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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고 꽃은 피네

물 흐르고 꽃은 피네

: 좋은 때를 놓치지 않고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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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4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564g | 148*210*18mm
ISBN13 9788974793432
ISBN10 897479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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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금강 스님
열일곱 살에 대흥사 지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해인사, 중앙승가대학, 백양사 운문선원, 원광대학교대학원에서 공부하였다. 2000년부터 미황사 주지를 맡아 한문학당, 템플스테이, 참선수행-참사람의 향기, 괘불재 등 다양한 수행과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세상과 호흡하는 산중 사찰의 전형’을 만들었다. 일반인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간화선 참선수행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20년 동안 꾸준하게 진행해오고 있다. 백양사에서 참사람수행결사(1997)를 맡아 IMF실직자 단기출가(1998)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참선입문과 심화과정(2009), 행복공장 홍천수련원에서 재가자를 위한 무문관(2013) 수행 지도를 하였다.
미황사 참사람의 향기(2003)는 2017년 2월에 100회를 돌파, 2천여 명의 사람들이 스님으로부터 직접 1:1 마음점검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독일, 러시아, 브라질 등 전 세계인들이 마음 수행을 위해 미황사를 찾고 있다. 현재 미황사 주지, 조계종 교육아사리, ‘달라이 라마 방한추진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스님은 말한다. ‘극락은 타인을 위한 마음으로 가득한 곳이다.’ 평소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다가 아픈 부위가 생겼을 때 그 아픈 곳에 마음이 닿듯, 타인의 상처와 나의 고통을 살피고 어루만진다면 이곳이 곧 극락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스님이 산문山門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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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의 본래 마음에 기준을 두고 그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이나 자신의 추측, 상상하는 생각을 과감히 버리는 무아적 관점, 그리고 현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모든 것은 홀로 있을 수 없다는 연기緣起적 통찰이 살아있어야 지혜가 나온다. 그런 지혜의 마음을 늘 살아있게 쓰는 것이 행복하고 평화롭고 자유자재한 삶으로 가꾸는 것이다. 결국 모든 대상의 본질을 본다는 것은 밝은 눈으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 있다. --- p.13

선禪은 이처럼 자신을 신뢰하게 하고, 가장 근본 마음의 상태로 되돌려주는 기능을 한다. 어느 곳에서 어떠한 대상을 만나도 비교하는 마음과 추측, 상상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현재적 관점을 갖게 해준다. 그리하여 행동은 밝아지고 사고는 자유로워진다. --- p.15

종색 선사는 “선정禪定을 닦는 수행은 누구에게나 가장 절실하고 중요한 일이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조용히 좌선하여 사유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매사에 지금, 여기의 자기 자신을 상실하여 정신없이 멍청하게 살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자기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가려고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지 않는가. --- p.63

묵언 수행은 단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 수없이 떠오르는 질문을 스스로 듣는 기회가 된다. 묵언은 여럿이 함께 수행을 하는 이익과 홀로 깊어지는 이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좋은 수행의 도구이다. --- p.84

매일 새벽, 선방보다 대웅전에서 좌선하기를 고집하는데 함께 하는 대중스님들 중엔 더러 불만이 있나 봅니다. 너무 춥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는 잠자코 있습니다. ‘세상에 이보다 좋은 자리가 또 있을까? 또 오늘 이 순간이 아니면 언제 또 이 자리에 앉아 볼 수 있을까.’ 그런 마음 때문입니다. --- p.90

마당으로 들어서 하늘을 보는데 숲속에서와는 달리 별빛이 흐립니다. 몇 해 전 숭례문이 화재로 모두 타버린 후 방화 시설을 보완했습니다. 마당 곳곳에 방범등을 켜놓으니 깜깜한 산속 절집이 대낮처럼 환합니다.……사람의 마음도 답답함 속에서 오히려 비약하는 길이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불빛을 너무 많이 켜놓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불을 켜놓으나 기실 그것은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진정한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모르고 미망 속에 두서없이 켜놓은 것들은 아닌가 싶습니다. --- p.96

선 수행의 목적은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함이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나’라는 상을 떠날 때 비로소 진정한 나를 만나고, 지혜의 길이 열리고, 활발발 대자유인의 보살행이 나온다는 옛 스님들의 말씀을 새긴다. --- p.110

어려서는 나의 아픔과 답답함을 어머니의 손이 다독거려 주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나를 다독거려주고 받아줄 따뜻한 손은 없다. 자신의 본래 성품에 ‘잘하고자 하는 마음’과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니 그것에 의지하여 살아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비심이다. 그 자비심이 바로 관세음보살이다. 관세음보살을 입으로 부르며, 자신이 가진 자비심을 일으켜 자신을 다독거리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손이다. --- p.119

