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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특별한정판

보통의 존재 특별한정판

이석원 | | 2009년 11월 0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0 리뷰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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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시인 사진엽서 6장, 특별제작 틴케이스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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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1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86쪽 | 166*210*30mm
ISBN13 9788993928044
ISBN10 899392804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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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뭘까. 마음은 왜 변할까.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도 그 애를 생각하면 문정동 어느 작은 공원문 앞에 걸터앉은 채 책을 읽으며 나를 기다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사랑한 그녀의 전부였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연민이건 뭐건 상관없다. 설사 그게 사랑이 아니라 해도 사랑보다 중요하지 않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 「아름다운 것」 중에서

저는 사랑과 생명에 끝이 있다는 것에 찬성하는 편입니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구요. 적어도 이성적으로는. 나의 삶은 38년간 무기력함에 시달리다가 마흔을 앞두었다는 시기적 절박감과 마침 무너졌던 건강 덕분에 생의 유한함을 절실히 목도한 후 비로소 삶에 생명력과 애착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생토록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다가 그제서야 하고 싶은 게 생겨나더군요.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에 끝이 없다면 과연 지금 이 사람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이런 간절함이 생겨날 수 있을까. 아니겠지요. 아닐 겁니다. 나의 이 간절함의 힘이 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슬프긴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동력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 「해파리」 중에서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 창작자라면 창조는 천재성이 아닌 고통에서 더 많은 것이 비롯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평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좋은 작품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인생의 굴곡이 험준할수록 작품에도 그만큼 진한 드라마가 담기기 마련이니까. 잘 아는 음악 하는 동생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서 왜 그렇게 우리를 행복하게 키웠냐고 반 농담 투정을 부린다고 한다. 자기들은 아무리 음악을 짜내봐도 안 된다면서.
--- 「고통이 나에게 준 것」 중에서

끝의 덧없음을 깨닫지 않으리.
힘들더라도 나는 다만 최선을 다해 끝과 마주하고 싶을 뿐.
--- 「여행의 시작」 중에서

활짝 핀 꽃 앞에 남은 운명이 시드는 것밖엔 없다 한들 그렇다고 피어나길 주저하겠는가.
--- 「그대」 중에서

오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가족 중에 암에 걸린 사람이 없는 것, 빚쟁이들의 빚 독촉 받을 일이 없는 것, 먹고 싶은 라면을 지금 내 손으로 끓여먹을 수 있다는 하찮은 것들뿐이라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행복의 크기가 결코 작은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만약 체념에서 비롯된 행복이라면, 더 많은 것을 갖고 싶고, 하고 싶은데 그 모든 욕망들을 어쩔 수 없이 꾹꾹 누르고,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영화에 일찌감치 백기를 든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라면 그건 자신에 대한 기만이 아닐까.
--- 「어느 보통의 존재」 중에서

장례를 마친 후 집에 있자니 너무 쓸쓸하고 마음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누나들에게 이렇게 영원히 슬프면 우울해서 어떻게 사냐고 진심으로 걱정이 돼서 물어보니 다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하는 게 아닌가. 난 너무 슬퍼서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는데 한 일주일인가 지나니 마치 거짓말처럼 감정이 스르륵 페이드아웃 되는 걸 경험했을 때, 그때의 그 황당한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마치 슬픔이 무슨 물체라도 되어서 누가 그걸 갖다 줬다가 도로 가지고 간 것만 같은 그런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 「죽음에 관한 상상」 중에서

로망이란 어쩌면 단지 꿈꾸는 단계에서만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토록 바라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 내 것이 되었을 때, 상상하던 만큼의 감흥을 얻었던 적은 많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중요한 건 이루어낸 로망보다는 아직 이루지 못한 로망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꿈을 품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 「로망」 중에서

살면서 말 한마디 해본 적 없이 그저 먼발치서 본 인상만 가지고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일 것이다’라고 단정지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말이다. 그렇게 성급히 내려진 결론들은 실제 그 사람과 접해보고 나면 늘 수정되기 일쑤였다. 이처럼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찰나의 이미지만으로 한 사람을 평가하고 규정짓는 우를 범할 때가 많다. 그리고 나야말로 그런 방식의 오랜 가해자이자 희생자였다.
--- 「두 얼굴의 사나이」 중에서

누가 그런다. 내가 마음을 열면 상대는 항상 달아나더라고. 난 그런 이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세상이 문제일까, 당신이 문제일까.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여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한다. 그렇다. 내가 늘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 사람들이 늘 내게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모두 내 탓이다. 내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들도 변하지 않는 것이다.
연애는 패턴이다. 그리고 그 패턴은 다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내가 바뀌면 패턴도 바꿀 수 있다. 쉽진 않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연애는 패턴이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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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은 왜 내 삶은 고요하지 않는가, 라고 탄식하듯이 글을 쓴다. 나는 글을 읽다가 거의 멈추어 섰다. 종종 이런 글쓰기를 나는 유서에서나 만났다. 거의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이석원은 글을 써내려가면서 자기를 자포자기한다. 거기에는 일말의 응석도 없고 그렇다고 그 무언가를 호소하지도 않는다. 세상에 대한 기대는 거의 희미해서 점점 지워져가고 있으며, 어느덧 희망은 자취를 감추었다. 끊임없는 절망과 슬픔의 변주. 그 사이에 끼어드는 사람들과의 인연이라는 참혹한 매개변수. 그의 글은 너무 아름답고 종종 많이 아프다. 때로는 음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희미하게 스스로를 불태우고 있다. 이석원은 그런 말을 원치 않겠지만 이 책은 세상이라는 낭만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정성일 (영화평론가 / 영화감독)
지구라는 별에 잠시 들른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오래 머물 줄이야. 처음에는 복이 참 많아서 이렇게 멋진 별에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빛이 그늘을 만들 듯, 기쁨이 슬픔을 낳고 행복이 고통을 불러오리라는 건 전혀 모르던 시절의 일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석원 씨의 말처럼 보통의 존재가 되어갔다. 우리가 원하는 건 점점 줄어든다. 마지막 순간에 우리는 단 하나만을 원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으로 사랑받는 일. 석원 씨의 글을 읽으니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그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겠다. 덕분에 우리는 나날이 외로워진다. 우린 참 비뚤어지기 쉽게 태어났다. 그래도 지구라서 다행이다. 화성도, 금성도 아니고. 지구라는 별에서 외로울 수 있어서. 어쨌든 여기엔 노래도 있고, 글도 있으니까. 당신이 노래 부를 때는 그 노래를 듣고, 글을 썼을 때는 그 글을 읽을 수 있으니까.
-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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