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생.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철학과 석, 박사. 현재 예원예술대학교 부교수. (사)전북독립영화협회 회장. 저서로 『평등한 사랑이 아름답다』, 『현대 독일철학과 인간』, 『철학으로 가는 길』(공저), 『전주에서 영화를 읽다』(공저), 『전주에서 영화를 읽다 2』(공저) 역서로 『실존과 혁명』, 『개인과 휴머니즘』, 『역사와 철학』외 다수.
가부장제 사회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저항하는 여성은 과연 어떤 남성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일까? --- p.26
철학자들이 인정하고, 수많은 경험적 연구가 보여주었듯이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더 합리적이고 냉철하고 보편적으로 사유하는 경향이 있고,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더 뛰어난 감수성과 이해심, 공감과 상상력 등의 능력을 갖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실은 남성들의 실제적 삶과 여성들의 일반적 삶의 성격 차이에서 연유한 것이다. 공적인 삶을 영위하는 남성들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은 바로 보편적인 법의 지배, 공정한 게임 룰의 확립이며, 이때 요구되는 것이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사유능력이다. 이에 반해 주로 사적인 삶을 영위해온 여성들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은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필요와 욕구에 대한 민감한 이해와 공감 및 배려이며, 가사 노동과 육아 노동은 여성들에게 엄격한 자율성 보다는 따뜻한 포용력을 더 요구한다. --- p.34
인간의 삶이 어차피 다면적 차원, 다중적이고 중층적인 층위를 갖고 있는 것이라면, 가부장제에 대한 우리의 시각 역시 다차원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가부장제를 극복하려는 우리의 노력 역시 다면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 p.67
대부분의 가족이 그러하듯이 우리의 가족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 아니 행복은커녕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면서 남들도 주지 않는 상처를 서로에게 끊임없이 그어댄다. 내가 준 상처 때문에 가족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는 것에서 우리가 기쁨을 느낄 리 없다. 그러나 나도 모르는 힘에 이끌려 우리는 계속 똑같이, 반복적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아마도, 그러하기에 우리의 삶은 행복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 p.78
고통을 감내한 용기에 의해 찾아진 진실과 자기의 결핍을 숨기고 싶어 하는 유혹인 거짓 사이에는 이렇듯 커다란, 깊고 깊은 심연이 가로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