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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 미
eBook

메이크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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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9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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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2.86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9.5만자, 약 9.2만 단어, A4 약 185쪽?
ISBN13 9791186009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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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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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정경호
시인 겸 전문번역가. 지은 책으로 『용미리』,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퍼스널』, 『네버 고 백』, 『1030』, 『원티드맨』, 『어페어』, 『악의 사슬』, 『나이트 폴』, 『당신에게 집중하라』, 『스티븐 호킹, 천재와 보낸 25년』, 『잭 캔필드의 어머니를 위한 101가지 이야기』, 『지속가능 경영의 절대조건 위기관리』, 『탐욕의 경제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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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스 레스트(Mother’s Rest). 그게 바로 리처를 그 정거장에서 내리게 만든 이유였다. 여행지도 위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이름.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깃들어 있을 것만 같았다. 철도와 옛 시절의 역마차길이 바로 거기서 교차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아주 오래전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전설처럼 품고 있는 동네가 아닐까. 역마차를 타고 서부로 향하던 어느 젊은 임산부가 그 지점에서 산통을 겪게 되었던 건 아닐까. 결국 역마차는 멈춰 서고 그대로 2주, 혹은 한 달가량 머물러 있었던 게 아닐까. 세월이 흐른 뒤 그 임산부와 아기의 후손 가운데 누군가가 그 일을 기념하기 위해 마을의 이름을 마더스 레스트로 지은 게 아닐까. 가문의 뿌리. 동네 어딘가에는 한 칸짜리 박물관도 있지 않을까.
--- p.8

기차역의 여인이 끈적끈적한 테이블 위에 명함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그걸 리처 앞으로 밀어 보냈다. 명함 위에는 푸른색과 금색이 뚜렷이 대비되는 관공서 직인이 찍혀 있었다. 연방정보부, 특수요원 미셸 장. 리처가 말했다. “당신 명함이오?” “네.” 그녀가 말했다. “만나서 반갑소.” “나 역시.” 그녀가 말했다. “당신이 내게 반가운 사람이길 바라요.” “FBI가 나 같은 사람에게 뭘 알아내고 싶어서 질문을 하시는지?” “은퇴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누가?” “내가요. 더 이상 FBI 요원이 아니에요. 현역 시절의 명함이에요. 몇 장 챙겨서 나왔어요.” “위법 아니오?” “아마도.” “그런데도 내게 이걸 제시한 이유는?” “당신의 주의를 끌어볼까 해서요. 날 믿어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현재 내 신분은 사설탐정이에요. 하지만 호텔에서 사진 찍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아요. 그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군요.” “이유는?” “난 당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알아야겠어요.”
--- p.25

한 변의 길이가 9센티가량 되는 정사각형이었다. 한쪽 면의 끄트머리에는 접착제가 길게 발라져 있었다. 포스트잇 뭉치에서 떼어낸 낱장의 메모지. 종이는 네 번 접혀 있었다. 최소한 한 달 이상 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던 게 분명했다. 접힌 자국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네 귀퉁이는 모두 닳았으며 표면은 마모된 상태였다. 카드를 튕길 때처럼 두 손가락으로 날렸을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통을 지나쳐 묘지로 떨어진 것이다. 리처가 접힌 종이를 펴서 고르게 매만졌다. 바깥 면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비어 있었다. 끈적끈적한 이물질들과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묻었을 희미한 검정 얼룩이 전부였다. 그가 종이를 뒤집었다. 안쪽 면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는 뭔가가 적혀 있었다. 볼펜으로 서둘러 갈겨 쓴 듯했다. 전화번호 하나, 그리고 ‘사망자 200’이라는 메모.
--- p.85

“우린 뭘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소.” “종이쪽, 수첩, 공책, 메모첩, 그 밖에 뭐든 그 위에 뭔가를 적을 수 있는 것들. 일단 눈에 띄는 대로 모두 집어 들고 나오는 거예요. 내용은 나중에 확인하고.” “좋소.” 리처가 말했다. “창을 깹시다.” 아홉 개 가운데 문손잡이에서 가장 가까운 유리창이었다. 높이는 리처의 팔꿈치보다 낮았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몸을 움츠리고 팔꿈치에 스냅을 주어 가격한다, 테두리에 붙어 있는 조각들을 제거한다, 한쪽 팔을 어깨까지 집어넣는다, 그쪽 팔꿈치를 굽히고 손목을 몸통을 향해 꺾은 뒤 안쪽 손잡이를 돌린다. 리처가 일단 바깥쪽 손잡이를 잡고 비틀어보았다. 어느 정도의 힘이 필요한지를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가늠할 필요가 없었다. 문이 부드럽게 안으로 열렸다. 문턱 바로 앞바닥에는 현관 매트가 깔려 있었다. 문설주에는 과연 경보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다. 작은 흰색 상자, 그리고 같은 색으로 칠해진 전선. 리처가 귀를 기울였다. 장치가 작동했다면 경보음은 30초간 지속될 것이다. 그사이에 작동을 해제하지 않으면 그다음은 사이렌이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경보음은 없었다. 장이 말했다. “뭔가 잘못됐어요.”
--- p.112

마더스 레스트에서부터 남쪽으로 32킬로미터 떨어진 곳, 다림질한 청바지와 드라이한 머리 매무새의 사내가 유선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은 종합보험서비스 제공자였다. 아직은 종합이라고 할 수 없지만. 용건은 감시 전문가 해켓의 첫 번째 보고 내용 전달. ‘웨스트우드와 여자 사이에 이루어졌던 6분간의 휴대폰 통화. LA 시간으로 미루어 웨스트우드의 소재는 자택, 주변의 소음으로 미루어 장이라는 여자의 소재는 공항. 여자의 얘기에 따르면 군 출신 동료와 동행. 통화 중에 여자가 사망자 수 언급. 잉글우드의 커피숍에서 만날 약속을 정한 후 통화 종료.’
--- p.184

총구가 들어 올려졌다. 사내가 말했다. “움직이지마.” 리처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 이제 거의 문 앞이었다. 사내가 말했다. “쏘겠다.” ‘넌 못 쏴. 문 앞이 아니라 거실 깊숙한 곳에서 쏘고 싶기 때문이지. 나는 들어 옮기기에는 너무 무거워. 그리고 영화 속의 소음기와 실제 소음기는 다르잖아.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가 아니야. 소음기 없는 총소리보다 살짝 작을 뿐, 이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질 만큼 큰 소리가 난다고.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복도에서 방아쇠를 당긴다면 말이야.’ ‘그러니 넌 못 쏴.’ ‘아직은 못 쏴.’ 사내가 말했다. “그 자리에 멈춰 서.”
--- p.284

그가 물었다. “맥캔이 부인께 자신이 찾고 있는 웹사이트에 관해서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까?” 노부인이 말했다. “아뇨.” 화면에서는 덤불 속에 누운 검은 형체 주위에 사내들 여럿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형사들과 검시관. 리처에겐 익숙한 장면이었다. 누워 있는 형체 곁에 쪼그리고 앉았던 적이 몇 번이었던가. 그중에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화면 속의 형체는 아니란 걸 그는 알 수 있었다. 긴박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서두르는 기미도 없었다. 외쳐대는 목소리도 없었다. 들것도 없었다. 정맥 주사도 없었다. 산소호흡기도 없었다. 심폐소생술도 없었다. 링컨파크 살인사건. 노부인이 말했다. “피터예요, 맞죠?”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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