물은 지나온 것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물이 과거 지나왔던 아름다운 꽃밭만 생각한다면 현재 만나는 것들에 대한 불만스러운 마음으로 흘러갈 것이다. 물은 다가올 것들을 미리 생각하지 않는다. ‘폭포를 만나면 어떡하지’ 하면서 공포스러운 마음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깊은 웅덩이를 만날 것이라는 두려움을 안고 주저하며 흐르지 않는다. 물은 늘 새롭게 흐른다. 아름다운 꽃과 새들을 만나고, 신나게 미끄럼도 타고 날카로운 돌무더기도 부드럽게 감싸며 흐른다. 그렇게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흐를 뿐이다. 또 물은 바다로 간다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물에게는 온갖 가능성이 있다. 논밭으로 흘러든 물은 기름진 양식이 되기도 하고, 여름날 햇볕을 받아 수증기로 증발하여 다시 산으로 올라가거나 또는 빗방울로 더 빨리 바다에 도착하기도 한다.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무엇을 만나도 어떤 상황에서도 기쁠 것이며 좋은 기회가 된다. --- p.137

달마산 산기슭의 푸른 소나무를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저 소나무가 어떻게 보이십니까”
화가가 답했습니다.
“오래오래 두고 그림으로 그리면 좋겠습니다.”
이번엔 목수가 말했습니다.
“집 대들보로 쓰면 딱 맞겠습니다.”
소나무를 보는 화가와 목수의 선善은 이렇듯 다릅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맞춰 보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들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화가와 목수뿐일까요? 그 모임의 사람들이 각기 바라보는 소나무까지, 모두 40그루의 소나무가 그 자리에 있는 셈입니다. 자기만의 시각을 고집한 탓에 소나무의 본래면목, 혹은 소나무의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이것을 ‘어리석음’이라 합니다. (182쪽)

미황사에서 어떤 감동을 받았느냐고 물으면 저마다 다른 답변이 돌아옵니다. 누구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하고, 어떤 이는 부도전가는 길이 좋았다 하고, 또는 달마산 꼭대기에서 환희심을 느꼈다고 합니다. 내가 산꼭대기에 데려다 준 것도 아니고 새소리를 들려준 것도 아닙니다. 그때의 햇살과 바람, 나무와 새들, 한 공간에서 함께 어울렸던 사람들이 아름다운 경험을 만들어준 셈입니다. 내 마음이 열려 있으니 사방 곳곳에서 위안을 받고 기쁨을 느끼는 것이지요. --- p.183

먹는 습관은 우리 일상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편식하는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먹듯이 일상에서도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합니다. 싫어하는 음식이 나오면 짜증이 나듯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 다가오면 거북하고 싫은 티를 냅니다. 원하지 않는 일 앞에서 내켜하지 않는 마음이 먼저 일어나고 결국 그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밥 먹는 일은 숨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쉼 없이 이어온 행동입니다. 밥 먹는 습관이 바뀐다면 살아가는 방식도 바뀝니다. 큰 것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작은 것을 바꾸면 됩니다. --- p.187

동체대비는 무엇인가. 한 몸으로 슬퍼한다는 뜻. 부처님은 중생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 중생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부처님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너도 부처, 나도 부처, 너와 나는 다르지 않으므로 남에게 베푼 자비는 곧 나에게 베푼 것. 다시 말하면 자비에는 그 어떤 조건도 따라서는 안 되며, 베푼다는 말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 p.238

티베트 스님들은 아주 의미 있는 때에 모래 만다라를 만든다. 다섯 명의 스님이 둘러앉아 바닥을 캔버스 삼아 입자가 아주 고운 색 모래로 그림을 그린다. 보통 7일 동안 온갖 정성을 쏟는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호흡이 조금만 흐트러져서도 안 된다. 집중하며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가 바로 완벽한 삼매의 수행이다. 그러고 나서 모래 만다라가 완성되면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축원을 하고는 곧바로 만다라를 지워버린다. 채 몇 분 안 되는 시간이다. 잔뜩 기대하며 지켜본 사람들은 허망하다. 그 허망함이 바로 무상無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아무리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도 언젠가는 변화되고 허물어지고 사라진다. 그러나 허망할 것도 없다. 완성된 만다라는 이미 바라보았던 이들의 가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모래 만다라를 완성하는 그 긴 과정이 삼매이고, 그 행위 안에 수행이 깃들어 있었기에 모래 만다라는 그저 허상이라는 것. 그 깨침을 위한 그림이 만다라다. --- p.254

