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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게임

심리 게임

: 교류 분석으로 읽는 인간 관계의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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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437g | 153*224*20mm
ISBN13 9788991799417
ISBN10 8991799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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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자’ 게임
허구한 날, 술을 마시는 알코올 중독자 남편이 있다. 그는 매일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시고 아내를 때리고 집안 가구를 부수고는 다음날 아침이 되면 아내와 가족 앞에서 잘못했다고,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싹싹 빈다. 그러나 그날 저녁이면 어김없이 어제와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 이럴 때 아내는 중독자 남편의 봉(호구)도 되고 박해자도 되고 구원자도 된다. 한밤중에는 봉이 되어 남편의 옷을 벗기고 꿀물을 타주고 두들겨 패는 대로 맞아주다가, 아침이면 박해자가 되어 남편을 호되게 꾸짖는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구원자가 되어 남편에게 달라질 것을 간청한다. 이런 일이 지속되어 막바지에 이르면 때로 아내의 육체적 기력이 떨어져 봉 역할만 하기에도 벅차 구원자와 박해자 역할을 포기하게 된다.
실제 삶에서 봉 역할은 주로 주인공의 어머니가 맡는 경우가 더 많다. 아들에게 돈을 주기도 하고 아들을 이해해주지 않는 며느리에 대해서 아들을 동정한다. 때때로 봉 역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필수적이지는 않은 또 다른 역, 즉 부추기는 사람으로 바뀌기도 한다. 부추기는 사람은 요청하지 않아도 “오셔서 같이 한잔 합시다.”라고 말하면서 술을 제공하는 ‘좋은 녀석’이다.

게임 분석에서는 ‘알코올 중독자’나 ‘알코올 중독인 어떤 사람’은 없다. 다만 일정한 유형의 게임에서 알코올 중독자라 불리는 역할이 있을 뿐이다. 과도한 음주의 주된 원인이 생화학적 혹은 생리학적 이상에서 오는 경우라면 그것은 내과학 분야에서 연구할 문제다. 게임 분석에서는 이와는 상당히 다른 것, 즉 폭음과 관련 있는 사회적 교류 유형에 흥미를 보인다. 그것이 ‘알코올 중독자’ 게임이다.

‘당신만 아니었으면’ 게임
남편이 자신의 사회 활동을 심하게 구속해서 춤을 배우지 못했다는 게 화이트 부인이 늘 읊어대는 불평이었다. 그런데 부인이 심리 치료를 받으며 태도가 달라지자 남편은 예전보다 누그러져서 아내에게 한결 너그러워졌다. 화이트 부인은 자신의 활동 영역을 자유롭게 넓혀 갈 수 있었다. 내친 김에 춤 강습에도 등록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자기가 무대를 병적으로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춤을 배우겠다는 계획을 포기했다.
잘 풀리지 않은 이 모험은 그와 비슷한 다른 여러 모험과 더불어 화이트 부인의 결혼 생활이 안고 있는 몇 가지 중요한 구조적 면모를 드러내주었다. 화이트 부인은 여러 청혼자 중에서 지배적인 성격의 남자를 남편으로 골랐다. 그러면서 ‘당신만 아니었으면’ 뭐든 할 수 있었다고 불평할 수 있는 통행권을 얻었다. 부인의 친구 중에도 지배적인 남편을 둔 사람들이 많았고, 모닝 커피 마시는 시간에 만나기만 하면 ‘그이만 아니었으면’ 게임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춤 강습에서 드러난 결과를 보니, 부인이 불평하던 것과는 반대로 남편은 아내가 굉장히 두려워하는 무엇인가를 못하게 막음으로써, 또 아내가 자신의 두려움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보호함으로써 실질적인 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부인이 남편을 선택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그것이었다.

‘나 좀 차주세요’ 게임
이 게임은 마치 얼굴에 ‘제발 저를 차지 말아주세요.’라는 표지를 달고 다니는 듯한 사람들이 하는 게임이다. 이것은 거의 참기 어려운 유혹이고, 결국 당연한 결과가 벌어지면 화이트는 애처롭게 울먹이며 말한다. “그러니까 차지 말라고 써 붙였잖아요.” 그러고는 믿기 어렵다는 듯이 덧붙인다. “왜 나한테는 항상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마음씨가 고와서, 아니면 사회적 관습이나 조직의 규범 때문에 별 도리가 없어서 주인공을 공격하는 일을 자제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의 행동은 갈수록 도발적으로 변해서 한계를 넘어서고 결국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공격을 하게 만든다. 이들이 사회에서 추방당하고 이성에게 버림받고 직장에서 쫓겨나는 것은 이렇게 하기 때문이다.
이에 상응하는 여성들의 게임은 ‘후줄근한’이다. 많은 경우 점잖은 집안 출신인 이들은 일부러 애를 써서 초라해진다. 이 여성들은 ‘그럴듯한’ 구실을 들어 자신의 소득이 생계 유지 수준을 절대 넘지 않도록 신경 쓴다. 어쩌다 횡재라도 하게 되면, 언제나 청년 사업가가 나타나서 그 돈을 탕진하는 것을 도와주고 대신 보잘것없는 판촉 회사나 그 비슷한 회사의 주식을 준다.

