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석 : 박사님 뭔가를 쓰려고 하면 늘 막막해져요. 도대체 뭘 써야 하는 거죠? 아주 멋있게 시작하고 싶은데 전 아는 것도 없고, 재미난 이야기도 생각나지 않아요. 고 박사 : 글쓰기를 할 때 가장 좋은 출발은 자신의 경험을 글로 써 보는 거야. 보담 : 어떤 경험을 글로 쓰는 게 좋을까요? 고 박사 : 아주 간단하지. 실제로 해 본 것들, 또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깨달음 등은 모두 글을 쓸 때 좋은 소재가 된단다. 다음과 같은 것은 모두 좋은 글감이 되지.
1. 매일 매일의 일상 / 2. 남에게 들은 이야기 / 3. 보고 배운 것 4. 나만의 독특한 추억 / 5. 책을 읽거나 영화를 관람하거나 음악을 듣고 생각한 것 6. 맛있는 음식을 먹은 후 기분 / 7. 새로운 사람을 만난 느낌
재석 :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경험이 없어요. 고 박사 : 금세 떠오르지 않는 건 네 경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네가 기억해 내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기억해 줄 때 비로소 네가 겪은 경험은 의미가 있거든. --- pp.29-30
동식물이나 사물을 주인공으로 글을 써 보자
고 박사 : 재석이는 뭐가 되어서 세상을 보고 싶니? 재석 : 저는 가죽장갑이 되어서 세상을 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따뜻하고 멋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가죽 장갑인데 어떤 아이가 장갑을 사 가지고 그걸로 주먹질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는 원래 손을 따뜻하게 해 주는 멋진 패션 용품인데 자기가 아이들을 두들겨 패는 데 쓰여서 슬퍼하는 내용이면 좋을 것 같아요. 고 박사 : 그러면서 학교 폭력의 안 좋은 점을 묘사하면 되겠구나. 보담이는? 보담 : 저는 제 볼펜이요. 공부 열심히 하는 애들은 필기하는 힘도 아깝다고 제일 잘 나오는 볼펜을 사거든요. 매끄럽게 잘 써지는 볼펜이 주인공이 되어서 공부 잘하는 애, 못하는 애, 혹은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인생을 마감하는 소감을 쓰게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민성 : 저는 제 스마트폰을 주인공으로 해서 글을 쓰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수많은 동영상을 찍으면서 스마트폰이 사람들 살아가는 걸 알아 가는 내용으로요. --- pp.104-105
동식물이나 사물을 주인공으로 글을 써 보자_글쓰기 예문
우리는 길고 긴 여행을 시작했어요. 마대 자루는 통째로 들리어 한참을 흔들리고 떠밀리며 낯선 곳을 향해 달려갔죠. 그곳은 실을 만드는 제사 공장이었어요. 우리는 기계에 들어가 거칠게 흔들리고, 씨가 빠지면서 섬유질만 남았지요. 그 와중에 나도 다른 섬유질들과 함께 기계 안으로 끌려들어 갔어요. 쇠로 만든 갈고리들은 우리를 갈가리 찢고 분류하고 뒤섞어 흔들었어요. 그리고는 각종 첨가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우리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화학 섬유들이 들어와 섞이고 뒤엉키더니 우리는 가는 구멍으로 밀려 나가면서 꼬이기 시작했어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우리는 빠른 속도로 꼬이며 무언가에 감기기 시작했어요. 기계적으로 꼬이며 감기더니 결국 나는 완제품이 되었어요. 기계는 나에게 비닐 포장을 씌우고 스티커를 붙였지요. 그건 비로소 섬유질이 모여 실이 된 나의 이름이었답니다. 맞아요, 울트라 화이트. 나는 울트라 화이트라는 실타래로 거듭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