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충청북도 청원에서 태어났으며, 충북대학교 지리교육과를 졸업했다. 1998년 ‘어린이동산’에 중편동화 《신발귀신나무》가 당선되어 어린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자란 경험이 동화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키 작은 풀, 꽃, 돌멩이, 나무, 아이들과 눈 맞춤하며 동화를 쓰는 일이 참 행복하고, 좋은 동화를 쓰고 싶은 욕심이 아주아주 많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신발귀신나무》 《교환 일기》 《금자를 찾아서》 《선녀에게 날개옷을 돌려줘》 《일기똥 싼 날》 《사춘기 가족》 《나도 책이 좋아》 《뚱뚱해서 싫어?》 등이 있다.
그림 : 이효실
중앙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영국 킹스턴대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린 책으로는 《지구 영웅 페트병의 달인》 《맨날 내만 갖고 그런다》 《내 친구는 외계인》 등이 있다.
아이들은 꿈이 참 많았어요. 비행사, 프로게이머, 축구 선수, 가수, 제빵사…… 꿈이 여러 개여서 그중 무엇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는 아이도 있었어요. 은찬이는 도무지 되고 싶은 게 하나도 없는데 말이에요. 드디어 은찬이 차례예요. “저는 꿈이 없어요.” 은찬이 말에 선생님과 친구들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지금까지 꿈이 없다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거든요. “은찬아, 잘 생각해 봐. 좋아하는 게 하나는 있을 거야.” “그냥 다 귀찮아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은찬이 말에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렸어요.
일요일, 은찬이가 거실에서 뒹굴뒹굴하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어요. 손에는 태극기를 다는 깃대를 들고서요. 리모컨이 고장 나 소파에서 텔레비전까지 오가는 게 귀찮았거든요. 그래서 긴 깃대를 뻗어 채널 단추를 눌렀지요. 아빠가 은찬이 손에서 깃대를 뺏어 들며 말했어요. “은찬아, 텔레비전 그만 보고 아빠랑 배드민턴 치러 나가자.” “싫어요. 더워요.” “그럼 자전거 탈까? 자전거 타고 호숫가를 달리면 시원할 거야. 응?” “싫어요.” 아빠가 화를 참는 듯 숨을 깊게 들이마셨어요. “그럼 수영장 갈래? 너 어렸을 때 수영장 가는 거 좋아했잖아. 아빠가 수영 가르쳐 줄게.” “싫어요. 귀찮아요!” 결국 부드럽던 아빠 목소리가 거칠어졌어요. “넌 어떻게 된 게 뭐든지 다 귀찮고 싫대? 하루 종일 뒹굴뒹굴, 네가 굼벵이야?” 일요일 하루라도 편히 쉬면 안 되나요? 토요일에도 미술 학원에, 숙제에, 학습지 등등 쉴 이 없었단 말이에요.
할머니 댁에 온 지 벌써 두 주가 넘었어요. 은찬이는 하루 종일 놀아도 할머니가 잔소리를 하지 않으니 천국에 온 것 같았지요. 은찬이는 뒹굴뒹굴하며 텔레비전도 보고, 할머니와 밭에도 가고, 개울에서 물놀이도 했어요. 그러다 심심하면 방학 숙제도 하고 일기도 썼지요. 아무도 잔소리를 하지 않으니까 신기하게 스스로 하고 싶단 생각이 들지 뭐예요! 그리고 하나 더, 누가 깨우지 않아도 일찍 눈이 떠지는 거예요. 새벽 다섯 시에 할머니가 일어나시면, 은찬이도 여섯 시쯤 깨어났어요. 은찬이가 일어나면 할머니가 아주 장한 일이라도 했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