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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학고재 산문선-1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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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31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6250052
ISBN10 895625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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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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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혜곡兮谷 최순우崔淳雨
1916년 4월 27일 개성에서 태어났다. 순우는 필명이고 본명은 희순(熙淳)이다. 1935년 개성 송도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할 무렵 미술사학자 고유섭에게 감화를 받아 한국 미술사 연구에 뜻을 세웠으며, '조선고적연구회'에서 활동하면서 개성의 여러 고고 유적지를 답사했고, 특히 고려 청자 연구에 관심을 기울였다. 고보 졸업 후 잠시 교편을 잡다가 1943년 개성 부립박물관에 들어가 한국 미술사 연구에 본격적으로 몸을 담기 시작했다.

1945년 서울의 국립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학예연구관·미술과장·학예연구실장 등을 거쳐 1974년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취임하였다. 작고하던 해인 1984년까지 40년 가까이 박물관에 봉직하며 당시 일반인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박물관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애정을 기울였다.

1950년부터 서울대 · 고려대 · 홍익대 · 이화여대 등에서 미술사를 강의했으며, 1960년 여름 '고고미술동인회(한국미술사학회 전신)'를 발족하여 전국의 유적지를 누비고 <고고미술>을 발간하여 한국 미술사 연구의 기초를 닦았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 대표·한국평론인회의 대표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한 1945년부터 5년간 문학지 <순수>의 주간을 맡았으며, 우리 문화재와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밝힌 주옥같은 글을 열정적으로 발표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문화의 참아름다움과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미술사 개설』『한국 공예사』『한국미 한국의 마음』 등이 있으며, 유고집으로 『최순우 전집』『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청사를 구(舊) 중앙청 건물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던 중 1984년 12월 16일 숙환으로 별세하였다. 유족으로는 딸 수정 씨가 있다.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양윤선(yunseon@yes24.com)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서 좋은 책으로 선정되어 새삼 대중에게 알려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혜곡 최순우 선생의 산문집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유고집 『최순우 전집』에서 좋은 산문만 가려 뽑은 산문집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가 바로 그것이다. 1943년 개성 부립박물관을 시작으로 1974년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취임하여 1984년 작고할 때까지 40여 년간 박물관에서 살다 떠난 최순우 선생은 한국미술사학과 평론의 토대를 구축하여 우리 문화재의 보존에 노력한 학자이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속속들이 깨우쳐주는 글들로 이루어진 책이라면,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는 그러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마음씨를 엿보게 하는 책이라고 출판사는 설명한다.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창호지, 가을비에 촉촉이 젖은 낙엽, 돌에 물을 주며 바라보고 기르는 모습, 무를 잘라내 키운 무순이 피워낸 보랏빛 꽃에서 간절한 생명을 읽는 마음씨, 스위스 목장에서 얻어온 소방울을 대청 툇마루에 걸어두고 소리를 즐기는 모습 등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 발견해내는 아름다움에 대한 글들이 쓰여 있는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는 `아름다움'에 관한 책이다. 김환기, 장욱진, 전형필 등 많은 예술인과의 아름다운 인연에 대한 글들과, 옛 그림과 도자기 등의 아름다움에 대한 글들도 실려 있어 선생이 안내하는 아름다움의 세계를 느껴볼 수 있다. 특히나 “무리하지 않는 아름다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소박한 아름다움, 호젓한 아름다움, 그리움이 깃들인 아름다움, 수다스럽지 않은 아름다움, 그리고 이러한 아름다움 속을 고요히 누비고 지나가는 익살의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한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눈뜨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중년의 남자들끼리 손목시계를 바꿔 차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든지, 서역에서 온 당나라 때 서양 여인의 미라가 전쟁통에 부서진 것을 보고 느끼는 분노와 적요한 마음, 피난 가느라 남겨두고 갔던 개 바둑이와의 해후 등,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선비'로 불리던 혜곡 선생의 이면에 숨은 따뜻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는 산문들이 실려 있어 더욱 정겹다.

“자연이나 조형의 아름다움은 늘 사랑보다는 외로움이고, 젊음보다는 호젓한 것이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은 공감 앞에서 비로소 빛나며 뛰어난 안목들은 서로 그 공감하는 반려를 아쉬워한다. 반려 없이 보는 아름다움은 때로는 아픔이며, 때로는 외로움과 호젓함이며, 때로는 그 의미를 잃는다. 사랑을 잃은 사람의 눈에 세상이 빛을 잃어 보이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라며 자연과 조형물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즐거움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있다. 요사이 산문들과는 많이 다르게 무게가 있고 점잖은 맛이 느껴지는 글들이, 옛 것이 그리워지는 가을에는 아주 잘 어울린다.

한평생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보존하고자 노력했던 최순우 선생이 이야기 하는 `내 것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에 함께 앓아보고 함께 나누어보는 일도 즐거움을 줄 것이다. 빛보다 빨리 변하는 시대라지만 가끔은 한 발 물러서서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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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겨울바람이 불어닥쳐 오면 이 고운 용담꽃들은 그만 기진해서 눈 쌓인 산기슭에 갈색의 촉루를 남기고 죽어 가지만, 져 버린 삶이 아니라 불태워 버린 삶처럼 이 꽃의 마른 꽃가지마저 나는 좋아한다. 용담이나 억새 같은 마른 꽃가지를 길게 꺾어다가 백자 항아리에 꽂아 놓고 한겨우내 바라보면 싱싱하게 살아 있는 꽃가지보다 더 속삭임이 절실해서 마음이 늘 차분하게 가라앉는 까닭을 알 듯도 싶어진다.
--- 본문 중에서
가벼운 여름 단장을 한 한 앳된 여인이 마치 사진이나 찍으려는 듯이 포즈를 취하고 서 있는 모습, 나긋나긋한 두 손으로는 가볍게 앞가슴에 달린 삼작노리개를 매만지고, 무거울 듯 머리 위에 큰 트레머리가 멋들어지게 얹혀 있으나 반듯한 맑은 이마 위에 선명한 가르마를 반쯤만 가린 풍경이 오히려 날아갈 듯만 싶게 경쾌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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