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하는지, 즉 어떻게 남을 배려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혼자 상처를 받거나 아예 관계를 놓아버리는 일이 생기지요. 이제 혼자 상처받지 않고 건강하게 유지되는 인간관계를 위해 ‘배려하는 법’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배려는 인간관계의 핵심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남을 배려하면서 잘 지내는 사람을 보고 그의 행동을 따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무작정 따라 하는 행동은 무척 제한되어 있고, 상황에 따라 통할 수도 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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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가 늘 즐겁고 속 편해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남들에게 좋은 사람인 것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상대방에게 맞추거나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렇게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남에게 친절하게 대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기만 해도 무척 지친다. 하지만 남들이 날 신뢰하고 호감을 갖게 하려면 조금 참고 희생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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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는 배려를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늘 신경 씁니다. ‘날 좋은 사람이라 여겼으면 좋겠어, 미움받고 싶지 않아, 화나게 해서는 안 돼’라고 생각하죠. 이처럼 지치는 배려는 상대방이 아니라 ‘나’를 신경 쓰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왜 지치는지에 대한 답이 있습니다. 배려에 드는 에너지가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날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상대방 안색을 살피기 위해서도 쓰이기 때문입니다. ‘날 어떻게 생각할까’에서 비롯된 배려는 상대방의 반응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상대방이 좋아하면 마음이 놓이지만, 그런 기색이 없으면 잘못 짚었다고 자책하거나 ‘기분이 상했나?’ 하고 불안에 사로잡힙니다. 때로는 도무지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서 상대방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이렇게 희비가 교차한다면 당연히 지칠 수밖에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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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역’과 ‘상대방 영역’은 무엇일까요? ‘날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불안에서 비롯된 배려를 하지 말자고 결심했다면, 다음으로는 ‘내 영역’과 ‘상대방 영역’을 구별하는 것으로 관심을 돌려야 합니다. ‘영역’이라고 하면 괜히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배려를 말할 때 무척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사람마다 무언가를 느끼는 방식은 다릅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각자의 ‘사정’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사정이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것이나 자란 환경, 현재 상황, 오늘의 기분처럼 그야말로 ‘나만 아는 사정’입니다. 그러한 사정에서 비롯된 나만 아는 영역을 내 영역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나만 아는 영역을 내 영역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상대방 영역’은 상대방만 압니다. 즉 나는 모른다는 뜻입니다. 사실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문제 대부분은 상대방 영역을 침범하거나, 내 영역에 책임을 지지 못했을 때 생깁니다.
--- p.47~48
상대방을 안다는 것은 상대방 영역을 침범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대방을 안다”는 말은 물론 상대방 영역의 일을 안다는 말이지만, 결코 그 영역을 침범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말은 상대방 영역을 바깥에서 살펴보고,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은 정확히 파악한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자기 영역 밖에서도 보일 수 있게 ‘여기는 출입금지’, ‘이것은 취급 주의’, ‘여기는 대환영’ 등의 푯말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만큼 상대방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도 보이는 것이 많습니다.
‘예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해’, ‘사적인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 ‘어느 정도 수다를 떨어야 친해질 수 있어’, ‘옷 잘 입었다고 칭찬받으면 기분이 좋아’ 등은 상대방을 알려고 노력하다 보면 얼마든지 알아챌 수 있는 특징입니다. 그런 푯말이 보이면 그에 맞게 배려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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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려는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 때 마음이 편안해질까요? 누가 뭐라 해도 ‘지금 이대로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사람은 가장 마음이 놓입니다. 달라지거나, 스스로 의심하고 미워하거나, 뭔가가 두려워서 대비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해줍니다.
배려의 핵심은 ‘지금 이대로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 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신은 잘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앞으로도 별일 없을 테니까 괜찮아. 당신이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있으니까 괜찮아. 보상은 바라지 않으니까 괜찮아…. 이런 마음이 전해져야 좋은 배려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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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거나 날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지 않는 것도 다 ‘현재에 집중하는’ 일입니다. 상대방을 어떤 식으로든 단정 짓고 불안이라는 안경을 통해 쳐다볼 때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진짜 상대방을 보지 못합니다.
‘날 어떻게 생각할까’에 사로잡혀 있을 때도 그런 안경을 쓰기 때문에, 진짜 상대방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힘이 나는 배려를 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치는 배려를 할 때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에 매달리는데, 이는 ‘미래의 결과’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뜻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음에 무슨 말을 할까’만 생각하는 것도 마음이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미래를 떠돌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어떻게 배려할까?’ 하고 머리로만 생각할 때는 내가 현재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제껏 쌓아온 데이터베이스를 참고하면서 미래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