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말한 국회의원의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라는 말은 상당히 애매한 표현으로써 섣불리 말하면 역효과가 날수 있다. 이럴 때는 “우선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편이 좋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상대방의 요구나 항의의 내용을 “알아보겠다”고 하는 의미일 뿐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이다”라는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 즉 상대방의 요구를 “인정하겠다”는 뉘앙스는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런 말은 들어 줄 수 없어” “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라는 답변을 예상하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상대방에게는 이 “알아보겠습니다”라는 말이 “인정하겠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처럼 들린다. 주의할 점은 “알아보겠습니다”라고 말할 때 상대방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한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에 발린 말처럼 쉽게 들리게 되면 심리적으로 아무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여운을 남겨라」중에서
“제가 여러 교수님들의 말씀을 들어보았지만 역시 여러분들 사이에도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래서야 저도 결정을 내릴 수 없으니 더 깊이 생각하여 다시 오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누구도 반발할 수 없는 방법으로 총장은 결국 의견안의 수용을 거부하였다. 우리들은 보통 ‘전체의 뜻’이라든지, ‘합의’라는 말을 들으면 반론을 제기할 가능성을 아예 처음부터 포기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구태여 민주주의 원칙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일치된 결론이라는 점을 내세우면, 그 결론이 옳고 그른지의 여부를 따지기는 할지언정 결론 자체를 뒤엎을 수 있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어떤 결론일지라도 대다수가 지지한다고 하면 그것이 곧 결정사항이 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집단이 항의한 요구를 거부하기 위해서는 그 요구 내용을 문제시하지 말고, 정말 ‘일치된’ 의견인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의견을 물어 거절하라」중에서
그런데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 든 사람들의 입장에서 직접 해 보려고 하면 전혀 간단하지가 않다. 물론 어렵다고 말하면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고는 한다. 하지만 강사들이 아무리 공손하게 말해도 자기들 입장에서는 근본적으로 간단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인식되어 있기 때문인지, 듣는 쪽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세세하게 가르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장년층이 이해를 못한 채 결국 좌절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 이유이다. 남에게 뭔가를 가르칠 때 간단하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 그 사람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파악한 뒤에 이것저것 쓸데없는 것들은 빼놓고 상대방이 원하는 부분만 가르치면 된다. 단적인 예로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고 싶다면 마우스 조작부터 가르치면 되지, 반드시 매뉴얼대로 가르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해 주어라」중에서
속는 사람들 쪽에 많은 허점이 있다는 것을 사기꾼은 알고 있다. 대표적인 사기 수법으로는 높은 학력, 좋은 가정 배경, 풍부한 재력을 빙자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높은 신분과 저명한 이름, 여러 가지 직함, 큰 수(數)에 사람들은 약하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작은 금액보다는 큰 금액에 약하다. 큰 금액을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스케일을 믿어 버리는 것이다. 또 같은 내용이라도 활자로 인쇄한 것이나 컴퓨터로 제작한 것은 의심하지 않고 믿어 버린다. 기계에 대한 현대인의 신뢰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 사실과 어긋나도 신문 기사로 나온 것은 그대로 믿어 버리는 경우 역시 많은데 ‘활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직 장관, 박사, 신문기자라는 말이 나오면 주눅이 들어 정확한 판단이 흐려진다. 말솜씨에 속기 전에 권위에 먼저 속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