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를 하려고 금융기관을 찾아가면 우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줍니다. 재테크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가장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정보가 뭔지 아세요? 바로 현재의 재산 상태가 어떤가 하는 점입니다. 현재의 재산 상태를 알아야 미래를 계획할 수 있으니까요. 공부법을 찾고 공부 계획을 세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자녀의 공부를 위한 맞춤 포트폴리오를 만들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바로 ‘아이의 현재 상태’랍니다. 개별 인간으로서의 우리 아이에 대한 탐색이 먼저 이루어져야만 그다음 단계로 나가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을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요. 따라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나’ 즉, ‘우리 아이’를 탐색해볼 거예요. 개개인의 성격 유형을 먼저 탐구하는 것입니다. 제가 활용하는 도구는 WPI라는 것으로 우리 모두를 각기 다른 성격 특성 다섯 가지로 분류해줍니다. 이 방법을 적용해서 나 자신을 탐구하면 각자의 성격에 따라 공부하거나 하지 않는 모습, 공부가 안되거나 잘되는 이유, 집에서 공부가 잘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꼭 독서실에 가야만 공부가 된다는 아이들의 특징을 일일이 면밀하게 분석할 수 있답니다.
리얼리스트는 강아지 캐릭터로 설명할 수 있어요. 강아지들은 사람과 잘 지내려고 하고, 주인과의 관계나 함께 사는 가족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리얼리스트 성향의 사람들도 이처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 이유를 확인하려 하지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 혹은 착한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즉,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데요. 따라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맞추고, 대세에 순응하는 편입니다. 이들은 남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이 자신이 수고했다는 것을 알아줄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또한 자신이 속한 사회나 조직의 가치와 규율을 잘 따르며, 성실하게 그 조직의 일원으로서 살아가요.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모든 문제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요. 그러다 보니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단점도 나타납니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 근거를 찾는 와중에 자신을 주변 사람과 늘 비교하게 되고요. 그래서 자신이 뭔가 남들과 비교할 때 뒤처졌다 싶으면 자기계발서 같은 것을 열심히 읽으면서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을 정답으로 삼아 이를 따르고자 합니다.
로맨티스트 부모는 아이가 잘하고 있을 때도 조금 더 완벽하게 해주기를 바라고, 아이가 좋지 않은 상황에 있을 때면 폭풍 잔소리를 불사합니다. “공부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왜 너는 매번 네 생각을 제대로 못 쓰고 오니?” 같은 잔소리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쏟아놓아요. 본인 스스로 이미 불안감이 높은 터라 안 그래도 걱정을 한아름 안고 사는데, 자녀가 뜻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불안감이 급증한 나머지 잔소리가 도를 넘게 되는 것이지요. 로맨티스트 부모의 잔소리는 다른 아이와 비교하거나 미래에 직업을 제대로 못 가질까 봐 걱정하는 리얼리스트 부모의 잔소리와 성격이 약간 다릅니다. 로맨티스트 부모도 비슷한 형태의 잔소리를 하지만, 자신의 불안감과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걱정과 잔소리 형태가 조금 달라지는 거예요. 로맨티스트 부모는 일단 자신이 자녀를 잘 키우고 있는지, 잘 지원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해 늘 불안합니다. 자녀가 제대로 못하는 것을 자신이 완벽하게 지원하지 못한 탓으로 받아들이고요. 그래서 보다 완벽하게 아이를 돕기 위해 다른 엄마들을 만나 학원 정보를 수집하고, 학원에서 주관하는 입시 설명회에 참석하여 완벽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습니다. 또한 이들은 자녀에게 짠한 마음과 동시에 불안함을 가집니다. 그러니 본인도 매우 혼란스럽겠지요? 엔터테인먼트 사에서 소속 연예인을 관리하듯 자녀를 스케줄대로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실어 나르는 분이 있다면 분명 로맨티스트입니다. 학원가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성공 스토리 속의 부모와 자녀는 대개 로맨티스트 부모와 리얼리스트 자녀일 확률이 높습니다.
