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것은 외로운 일도 부끄러운 일도 전혀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배가 고프면 사회에서 치열한 싸움을 할 수 없을뿐더러 오늘 하루를 버텨낼 기운도 안 난다. 먹고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 혼자든 둘이든 매번 흠칫거리거나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한다면 세상을 살아나갈 수 없다. 게다가 자기 배의 상황인 만큼 남이 대신해줄 수도 없다. (……)
혼자는 재미있다. 자기 멋대로 계획 없이 무작정,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얽매이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가끔 하는 실패나 낭비도 나 혼자 받아들이고 끝내면 그만이니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이 있다. ‘그래, 다음에는 그 사람을 데려와야지’라는 생각이 들 때다. 혼자만의 시간에 새로운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혼자 하는 식사를 즐기고 싶은 당신에게」중에서
작은 사기 잔 하나를 받아서 주전자에서 국숫물을 따르자, 걸쭉하고 부드러운 국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을 새삼스레 깊이 음미하며 혀 위에서 한 바퀴 돌리자, 가슴속으로 은은한 맛이 퍼져나갔다. 취기가 한 군데로 모이며 서서히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어요.”
“또 와요.”
시곗바늘은 8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금요일 저녁에 예기치 못한 선물을 받았다.
---「실연의 상처, 가뿐하게 극복」중에서
가에데는 묵직한 생맥주 잔을 기울이며 어린 시절로 폴짝 날아가 시간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혼자 밥을 먹다 보면, 마음 내키는 대로 어디든 뿅 하고 날아갈 수 있다. 누구에게 신경을 쓸 것도 없고, 조심스러워할 것도 없이 머릿속으로 원하는 장소로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울고 싶은 밤, 작은 위로」중에서
우동도 국물도 혀가 데일 정도로 뜨겁다. 뚝배기 역시 만질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 순식간에 이마에 어렴풋이 땀이 배어 나왔다. 콧물이 주르륵 흘러서 손가방에서 휴지를 뽑아 한 장씩 나눠들고 코를 풀었다. 정신없이 뚝배기 우동을 후루룩거리고 있다 보니 눈 깜짝할 새에 등이 뜨끈뜨끈해졌다. 지구사는 우동을 먹으며 살짝 숙연해졌다. 우동에는 이런 세계도 있었구나. 천천히 푹 끓여낸 우동을 시간을 들여 곰곰이 맛을 음미한다. 지금까지는 몰랐던 우동의 맛이다.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따끈한 한 그릇」중에서
“으음, 저는 혼자 레스토랑에 가는 게 보기 좀 그렇다고 할까,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큰맘 먹고 그렇게 말하자, 미나 씨는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무리해서 혼자 갈 필요는 없어. 조금 전 얘기는 내 경우일 뿐이야. 다만 스스로가 보기 안 좋을 거라 생각하면 남들 눈에는 반드시 안 좋게 보인다는 거지. 안 그래? 인생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으니 혼자 밥을 먹어야 할 때도 숱하게 있을 수밖에.” ---「혼자라도 괜찮은 이유」중에서
딱히 혼자 먹는 것 자체가 좋은 건 물론 아니다. 이런 점이 중요한 거지. 고기쿠는 스스로에게 타이른다. 혼자 먹어서 좋은 게 아니라 좀 더 다른 데 즐거움이 있어서야. 물론 남편과 같이 식사하러 가는 것도 좋고, 속내를 아는 다마루나 여자친구들과 같이 가는 것도 좋지만, 혼자서 일본 요리를 먹으러 갈 때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어. 헬스장에 다니거나 시 모임에 참가하는 거와 같은 거야. 말하자면 일종의 ‘취미’인 셈이지. ---「나만의 은밀한 취미생활」중에서
어느 손님도 술에 취하려고 오는 게 아니다. 혼자 온 사람이 총 세 명. 두 사람 일생이 한 팀. 모두 술을 즐기려고 포렴을 걷고 들어왔다. 그래서 이상한 술주정뱅이가 없고, 모두 밝고 명랑하다. 나처럼 혼자 온 손님을 가만 놔두는 것은 술을 즐기는데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다. 느긋한 분위기 속에는 한 줄기 법칙 같은 것이 꿰뚫고 있었다. 기쿄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한잔」중에서
혼자서 초밥을 먹으면 의외로 즐거워. 머릿속으로 다음에는 새고막으로 할까? 아니 잠깐만, 새고막 날갯살도 있는데 어느 쪽을 먼저 먹을까? 그리고 양쪽을 다 먹으면 흰 오징어, 역시 젓갈이지. 다랑어초밥을 주문해놓고, 그 전에 성게알……과 버섯, 자기 멋대로 망상하며 이것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 꽤 재미있다니까.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