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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용기

조용한 용기

: 한반도 남도 끝의 고요한 변화

오제신 | 홍림 | 2008년 12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4 리뷰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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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13000g | 153*224*20mm
ISBN13 9788996028116
ISBN10 8996028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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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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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아주 고약한 것이 하나 있다. 우리가 섬에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방목되어 살고 있었던, 야생화 된 염소다. 요즘은 이 염소를 산양이라고 많이 부른다. 산양이라고 하면 알프스나 설악산에서 품위 있고 고고하게 사는 진짜 야생 염소가 연상되지만 우리 섬의 녀석들은 정말 혐오스런 놈들이다. 지금 섬에 남아서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염소는 10여 마리 정도 된다. 그런데 그놈들 덕분에 한해에 몇 차례씩은 주민들 간에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 다음 날 나는 아내 모르게 면사무소가 있는 도초도 약방에 쥐약 다섯 병을 주문했다. 그리고 창고를 뒤져 작년에 사 놓은 잡초제거제와 농약이 아직 남아 있는 걸 찾아냈다. 후박나무 어린잎에 붙은 송충이를 잡으려고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염소들이 다시는 편백나무 곁에 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궁리하다가 우선 농약을 나무줄기에 발라 주기로 했다. 농약을 좀 진하게 풀어서 나무줄기에 발라주면 염소들이 껍질을 벗기기 위해 줄기에 입을 댔다가 농약 맛에 질겁을 해서 다시는 편백나무 곁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다음날, 나는 동네 사람들 보이지 않게 농약살포기를 지고 깨밭으로 갔다. 벌레를 죽이기 위함이 아니어서 희석률을 높여 분무 살포기를 이용해 편백 줄기를 빙 둘러 뿌려 주었다. 염소에 대한 증오심으로 일이 힘 드는 줄도 몰랐다. 농약 방법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염소가 좋아하는 사철나무 잎을 뜯어서 쥐약을 발라 편백나무 밭 한가운데 쌓아 놓을 작정이었다.
열흘 후에 가 봤다. 다시 손을 바짝 들었다. 지난 번 입을 대지 않아 간신히 남아있던 나머지 30주까지 완벽하게 줄기 껍질이 다 벗겨져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도 철저하고 완벽하게 한 그루 성한 놈을 남기지 않을 수 있을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며칠 동안 섬을 둘러 싼 습기 먹은 겨울 안개와 어제 내린 빗방울이 줄기에 묻은 농약을 씻어 내렸나? 아니면 농약 정도는 염소에게 고춧가루 정도의 양념인가?
--- 「염소 심보」 중에서

2001년 8월 신안교육청으로부터 폐교가 되어 문을 닫은 도초 서초등학교 동소우이도 분교와 죽도 분교를 매입했다. 죽도는 2000년 가을 마지막 주민이 떠나면서부터 무인도가 되어 있었고, 동소우이도(동리)에는 11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그동안 동리에는 우리 부부가 들어와 자리를 잡았고, 혼자 사는 선장이 홀몸인 과부를 찾아와 눌러앉게 되고, 30년 전에 섬을 떠났던 할머니 한 분이 뭍에서 힘겹게 사는 자녀들을 떠나 들어왔고, 나이 든 목사님 부인이 뭍에서 정년은퇴하고 들어왔다. 그 동안 세분이 죽었다. 한 분은 노환으로, 또 한 분은 10년 전 수술한 간암 재발로, 또 한 분은 원인 모르는 갑작스런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지금은 노인 세 분이 뭍의 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요양원에 가 있어 우리 부부를 포함해 10명의 주민이 섬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어떠하든 나는 학교를 매입하던 다음해 여름, 2개월에 걸쳐 폐교를 수리해서 17평짜리 한 칸 교실은 사무실과 무인도서의 야생 생태계 회복을 위한 공간으로, 9평짜리 관사는 우리 부부의 살림집으로 바꿨다. 그리고 '섬사랑학교'라는 간판을 붙이고 개교를 기념하는 예배를 드렸다. 2003년 4월 직장을 접고 섬으로 들어오면서 나의 섬 생활이 시작 되었다. 아내는 서울 집이 팔린 그해 9월이 지나서 섬으로 들어왔다.
섬 사랑학교는 물론 교육청에서 관리하는 학교가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대안학교도 아니다. 조직이나 시스템이 구비된 학교도 아니고 특별한 커리큘럼을 갖고 있지도 않다. 물론 선생도 없고 학생도 없다. 옛날 학교 건물이어서 그냥 학교라 이름 붙였다고 하는 것이 옳은 답이다. 웃기는 얘기로 나는 교장, 아내는 교감이라고 부를 뿐이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우리 부부와 함께 원시야생자연에 대한 꿈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개방된 자연체험현장이라고 하는 게 학교 설명에 비슷할 것 같다. 지난 6년간 우리부부의 섬 생활이 바로 섬 사랑학교의 이야기다.
그 동안 이곳에 찾아온 사람들의 얘기를 통해서 섬사랑학교가 했거나, 해야 할 일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곳까지, 목포에서 3시간 가까운 뱃길이 쉽게 찾아올 수 있게 하는 곳이 아니다. 더구나 서울서 출발 한다면 서울서 목포까지 4시간 이상 걸리는 찻길, 무시할 수없는 여비, 혹시 주의보가 떨어지면 끊길 수도 있는 뱃길에 대한 리스크를 생각하면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결코 아니다. 섬을 방문한 사람들의 특별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그들의 수고에 감사한다. 기록으로는 지금까지 62팀이 방문했다. 1년에 평균 10팀인 셈이다. 혼자 방문하기도 했고 15명이 함께 방문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방문객 총 수는 189명이다.
--- 「섬사랑학교」 중에서

