열어주었으니 내용이야 원래 미더웠지만, 재미는 또 어떤지!

윤신영(『과학동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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