향을 피우면, 향의 몸은 연기로 변하고 연기는 곧 흩어져 향기로 변하여 온 방에 가득해진다. 눈에 보이는 세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은 세계로 변화하였을 뿐 향의 본질은 오히려 수천 수만으로 확대된 것이다. 자신의 몸이 없어지는 무상을 받아들여야, 지혜로 가는 새로운 시작을 알 수 있다. --- p.258

본래의 모습을 버려야 향도 차도 비약적인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듯 매일매일 놓고 떠남을 잘해야 오늘을 살아있는 행복으로 만들 수 있다. 차를 마실 때 순수한 색과 향과 맛을 우려내듯이 머물지 않는 성품에서 자유로움을 찾고, 번뇌와 망상이 없는 성품에서 평화로움을 찾고, 고정된 생각이 없는 곳에서 행복을 찾는다. --- p.260

여러분은 지난해 법회가 시작된 후 달마다 마음을 내 저의 이야기를 들으러 오십니다. 오늘 이 자리의 만남은 여러분과 제가 한 마음을 냈기 때문입니다. 만남은 둘의 마음이 마주하고 깊어져야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마음은 늘 변할 수 있습니다. 그 마음을 유지하려면, 첫 법회 때 가져온 그 마음이 계속 일어나야 합니다. 한 번 마음 냈다고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첫 마음을 매번 다시 일으켜야 합니다. 오늘 아침, 여러분이 그 마음을 일으켰기에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 함께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초심初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처음 마음, 선심초심禪心初心. 선심은 바로 첫 마음에 있습니다. 첫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바로 깨달음을 얻는 길입니다.” --- p.274

“너 어디서 왔느냐”
“예, 저 전라도 해남에서 왔습니다.”
“뭣 때문에 왔느냐”
“예, 행자 생활하러 왔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엷은 미소를 띄우며 이어지는 말씀.
“야, 너 정말 잘 왔다. 우리 죽을 때까지 공부하자. 이 생에 태어났다 생각지 말고 공부하다 죽자.”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 p.275

내가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소임을 옮겨 갈 때면 스님의 그 말씀이 불쑥불쑥 떠올랐다. 나라고 게으른 마음이 왜 없겠는가. 게으른 마음과 욕심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이 올라올 때 그 말을 생각하면, ‘그래, 다시 공부하자’,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결심이 새롭게 떠올랐다. 그 결심이 하루하루 이어져 지금까지 수행하며 살고 있다. --- p.276

가장 큰 고통은 일상의 삶이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하루하루 살얼음판이다. 수시로 수많은 것들을 선택해야 하는 갈등이 괴롭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잘못할까 몸을 사리고, 늘 후회와 불안으로 하루하루 겨우 달래면서 살아간다. 그야말로 삶은 고苦의 연속이다. --- p.278

어떻게 해야 그런 관점들을 내려놓고, 석가모니 부처님이 발견한 본래 부처의 마음자리를 드러낼 것인가. 바로 ‘초심’에 답이 있다. 옛 선사들은 바로 그 자리를 생각하기 이전 자리, 말하기 이전 자리라고 한다. 그것은 지혜의 자리이자 깨달음의 자리이며 부처의 자리이다. 우리 본래 자성이다. 그 마음을 언제 내는가? 바로 지금 이 순간. 그 마음이 바로 초심이다. 첫 마음, 어떤 대상을 볼 때 바로 내 생각이 일어나기 전, 바로 그 마음으로 보라는 것이다. 눈으로 ‘예쁘다’ ‘추하다’ 가늠하기 전,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다. 그 마음을 놓치면, 내 경험과 학습된 상식들로 보고 판단한다. 첫 마음을 믿지 못하고 그동안의 경험, 어디서 들었던 것, 배웠던 것들로 바라보고 추측한다. 그런 상식과 경험이 더 잘 보게 할 것 같지만 오히려 더 흐리게 보게 한다. --- p.279

몸을 쉬는 법은 누구나 잘 안다. 그런데 마음 쉴 줄은 모른다. 마음도 쉬어야 한다. 몸은 잠들면 쉬어지는데, 마음은 어떻게 쉬는가? 마음의 쉼은 늘 순수한 본래 마음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다. 바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 본래 마음으로 돌아가, 이 순간을 보는 것이 마음을 쉬는 것이다. 곧 그것이 좌선이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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