‘당신 때문이야’ 게임
‘당신 때문이야’ 게임을 하는 남자들은 많은 경우 자신의 행동을 자상함이나 남자답게 여성을 배려하는 것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화이트는 외식 장소나 영화를 고를 때 여성을 존중하며 정중하게 상대방이 선택하도록 한다. 결과가 좋으면 그는 그저 즐기면 된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당신 때문이야’의 단순 변형인 ‘당신이 가자고 했잖아’를 그대로 말하거나 그런 뉘앙스로 상대를 탓할 수 있다.
다른 경우, 자녀 양육과 관련한 결정을 아내에게 떠넘기고 자기는 감독 역만 할 수도 있다. 아이가 어긋나면 화이트는 전형적인 ‘당신 때문이야’ 게임을 할 수 있다. 이것으로 나중에 아이가 잘못되었을 때 두고두고 아이 엄마 탓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때의 ‘당신 때문이야’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그러게 내가 뭐랬어’ 게임이나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이제 알겠지’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일시적 만족을 제공해줄 뿐이다.

‘너 이번에 딱 걸렸어’ 게임
하수관을 설치해야 하는 화이트는 배관공에게 일을 맡기기 전에 비용을 꼼꼼히 검토했다. 두 사람은 공사비를 확정하고 추가 비용은 없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나중에 배관공이 발급한 청구서에는 예상치 못하게 설치해야 했던 밸브 값이 추가 비용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총 비용 400달러 공사에서 4달러 정도 비용이 추가된 것이었다. 화이트는 불같이 화를 내며 배관공에게 전화해서 경위를 물었다. 배관공도 물러서지 않았다. 화이트는 장문의 편지를 써서 배관공의 도덕성과 성실성을 비난하며 추가 비용을 제하지 않으면 공사비를 지불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결국 배관공이 손을 들었다.
여기서 화이트와 배관공 둘 다 게임을 한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두 사람은 이미 타협하는 과정에서 각자 상대방의 가능성을 알아보았다. 배관공은 청구서를 발급하면서 도발적인 수를 던졌다. 화이트는 배관공에게 약속을 받아 둔 상태였기 때문에 배관공이 명백히 잘못한 것이다. 이제 화이트는 상대에게 격렬한 분노를 맘껏 터뜨릴 수 있는 합당한 이유를 손에 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악의 없는 싫은 소리는 조금 섞일지라도 점잖게 타협하는 것이 화이트 스스로 세운 어른의 기준에 맞는 방식이었다. 그런데도 화이트는 그렇게 하지 않고 추가 비용 건을 꼬투리 잡아 배관공의 삶 전체를 마구 깎아내렸다.
화이트는 사소하지만 사회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반대 이유(입장)를 이용해서 여러 해 동안 쌓아 두었던 분노를 자기를 속인 상대에게 퍼부었던 것이다. 비슷한 상황에서 화이트의 어머니가 그에게 했을 법한 식으로 말이다. 화이트는 자신의 감춰진 태도(‘너 이번에 딱 걸렸어’)를 금세 알아차렸고 배관공이 자기를 건드렸다 싶을 때 속으로 얼마나 쾌재를 불렀는지 깨달았다. 그러자 자신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늘 이와 비슷한 부당한 일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만나기만 하면 옳거니 하고 덤벼들어 맹렬히 악용해 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배관공이 ‘왜 나한테는 항상 이런 일이 일어날까?’ 게임의 변형 게임을 벌이고 있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너 이번에 딱 걸렸어’ 게임의 고전적 형태는 포커 게임에서 볼 수 있다. 화이트가 이를테면 에이스 네 장 같은 무조건 이기는 패를 들었다 치자. 이때 화이트가 ‘너 이번에 딱 걸렸어’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돈을 따는 것보다는 게임 상대를 완전히 자기 손아귀에 넣는 데 관심이 쏠린다.

‘받아가보시지’ 게임
화이트 부부는 예쁘거나 사치스러운 온갖 재화와 용역을 신용으로 사들인다. 그리고 갚지 않고 버틴다. 만약 채권자가 몇 차례 노력 끝에 회수를 포기하면 화이트 부부는 아무런 죗값도 치르지 않고 자신들의 획득을 누릴 수 있다. 결국 그들이 게임에서 이긴 것이다. 만약 채권자가 좀 더 맹렬하게 회수를 시도한다면 이번에 화이트 부부는 상품 이용은 물론이고 추격전의 쾌감까지 만끽하게 된다.
채권자가 회수를 결심하면 심각한 형태의 게임이 발생한다. 자기 돈을 받아내려면 채권자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보통 화이트의 고용주를 찾아간다거나 큼지막한 글씨로 ‘채무 회수 대행’이라고 써 붙인 요란스럽게 치장한 시끄러운 트럭을 몰고 화이트의 집으로 가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런데, 바로 이때 반전이 일어난다. 화이트는 빚을 갚아야만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채권자가 발송한 ‘최후 통첩’(“48시간 내에 당사 사무실로 출두하지 않을 경우……”)에 분명히 드러난 고압적인 태도 때문에 화이트는 적반하장으로 자기가 당연히 화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채권자가 탐욕스럽고 무자비하며 믿지 못할 사람임을 입증하면 화이트가 이긴다.

‘받아가보시지’ 게임은 젊은 부부들이 흔히 하는 게임인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더라도 게임을 하는 사람이 ‘이기’도록 게임이 설정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돈이 관련되는 게임은 아주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런 설명이, 일부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이듯이, 헛소리처럼 들린다면 그것은 사소한 것을 설명했기 때문이 아니라, 심각한 문제 뒤에 있는 사소한 동기가 드러나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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