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아메리카인들은 새로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들은 이번 전쟁으로 그동안 학수고대했던, 새로 획득한 애팔래치아 산맥 서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디까지나 그들도 스스로를 영국 국왕 조지 3세의 충성스러운 백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전쟁에서 그들은 아메리카 식민지인으로서가 아니라 영국인으로서 재산을 기부하고 피를 흘리고 목숨을 다해 싸웠다. 하지만 국왕과 위정자들은 식민지인들과 생각이 전혀 달랐다. 그들은 식민지인들은 어디까지나 식민지인에 불과하지 영국인과 동일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나아가 그들은 그동안 식민지를 지켜주느라 소요된 엄청난 돈과 앞으로도 필요한 자금을 식민지인들에게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 p.10
식민지인들은 영국군의 후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영국이 물러갔으므로 이제 전쟁이 끝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워싱턴에게 감사했다. 하지만 워싱턴은 이들과 같이 기쁨을 나눌 수 없었다. 독립군의 운명, 아니 13개 식민지의 운명을 책임진 총책임자로서 그는 물러간 영국군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반란을 일으킨 식민지인들을 철저하게 굴복시키기 위한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고 돌아올 것이 분명했다. 영국군이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다른 어느 곳인가? 워싱턴은 자신이 적 사령관의 입장이 되어 13개 식민지를 통제하기 위해 어디로 와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그곳은 뉴욕이 분명했다. 워싱턴은 전략적으로 뉴욕이 영국의 주공격 대상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영국은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뉴욕은 자연 항구로 작전을 펼치기 최고로 좋은 곳이었다. 또한 뉴욕을 점령했을 때 남부와 북부 식민지의 허리를 자를 수 있다고 영국 사령관이 충분히 생각하리라 워싱턴은 믿었다. --- pp.35~36
그동안 적의 수도만 점령하고 있으면 전쟁은 끝날 것이라 여겼던 영국군에게 미국군의 괄목할 만한 탈바꿈은 큰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이제야 그들은 필라델피아나 뉴욕과 같은 대도시를 점령했다고 해서 적을 쳐부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영국군은 필라델피아를 버리고 뉴욕으로 철수했다. 철수하는 과정에서 영국군은 먼모스라는 곳에서 잠복해 있던 대륙군에 크게 당했다. 이 전투는 비록 소규모 전투였지만 새롭게 탈바꿈한 대륙군의 전투 능력을 십분 발휘한 전투였다. 이 전투를 통해 워싱턴과 미국군은 게릴라전의 효과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서둘러 뉴욕으로 후퇴한 영국군은 이제 영국 이상의 해군력을 갖춘 프랑스군과 강한 정규군이 된 미국군을 방어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해버렸다. --- p.80
연설을 마쳤지만 장교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워싱턴은 며칠 전 조셉 존스가 보내온 편지를 생각했다. 워싱턴은 품속에서 그 편지를 꺼내 읽으려다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지난 2월에 의사 데이비드 리텐하우스(David Rittenhouse)가 보내준 안경을 꺼내 착용했다. 워싱턴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러나 약간 더듬으며 말했다. “여러분! 내가 안경 쓰는 것을 허락해주기 바랍니다.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동안 머리도 희어지고 눈도 잘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꾸밈없고 솔직한 말 한마디는 집회에 참여한 대부분의 장교들을 망부석처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동안의 좌절과 분노, 흥분과 기대,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대결의 분위기가 총사령관의 말 한마디에 눈 녹듯이 사라졌다. 여러 장교들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부끄러워했다. 이 순간 게이츠와 그 도당의 계획은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