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6·25 직후 1955년부터 산아제한정책 전 1963년까지 태어난 712만 명을 가리킨다. 올해(2010년 저자 보완) 이들의 은퇴가 시작된다 해서 사회적 조명과 분석이 잇따르지만 떠들썩했던 2006년 미국과 2007년 일본에 비해 많이 썰렁하다. 은퇴시점부터 미국과 일본은 60세로 쳤고 우리는 55세다. 이건 은퇴가 아니라 퇴장이다. 제2인생 개막이 아니라 거세다. 미국과 일본 베이비붐 세대는 무풍지대를 가듯 정치·경제의 주역과 실세 자리를 누렸지만 우리는 ‘끼인 세대’로 불린다. 앞선 산업화 세대의 권위에 눌리고 뒤따른 386세대와 인터넷세대의 기세에 밀려 상투 한번 변변히 잡아 보지 못했다. 숨 막히는 권위주의 시대에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를 보냈고, 1980년대 초 민주화 실패에 좌절했다. 어렵사리 잡은 직장에 뿌리내리나 싶을 때 IMF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세대는 허리 휘도록 자식 교육시키느라 모아 둔 돈도 없다. 자식을 사회로 내보내 가정 이룰 때까지 뒷바라지해야 할 세월이 많이 남아 노후 앞가림은 꿈도 못 꾼다. 위로 부모 봉양하고 아래론 자식의 부양은 생각도 못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세대다. (조선일보, 2010. 1. 6).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 76세, 여 82세인데 한국기업의 정년연령은 보통 55세에서 60세 사이에 있다. 앞으로 평균수명은 지금보다 훨씬 더 연장될 것이고 정년도 연장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퇴직을 할 것이고 은퇴 이후의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가 매우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의 관심은 주로 노년층의 빈곤, 건강, 복지문제해결에만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은퇴 후에 여유롭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 무엇을 어떻게 즐기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문제, 즉 ‘질적인 장수’를 위한 문화정책에도 눈을 돌릴 때가 됐다. (조선일보, 2010. 1. 8).
보건복지부는 대표적인 장수지역으로 ‘구곡순담’을 들고 있다. 언뜻 듣기에 깊은 산속에 있는 연못처럼 들리는 구곡순담은 전남 구례·곡성, 전북 순창, 전남 담양의 앞 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는 2002년 두 가지 기준으로 장수 시·군을 선정했다. 인구 10만 명당 100살 이상 노인인구수와 65살 인구 중 85살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로 전국 최고 시·군을 꼽았다. 10만명 당 100살 이상이 20명을 넘고 장수비율이 6.0% 이상인 장수지역은 전남 곡성·구례·담양·보성, 전북 순창, 경북 예천 등 전국에서 6곳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호남내륙 산간지대에 서로 맞닿아 있는 구례·곡성·순창·담양이 한꺼번에 장수지역으로 나타난 결과에 주목했다. 이들은 이 지역을 구곡순담 장수벨트로 이름 짓고 주기적인 조사로 장수 요인을 찾아내는 연구를 펴 왔다. 이곳의 장수요인을 분석하는 연구는 아직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해 이곳에서 미래사회의 장수복지를 예측하고 복지정책의 방향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2억 원을 들여 4개 군을 대상으로 장수요인을 분석하고 고령친화산업을 개발하는 용역을 벌였다. 지리적 특성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건강상태, 식품섭취, 생활습관, 문화특질 등을 조사해 앞으로 전 국민 100살 장수운동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한겨레신문, 2010. 1.)
다소 장황한 신문의 기사를 세 가지 소개하였다. 이들 기사에서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기존의 노인복지는 주로 취약계층으로서 노인집단을 대상으로 한 문제해결중심의 학문과 실천이었지만, 이제는 기존의 노인복지실천과 학문을 한편으로 전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장수시대, 고령사회시대에 대응하여 건강하고 활력 있는 중산층 이상의 노인집단에 대한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노인복지실천과 학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2010년부터 약 8년 정도 시작되는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관련하여 노인복지는 물론 경제사회정책 전반에서 새로운 쟁점으로서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21세기의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사회적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노인복지학 연구와 실천도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이 책을 『노인복지학신론』이라는 제목을 선택하였다. 『노인복지학 신론』은 기존의 ‘노인복지론’(이러한 명칭부여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이 책의 제3장에서 전개된다) 교재들이 수록하고 있는 내용에 더하여, 시대적ㆍ환경적 변화에 대응하는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집필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이 책에서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지구촌의 고령화와 대응’, ‘현행 노인복지제도’, ‘노인범죄’ 등의 내용을 강화하여 하나의 장으로 구분하고, 특히 제4부에서 21세기 장수시대의 성공적 노후생활이란 제목으로 4개의 장을 배치하여 ‘성공적 노화와 장수생활’, ‘생애설계와 은퇴준비’, ‘노인여가, 교육 및 자원봉사’, 그리고 ‘실버타운’ 등을 각각 1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서술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노인문제를 해결하고 연구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더 나아가 장래 일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노인복지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려고 이 책의 내용을 새롭게 배치, 서술하였다.
21세기 고령사회 장수사회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류사회에 도전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제 노인인구의 증가, 저출산, 가족구조와 형태의 변화, 직업세계의 급변, 양성평등, 세계화와 노동력의 국제적 이동과 다문화사회의 전개, 후기산업사회 혹은 지식정보사회의 이행, 포스트모던 문화 등은 노인복지에 새로운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도 변화하고 있으며, 사회적 영향력 또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걸맞게 노인복지학 역시 이와 관련한 내용이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하여 이 책의 내용에 이를 반영하였다.
새로운 시대적 상황에 대응하여 이 책이 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 좋은 지적 통찰력을 제공하는 자극제가 되기를 희망한다. 노인복지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물론 사회복지학도들, 사회복지 관련 실천가 및 노인복지계 모두에게 지적 도전을 던지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이 출판되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마은경 교수는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운 일을 도맡아 헌신적 노력을 경주하였다. 마은경 교수의 수고에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경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의 김선아, 박선희 조교와 정선은, 백선영, 이경은, 한상점 학부 학생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이들이 저자를 신뢰하고 지속적 도움을 제공하여 이 책이 완성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출판하도록 허락한 양서원 출판사의 박철용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2010년 1월 새해를 여는 아침에 『가고파의 고향』 마산에서 현 외 성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