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ON의 교육에서 ‘신념은 사는 것 그 자체’를 말한다. 논의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이뤄진다. 우선 우리 인간은 ‘살아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가 살아 있는 육신이란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당연하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 그 사실을 인식하기란 꽤나 어려운 일이다. 둘째로 ‘산다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확실히 이해한다.’ 불안한 경제, 재난 재해, 질병 등 주어진 생生을 영위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고난과 어려움이 수반된다. 고통 없는 인생이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셋째로 ‘인생의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바로 여기에 살아가는 동안 마음의 의지가 될 수 있는 ‘원점’이 있다. --- p.15
신념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독과의 적절한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내 안에 신념이 없는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자신다움을 발견할 수밖에 없으며, 고독을 싫어하고 외로움을 가급적 숨기려 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과만 교류하게 되어, 결국 진짜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없다. 신념을 가진 사람은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홀로 됨으로써 진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법이다. --- p.17
OXON 칼리지의 외벽에는 ‘가고일Gargoyle’이라 불리는, 사람 얼굴을 한 조각이 붙어 있다. 이는 대학의 오랜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반복해온 ‘고뇌’와 ‘기쁨’을 상징하고 있다. 이 가고일의 배치법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떤 의미를 전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고뇌’의 표정을 담은 조각이 맨 앞에 있고, 그 뒤에 ‘기쁨’의 미소를 띤 조각이 나오는 것이다. 이는 신념이 ‘고뇌’나 ‘고난’에서 태어나, 마침내 새로운 지식이나 발견이라는 ‘기쁨’, ‘미소’를 만들어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 p.20
자신을 마주함으로써 타인과의 비교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고, 스스로 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비교는 타인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과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적어도 전진하고 있다는 실감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주위로부터 인정받지 못해도 자존감이 높아지고 의욕이 샘솟게 된다. --- p.56
OXON에서 ‘학문의 길은 지식이나 기능을 습득하는 것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일’이라고 가르친다. 이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집중하지 않고, 폭넓게 관련 분야의 지식까지 겸비한 ‘T자형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 되는 것을 말한다. ‘T자형’의 세로선 l은 자신의 ‘전문성’을, 가로선 ‘-’는 ‘관련 지식’을 의미한다. --- p.73
OXON에서 ‘용기는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판단할 수 있는 힘’이라고 가르친다. 사람은 공포에 직면할 때 사고가 정지되어 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OXON에서는 그런 힘겨운 상황에도 항상 적절히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 p.81
‘절제’와 ‘인내’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절제’란 욕구를 참고 이겨내는 것, 즉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말한다. 이에 반해 ‘인내’는 ‘싫어하는 것이 있어도 스스로 격려하며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완수하는 노력’을 말한다. 그리고 ‘절제’는 ‘욕구 불만의 상태를 만들어 내지’만, ‘인내’는 ‘성공과 자신감을 불러온다.’ --- p.93
OXON에서는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반복해, 이상적인 상태에 가까워지도록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특히 교육학에서는 ‘매일 성장하고 있다’는 자신감에 본래 자신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또 희망사항이 현실이 되는 상황을 가급적 선명하고 구체적인 이미지로 떠올리는 ‘가시화(Visualization)’와 동시 진행함으로써 스스로를 격려하는 효과 역시 커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p.99
자신에게 맞지 않은 일로 고민하며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보내기보다, 하루라도 일찍 결론을 내리고 다른 직업을 찾는 용기가 훨씬 더 환영받는 시대가 되었다. OXON에서 ‘일은 성격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한다. 사람의 성격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긴 세월 다양한 경험을 쌓음으로써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찾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 p.101
OXON에서 ‘세상은 곧 한 권의 책이며, 여행을 떠나지 않는 사람은 같은 페이지만 계속 읽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OXON의 도서관 벽에 라틴어로 새겨진 이 말(초대 그리스도교의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의 말)은 매일 독서에 빠진 학생들이 ‘단순한 책벌레(지식만 머리로 알고 있는)’가 되는 것을 경계하도록 만드는 한편, 넓은 세상을 알기 위해 마음껏 ‘여행(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여행의 목적지는 단지 ‘장소’가 아니라 사안을 보는 ‘새로운 시점’인 것이다. --- p.110
