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화(寶相花)는 불교에서 숭앙되는 이상화(理想花)로서 다른 말로 '만다라화'라고도 한다. 보상화는 실존하는 어떠한 특정 꽃의 형상을 도안한 것이 아딘다. 보상화문은 연꽃 무늬와 결합된 팔메트잎의 변형으로서 동양의 고대 미술에서 연꽃 무늬 다음으로 많이 이용된 상서로운 화문이다. 보상화문의 조형적 특징은 연꽃을 모체로 장식을 가하고 팔메트형 꽃잎을 좌우로 대칭시켜 하트형으로 도안된 모양이다. 이러한 보상화문은 7세기 전후 페르시아에서 전형적인 양식이 성립되었고, 인도와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에까지 전래 되었다.
또한 서역의 보상화는 망고화 형식으로 조형되었으며, 중국에서는 모란의 변형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통일신라시대부터 보상화가 크게 유행하였는데, 좌우 대칭으로 구성된 팔메트 꽃잎이 4~10엽의 연꽃무늬 형태를 이룬 형식으로 그리스계 야칸서스에서 지보된 화문 형식을 보여준다.
이렇듯 보상화는 다양한 화문의 특성이 결합, 예술적으로 가공된 이상화로서 불교의 장엄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불교에서는 진귀한 사물 앞에 '보(寶)' 라는 글자를 붙이는데, 그 예로 보령(寶鈴), 보탑(寶塔), 보개(寶蓋), 보검(寶劍)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불ㆍ보살이 중생을 제도하는 데 필요한 지물이나 신앙적 결정체로서 그 이름에 숭고함을 표현하는 접두사 보배 보(寶)자를 붙여 부르게 된 것이다. 따라서 '보상화'라는 명칭 역시 어떠한 특정 꽃을 대상으로 칭한 것이 아니라 불교의이상화로서 붙여진 이름임을 알 수 있다.
보상화를 당초문 형식으로 도안한 보상당초문 장식은 건축, 공예, 조각, 회화 등의 조형 미술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용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삼국시대 벽화고분의 단청 그림과 출토된 각종 공예품에서 고졸한 양식의 보상당초문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불교미술의 융성기인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서야 화려하고 다채로운 보상당초문이 광범위하게 장식되었다. 특히 각종 불구와 사리기, 석탑 및 건축 등에서 다양한 형식을 살필 수 있으며, 절터와 궁궐터에서 출토된 많은 기와와 전 등에서도 극도로 화려한 보상당초문을 확인 할 수 있다.
--- pp.194~195
'단청(丹靑)'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붉은색과 푸른색의 대비와 조화에 국한되는 말이다. 그러나 명사적 의미에서 '단청'아란 각종 안료를 사용하여 건물의 벽과 부재에 도채(圖彩)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나아가 각종 조각상이나 공예품 등을 채색(彩色)하는 행위나 서(書)ㆍ회(繪)ㆍ화(畵)의 개념을 망라하는 의미를 폭넓게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예로부터 단청의 대상은 전통적인 목조 건축물은 물론이거니와 고분이나 동굴의 벽화, 칠기, 공예품, 조각상,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다.
목조 건축 문화에서 단청으 필수조건이다. 인류는 일찍이 자연환경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목재를 이용하여 주거지를 마련했다. 약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신석기시대의 특징은 생산경제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 등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이 시기를 '인류의 위대한 생산혁명 시대'라 부른다. 신석기시대에는 인류가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자연을 이용 개발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발전하였다. 동시에 인류는 정착ㆍ촌락 생활이 가능해져, 결과적으로 문명 형성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
기술이 진보해 식량을 저장하거나 익혀 먹기 위한 용기로서 토기가 발명되었고, 농경ㆍ수렵ㆍ벌채용 도구로 간석기〔磨製石器〕를 제작해 사용하였다. 생산력의 향상과 인구의 증가에 따라 촌락이 형성되었고, 드디어 수혈주거라 불리는 움집 형태의 원시적 건축 기술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이 시대의 움집은 지면을 파서 주거(住居)의 바닥을 지표면보다 0.3~1m 정도 낮게 한 반지하식 건축으로 목재를 이용해 원추형 지붕을 형성하였는데, 바로 이것이 인류 최초의 목조 건축물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1925년에 ㅅ울시 강동구 암사동 유적지에서 중기 신석기새대의 움집터가 조사된 이래 지금까지 10여 기의 수혈주거지가 발견된 바 있다.
이러한 원시 목조 건축의 출발은 차츰 본격적인 목조 건축으로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목재를 가공 조립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건축물의 수명 연장이 최대의 난관으로 부각되길에 이르렀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건축재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소나무이다. 소나무는 재질의 특성상 내강(耐强)ㆍ내구(耐久)ㆍ내곡성(耐曲性)의 장점이 있으나, 동시에 제재된 목재의 표면이 거칠고 건조 후 열상(裂傷)이 크다는 단점도 지닌다. 따라서 고대인들은 쉽게 썩고 갈라지며 왜곡되는 나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무언가 조치를 강구해야만 했다. 그 해결점이 바로 단청(칠)이다. 즉 나무의 조악한 면을 감추고 부식을 막기 위해 부재에 천연의 채료(彩料)를 칠하는 방법을 터득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건축 부재에 채료를 바르는 작업에도 인간 본성인 미의식이 발휘되었다. 수명연장을 위해 부재에 채색을 하면서 아름다움까지 고려해 각종 문양을 장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그 행위에서 건축물의 단청이 시작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 pp.109~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