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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기억의 심리학

유쾌한 기억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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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20g | 153*224*20mm
ISBN13 9788996123958
ISBN10 899612395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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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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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감각기억에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외부자극은 아주 잠시 동안 우리의 감각기억에 머물다 사라진다. 하지만 우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을 골라 그것을 처리한다. 그래서 시끄럽더라도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 이름을 부르면 뒤돌아보고, 한눈 팔다가도 다른 사람과 부딪치기 직전에 용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TV에 빠져 있을 때 옆에서 누군가가 부르더라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계산을 하든가 어려운 문제풀이를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말을 붙이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한곳에 주의를 집중하다 보니 다른 곳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주의용량은 한정되어 있다.
주의용량의 한정 때문에 우리는 외부의 모든 자극에 일일이 대응할 수가 없다. 만약 우리의 주의용량이 무한하여 일일이 대응을 할 수 있다면 우리 머릿속의 인지체계는 엄청난 부담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 없는 것에까지 주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p. 38, 「주의에 주의하라 - 기억의 시작」 중에서

초두 효과 때문에 ‘처음’이 중요하다. 만남에서는 첫인상이 중요하고 경기에서는 초반 기선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신제품을 출시하는 기업은 그래서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출시 시점에 쏟아 붓는다.
뿐만이 아니다. ‘창밖의 여자’는 조용필이 불러야 제맛이고, ‘잘못된 만남’은 김건모가 불러야 제격이다. 제일 처음 불러 강력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창력과 모방이 뛰어난 가수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부르면 노래의 제맛이 나지 않는다.
또 어떤 음식으로 유명한 동네에 가면 ‘원조’가 붙은 간판을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원조라는 것이 초두 효과와 같다. 가령 과자의 경우 ‘맛동산’은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과자’의 원조격이다. 1970년대 중반 맛동산이 처음 선보였을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후 30여 년 동안 다른 경쟁업체에서 맛동산의 모방품을 수없이 내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맛이나 모양새는 모방할 수 있었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게 하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제품이든지 처음 선보인 브랜드가 일단 성공하면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원조’ 프리미엄이다. --- pp. 70~71,「처음과 마지막 것이 잘 기억된다 - 계열위치 효과」 중에서

자전거를 타든 탁구를 치든 기타를 연주하든 자판을 두드리든 간에 여러분이 예전에 이런 일에 능숙했다면 수년간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지금 당장 닥치면 아무런 어려움 없이 그 일을 해나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해서는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가령 여러분에게 어떤 초보자가 가르침을 받고자 왔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여러분은 그에게 자전거를 타는 법과 탁구 치는 방법 혹은 타자 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설명을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여러분이 설명을 충분히 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초보자가 그대로 따라 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것은 여러분의 설명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러한 것이 절차기억이다. 절차기억은 우리가 어떤 일을 행할 때 절차와 관계있는 기억이다. 탁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라켓을 잡는 법부터 시작하여 공을 날리는 방향, 혹은 강도까지 하나씩 배워가면서 되풀이했을 때 우리 기억 속에 저장되는 기억이다. 수영을 배우는 것이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는 것처럼 이런 기억은 연습과 관련이 있다. 연습을 많이 할수록 기억에 더 많이 저장된다.
이처럼 절차기억은 수행을 통해서 나타나는 기억이다. 그래서 절차기억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잘 인식하지 못한다. 여러분들은 자판을 보지 않고서도 아주 재빠르게 글자를 입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전거가 산악용이든 경기용이든 종류에 관계없이 올라타서 훌륭하게 자전거를 운전할 것이고, 게임을 하면서 조종간을 아주 미묘하게 움직이면서 게임을 운영해 갈 것이다. --- pp. 98~99, 「몸으로 익히는 기억 - 절차기억」 중에서