섬마을에서의 미역 채취는 유일한 마을공동 작업이다. 옛날부터 이 섬에서 나오는 자연산 돌미역은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값도 최고로 받아왔다. 이곳에서는 미역 20장을 한 뭇으로 해서 대개 15만원에서 20만원을 받는다. 해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각 집마다 평균 대여섯 뭇을 내다 판다. 미역은 청정지역의 수면 아래 갯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다 자라면 길이가 7-80cm가 되고 모양은 백제에서 건너가 일본의 국보가 된 칠지도七支刀 형상이지만 잎이 여러 장이다.
이 미역이 7월 중순경이면 다 자라는데, 대개 7월 중순에서 8월 초순 사이 사리 날을 전후해 간조시간을 잡아 작업을 한다. 그러나 주의보가 떨어지거나 파도가 일면 작업을 할 수 없다. 작업한 다음 날 비가 오면 애써 맨 미역을 상품(上品)으로 만들 수 없어 기상예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주민들의 신경을 가장 날카롭게 곤두세우는 것은 공동 채취한 미역을 분배하는 문제다. 미역작업을 할 때는 오래 전에 뭍으로 떠난 사람들도 섬으로 들어온다. 연고지라는 것이다. 요양원에 나가있는 할머니는 딸이나 며느리를 보낸다. 아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금년 봄에 돌아가신 할머니 집에서는 큰며느리가 들어온다고 연락이 왔다. 여기서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일부러 늦게 연락을 해 미역 매러 섬에 못 들어가게 하는 것 아니냐?
아직 미역이 충분히 자라지 않았을 건데 벌써 미역을 매냐? 다음 사리 때 하면 안 되냐?
무슨 소리냐, 섬에서 날마다 미역 자라는 걸 보는 사람들 눈깔이 먼 줄 아느냐, 그리고 그때 꼭 날씨가 좋다는 보장도 없고, 그 사이 태풍이라도 한번 지나가면 미역 잎이 다 떨어질 것 아니냐?
……
--- 「탐욕의 계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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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에서 근무했던 오제신과 그의 아내 지정희, 그들 부부를 보면 늘 행복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월드비전 근무할 당시 미국 출장을 다녀 올 때 마다 할리우드의 전설이 된 유명배우들의 전기와 사진첩을 구해 주며 나를 격려해 주었던 그가, 그러던 어느 날 홀연히 우이도 오지 섬으로 떠나버렸다. 마치 소로우처럼. 얼마 후 그곳이 월든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았다. 바쁜 스케줄로 아직 섬에 방문하기 전인데, ‘그 섬’에 가기 전 『조용한 용기』를 먼저 읽게 되어 너무도 고맙고 감사하다.
김혜자(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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