OXON에서는 단지 칭찬을 위한 칭찬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배우는 사람의 ‘공부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을 칭찬하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 여기서 ‘공부 바깥쪽’이란 성적이나 에세이의 질, 실험 데이터의 정확성 등 공부의 외적 성과로, 하나같이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 이에 반해 ‘공부 안쪽’이란 결과에 이르기까지 기울인 학생의 노력, 시행착오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 p.121
OXON에서의 가르침은 당연히 ‘내 마음의 창을 열기 위한 수행 과정’이다. 우선 ‘나를 감추지 않는’ 데서 출발해,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이어 내 마음의 ‘맹점’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다만 이는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노력한다 해도 혼자로는 한계가 있다. 이때 부모나 아내, 친구 등으로부터 ‘타인이 알고 있는 나’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서야 자기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지의 창’에 도전한다. 나와 타인 모두 ‘아직 모르는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 p.124
OXON에서는 학생들끼리 토론 형식으로 이뤄지는 학습이 주를 이룬다. 내 경험이지만, 치열한 토론 중에도 다양한 ‘완충 언어’가 오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상대방이 확실히 논점에서 벗어난 의견을 냈다 해도 직접적으로 ‘그건 틀렸다’고 말하지 않고 ‘미안하지만, 한 번 더 이야기의 포인트를 설명해주세요’ 같은 식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도록 완곡한 표현을 사용한다. --- p.129
--- p.137 OXON에서 공부하며 통감한 건 ‘사람’이란 그 한자 ‘人’ 모양대로 ‘서로 의지하는 이미지’만으로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두 손가락으로 물건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표현한 (함께) ‘共’이 먼저 떠오른다. ‘양쪽이 서로 상대방에게 의존해 마치 자립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人’ 보다, ‘자립한 개인들이 같은 목적으로 힘을 합친다’는 이미지의 함께 ‘共’이 더 인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함께’를 의미하는 共의 한 가운데에는 공간이 있다.
--- p.160 OXON에서 ‘단념은 곧 얽매이지 않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몇 개월간 해오던 실험을 도중에, 그것도 타의로 단념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던 일을 포기했을 때 누구나 고통과 좌절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달리 하면 ‘단념’을 통해 시간이나 기분에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를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쓸 수 있다. 또 ‘얽매이지 않는다’는 건 어딘가 다른 곳에서 의의를 찾는 것을 말한다.
--- p.162 OXON에서는 ‘현실과 목표 사이의 갭은 최대 기회’라고 가르친다. 뭔가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바람이 강한 상태에서 현실과의 갭이 생기면, 오히려 그 지점에서 더 창조적인 방법이 떠오른다. OXON에서 꿈을 추구하는 이들은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전제 위에 서서 이 갭을 메우려는 노력을 반복해온 사람들이다.
--- p.186 OXON에서는 ‘상대방을 자기 자신에게 맞추지 않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존중(인정)하며, 상대방의 시선으로 경계와 현실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즉, ‘동정이 아니라 공감의 정신으로 인간관계를 구축하라’고 강조한다. ‘공감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상대방이 자신과 동일하지 않은 이상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OXON에서는 ‘연회도 공부의 일환’이라고 가르친다. 심리학, 문화인류학의 관점에 따르면, 인류는 원시 시대부터 집단생활을 영위하며 함께 먹는 행위가 본능적인 무리의식임을 자각했다고 한다. 교수나 학생 모두 일체감을 갖게 되면서 학문에 보다 집중하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었다. --- p.188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기분에 따라 과거의 인상을 바꿀 수는 있다. 아무리 쓰라린 과거라 해도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감으로써 지나간 시간이 모두 그 양식이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 p.219
공부든 일이든, OXON의 가르침에서는 ‘완전한 것 자체가 불완전하다’는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철학이나 종교학, 사회과학 등 인간과 사회를 다루는 학문의 사고법은 인간은 자연 앞에 불완전한 상태임을 전제로 두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과학이나 수학 등 자연과학계 학문에서는 법칙이나 이론상 ‘완전함’이 요구되지만, 인류가 스스로를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건 그 이상의 발전이나 반성을 바라기 힘든 것, 또 모든 현상이나 자연에 대한 교만함이라고 해석된다. --- p.224
OXON에서도 ‘keep it simple’의 정신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갖지 않고, 속박하지 않으며, 요구하지 않는’ 3가지 마음가짐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학생들은 고급스럽고 화려한 것을 갖지 않으며, 쓸모없는 인간관계에 속박되지 않고 새로운 앎 이외에는 요구하지 않는다. --- p.230
실제로 산책을 즐기는 것처럼 OXON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마음의 산책로’를 즐기고 있다. 매일 15분씩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그때의 감각을 다시 한 번 체험한다. 이것이 3일 정도 이어지면 기분 전환이 되고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일상생활이나 자신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 마음이 가는 대로 과거, 현재, 미래 속에서 가장 충실한 것들을 떠올린다. 그때마다 자신이 어떻게 느꼈는지를 상상하는 것이다. 결국 이 ‘마음의 산책로’를 걷는 건 새로운 창조성이나 능력 개발의 가능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 p.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