S가 루리야(Luria)라는 러시아 신경심리학자에게 와서 기억검사를 의뢰한 것은 그가 20대 후반일 때였다. 루리야는 S가 70개의 항목으로 된 목록을 단 한번 본 후에 정확히 기억해 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S는 목록을 거꾸로 회상하기도 했으며, 심리학자가 어떤 지점을 정해 주어도 거기서부터 회상을 해나갔다. S는 각 단어 사이에 3-4초 정도의 간격만 있었다면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는 1주일 후, 1년 후, 16년 후에도 정확하게 기억해 내었다. 루리야는 S의 무한정한 기억에 직면하여 그의 기억능력므 분석하기 시작하여 평생을 바쳤다. (S에 관한 루리야의 연구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로 국내에 출간되어 있다.)
이미지는 기억을 증진시킨다. S가 기억에 사용한 주된 방법은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공부를 할 때도 여러분은 이미지(심상)를 많이 활용했을 것이다. 이미지를 활용해서 공부하면 성적이 올라간다. 여러분은 학생 때 지리를 배우면서 어떤 지역의 지명과 그 지방 특산물을 연결시키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무작정 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도책을 펴놓고 이미지와 연결시켜 공부했더라면 훨씬 쉽게 기억할 수 있었을 것이다. --- pp. 127~128, 「이미지를 활용하라」 중에서

1994년 김일성 사망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당신은 당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해 보라. 혹은 성수대교가 붕괴되었던 때거나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국보 1호 남대문이 불타 없어지던 모습이 텔레비전으로 생생하게 중계될 때 여러분은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해 보라. 혹은 당신에게 큰 충격을 주거나 대단히 의미 있는 사건 ― 차 사고, 부모의 부음 소식, 졸업식, 결혼식 등 ― 을 기억해 보라.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될 것이다.
어떤 사건과 그와 관련된 상황들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해 낼 수 있는 것을 섬광기억(flashbulb memory)이라고 한다. 그러한 기억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 찍은 사진과 같이 생생하게 기억이 된다. 즉 그런 사건들이 머릿속에 '인쇄'된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 어떤 굵직굵직한 사건에 대해 여러 명의 증인들이 나와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하기도 한다. --- p. 542,「사진처럼 찍히는 기억 - 섬광기억」 중에서

역행성 기억상실증의 대표적 사례는 영화 ‘본 시리즈’(『본 아이덴티티』, 『본 얼티메이텀』, 『본 슈프리머시』 등)에 나오는 제이슨 본(Jason Bourne) ― 맷 데이먼 분 ― 이다. 지중해 한 가운데에서 등에 두 발의 총상을 입은 채 표류하다 구출된 그는 의식을 찾게 되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사고 이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충격이 심할수록 망각되는 기간이 길어진다. 때로는 충격이 심하여 자신의 이름이나 가족, 주소 등 과거를 완전히 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기가 누구인지, 어디에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기억상실의 증세가 심하더라도 며칠 또는 몇 주가 지나고 나면 사고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대부분 기억해 낼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일들, 예를 들어 밥먹고 옷입고 운전하는 일(절차기억)들은 잊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살던 동네로 데리고 가든가 친구들을 만나게 해주는 등 적절한 단서를 주면 대부분 기억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역행성 기억상실증은 장기기억에 저장된 내용이 상실됐다기보다는 기억의 인출과정에서 혼란이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p. 183,「“내가 누구죠?” - 기억상실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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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기억의 심리학』에서 보는 박지영의 글은 은근슬쩍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오면서 기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는 기억 연구에 나올 법한 까다로운 개념보다는 실생활의 예들을 가지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다. “여러분들은 오랫동안 같이 지내온 친구에게서 문득 지금껏 보지 못한 얼굴의 점하나를 발견하고는 희한한 듯 쳐다볼지도 모른다” 왜 그런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훈진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내가 하는 일은 인간이 역사를 기억하도록 돕는 것이지만 이 책은 인간의 ‘기억’을 다루고 있다. 그 때문인지 분야가 달라도 낯설지가 않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차, 기억이란 게 이런 거였지!” 하는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책을 다 읽었을 때에는 기억에 대한 정리가 확연해진 듯 보였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창밖의 여자」는 조용필이 불러야 하고 「잘못된 만남」은 김건모가 불러야 한다”는 대목에 이르러 짐짓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종로 일대의 무수한 ‘원조’ 간판을 단 음식점이 떠올랐다. 실생활의 사례와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 책은 어렵지 않게, 그러나 아주 분명하게 기억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일깨우고 있다.
이정환 (크레듀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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