휴머니스트 성향의 아이들은 대개 덜렁거립니다. 학교 준비물을 두고 다니는 건 기본이요, 공부할 때에도 덜렁대는 특성이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지요. 우선 휴머니스트는 책을 읽거나 공부할 때,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취약합니다. 세밀한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는 데다가 마음이 가는 대로 내용을 이해하기 때문에 책을 볼 때도 휙 하고 빠르게 읽어요. 꼼꼼히 핵심을 파악하려 하지 않고 자기한테 꽂힌 것, 자기 눈에 들어오는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휴머니스트 학생들은 시험을 치를 때 엉뚱한 실수를 잘 저지릅니다. 계산을 잘못한다거나 문제 자체를 잘못 이해하거나 지문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거예요. 이를 테면 “다음 중 탕평책을 실시한 목적이 아닌 것은?” 같은 문제를 읽을 때, ‘아닌’이라는 단어에 밑줄까지 그어져 있는데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틀린 답을 적곤 해요. 승수의 경우에도 “원의 면적 계산 따위? 껌이지!” 했으면서 정작 시험에서는 3.14를 원의 지름이 아닌 반지름에 곱해버렸잖아요? 휴머니스트는 또한 성질이 급합니다. 덜렁거리는 특성과 동일선상에 놓인 건데요. 급하고 덜렁거리는 탓에 복잡한 것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학 현상을 배우거나 얽히고설킨 문학 지문을 읽을 때, 또는 꼼꼼히 따져서 단계별로 정리해야 하는 문제를 풀 때 몹시 힘들어 해요. 대개 이런 내용이나 문제가 나오면 그냥 건너뛰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생명과학2’에 나오는 ‘세포 호흡과 산화 환원 과정’처럼 복잡하고 단계가 많은 부분을 배운다고 쳐요. 이 부분은 대충 읽고 건너가면 절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데도 내용을 꼼꼼하게 이해하고 정리하지 못해 요점을 놓치는 식입니다. 그런데도 본인은 ‘다 안다’고 생각해요.
아이디얼리스트들은 자신이 공부한 것에 스스로 만족하면서 내재적인 배움의 동기를 키워가는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이런 아이디얼리스트 아이들이 학교 공부에 몰두하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을 때입니다. 보통 학교 공부를 즐기지 않거나 거부하려고 하는 행동을 잘 보이지만, 나름대로 의미만 찾을 수 있다면 스스로도 정확히 말
할 수 없는 어떤 2% 부족함을 메우려 하지요. 자신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공부하려는 행동을 보이게 된답니다. 아이디얼리스트에게 ‘학교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려면, 참견하지 말고 기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의미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지, 부모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혹시, 부모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이런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그 아이의 행동이나 발언 등에 대해 관심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것이 좋겠지요. 하지만, 절대 평가나 판단을 중지한 상태에서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참 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자신의 아이에 대해 뭔가 더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한마디 한다든지, 어떻게든 “너는 왜 그러니”와 같이 평가하고 싶은 것이 부모의 자연스런 행동 방식이니까요.
상담을 통해 정민이 엄마는 딸아이가 에이전트 성향이며, 지금 날개가 꺾인 상태임을 알게 되었다. 정민이가 무엇보다 먼저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해야 하고, 바뀐 환경에 걸맞은 공부법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는 것도! 정민이도 상담을 하고 나서 자신이 중학교 때의 공부 습관을 고등학교에서도 그대로 유지하려고 했고, 새로운 환경에 처한 자신에게 적응할 여유도 주지 않고 너무 몰아붙이기만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엄마는 “지금은 적응하는 시기라 힘든 거야. 실패한 게 아니니까 힘 내!” 하면서 딸을 위로했다. 정민이는 일단 자신의 공부 전략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고등학교 생활과 중학교 생활의 차이점을 생각해보면서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다시 계획을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엄마가 “앞으로 3년 동안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니, 지금 시점에서 네가 정말 의대에 가고 싶은 건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게 좋겠어” 하고 말씀해주신 것도 고마웠다. 실패한 중간고사만 생각하면 마음이 무너질 듯 괴로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앞으로 치러야 할 3년간의 레이스가 아닌가? 무리한 계획을 세워 본인을 괴롭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정민이 마음도 훨씬 편해졌다. 도전할 의욕도 생겼다. 정민이는 이제 지난 두 달여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비효율적인 계획을 파기하고, 틈틈이 쉬는 시간도 있는 새로운 계획에 따라 공부하며, 반 친구들에게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자녀에게 성공적인 미래를 보장하고 싶다면 아이가 인생에서 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으로 키우세요. 자녀를 강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아이 스스로 자기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아이가 “나는 무엇을 위해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알게 해주면 그만이니까요. 부모가 생각하는 강한 사람과 아이가 생각하는 강한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요. 부모들은 흔히 힘이 세거나 아주 똑똑하거나 아니면 돈이 많은 사람을 ‘강하다’고 여기지만, 이런 특성은 미래에 성공하는 아이, 자신의 삶에서 지지 않는 아이에게 권장할 만한 특성이 아닙니다. 정말 강한 사람이란 변화하는 세상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니까요. 여러분의 자녀가 그런 능력을 갖추길 원합니까? 그러면 아이 스스로 자신과 세상을 보는 눈과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우세요.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점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 물어보세요. 아이들에게 부모 자신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주입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각 상황마다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과 만나고, 또 그 과정을 통해 각자의 능력을 계발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다만 아이가 그 공부를 스스로 좋아하고, 자기 결심 아래 열심히 하고 싶어 할 때에는 정말 중요하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모는 공부 말고 아이에게 맞는 다른 기준을 찾아주어야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공부라는 일반적인 기준을 자녀에게 적용해버린다면 그것은 분명 패착(敗着)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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