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잘하는 사람은 잘 살아가는 힘을 지닌 사람이다. 호기심과 도전, 소통과 문제해결력까지, 여행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니까 말이다.
여행하면서 만난 세계의 젊은이들은 어려움들을 잘 이겨내면서 즐겁게 여행하고 있었다. 우리가 만났던 18살의 독일 소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 년 동안 진로를 모색하면서 혼자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공부만 한 우리나라 고 3에 비하면 그 소녀는 이미 독립한 어른처럼 참 씩씩하고 의젓해보였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어떤 일을 하든지, 어디를 가든지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만 크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았던 것이다. 애들아, 여행 잘하는 사람으로만 커다오. 그럼, 언제 어디서든 인생을 멋지게 잘 살 수 있을 거야! --- p.89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날 하루 이야기를 들었다. 준이는 리암이라는 또래 남자아이와 친해져서 잘 놀았고, 은이는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시간이 금방 갔다고 했다. 다행히도 언어의 장벽은 그곳에서 생각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나 보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와, 너희들 어딜 가든 잘 살겠구나! 낯선 곳에서도 이렇게 잘 지내는 걸 보니….”
나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칭찬해주었다. 역시, 부모의 걱정은 기우일 때가 많다. --- p.109-114
“애들아, 우리 대장놀이 할까? 30분씩 돌아가면서 대장을 하는 거야. 나머지 사람은 대장 말을 잘 따라야 하고.”
아이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군대생활을 체험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떠올랐는지,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자, 그럼 준이부터! 대장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모두 열심히 걷는다! 내가 쉬자고 할 때까지!”
“네, 대장님!”
은이랑 나는 준이 대장님 말에 힘차게 대답했다. 앞장선 대장님은 물론, 대원들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30분 뒤, 이번에는 은이가 대장을 할 차례였다. 은이가 맨 앞에 섰다.
“대장님, 앞에 뭐가 보입니까?”
“조금만 더 가면 바다가 나올 것 같다!”
“네, 알겠습니다!”
은이, 준이, 나, 셋이서 돌아가며 대장을 했고, 이런 식의 대화를 계속 주고받으며 걸었다. 옆에서 보면 참 유치하게 보였겠지만 우린 나름 진지했고, 또 덕분에 힘이 났다. 작전 성공! 나는 속으로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만 간다면 오늘의 다섯 시간 트래킹도 고행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가 될 것 같았다. --- p.118-120
내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삶의 태도가 있다면 ‘재미와 의미’를 꼽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재미있게 살면서도 또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나도 그렇게 살고 싶고, 또 아이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삶의 태도이기에 그 길을 향해 노력하고 있다.
간디는 ‘내 삶이 내 메시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부모의 삶이 곧 아이에겐 부모가 전하는 메시지다. 아이들이 커서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은 부모의 잔소리가 아니라 부모가 살아온 삶이 아닐까?
수학 잘하는 능력은 물려줄 수 없지만, 재미와 의미를 찾아가고 어려움을 씩씩하게 헤쳐 나가는 삶의 태도는 물려줄 수 있기에 오늘도 나는 아이들과 미지의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 p.247
여행을 해보면 떠나기 전과 다녀온 후, 내 모습이 달라져 있는 걸 느끼게 된다. 그 변화는 꼭 눈에 보이는 성취가 아니더라도 편안한 휴식을 통한 힐링일 수도 있다. 또 새로운 배움과 깨달음, 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 그 어떤 스펙보다 매력 있는 스토리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경쟁이라는 잣대가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는 세상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나만의 색다른 이야기가 길을 밝히는 이정표가 되어줄 테니까.
--- p.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