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는 평생을 철학에 바쳤고, 인생의 황혼기에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인간 인식의 근원을 밝혀낸 《순수 이성 비판》은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명저가 되었거니와, 윤리학과 미학, 종교론, 영구평화론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찬탄해마지 않는 성과를 일구어낸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끊임없는 진리 탐구의 자세입니다. 어떠한 권위에도 압도당하지 않고 어떠한 편견에도 흔들리지 않은 채, 자기 자신의 독창적인 사고와 진리의 준엄한 명령에 따라 오직 앞만을 바라보고 뚜벅뚜벅 걸어 나간 작은 거인, 그가 바로 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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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랫동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탄과 외경(畏敬, 공경하면서 두려워함)을 내 마음 속에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내 머리 위에 별이 총총한 하늘과 내 마음 속의 도덕률이다.”
실로 이 구절처럼 칸트의 인품과 신념, 사상이 잘 표현된 구절은 없을 것입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누구든지 우주의 광대함과 인간 존재의 왜소함에 감탄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양심의 소리’ 역시, 거부할 수 없는 어떤 힘으로 다가오는데요.
--- p.78
칸트의 고민은 당시 도도하게 밀려드는 사상적 흐름, 예를 들어 경험론과 회의주의, 공리주의(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학설), 유물론의 공격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전통적 가치들(진리, 윤리, 종교 등)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신이나 영혼 불사(不死) 및 윤리적인 세계, 예지계 등을 지켜낼 수 있었고요.
--- p.134
“칸트 이전의 모든 사상은 칸트로 흘러 들어와 독일 관념론이라는 호수에 고여 있다가, 헤겔을 통해 흘러나가 이후 모든 사상의 원천이 되었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꾸어, “세계사상의 조류(潮流)는 모두 칸트 철학에로 흘러들어가고, 또 칸트로부터 흘러나왔다”는 표현을 쓰는 학자도 있습니다.
--- p.177
영혼은 불멸해야 하고, 신은 존재해야 한다
최고선(도덕적 행위+행복)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최상선(도덕적 행위)이 실현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감성계에 속해있는 인간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하지요. 왜냐하면 의지가 도덕률과 완전히 일치해야 하는 최상선을 위해서는 그것을 향한 의지의 무한한 진행을 가정해야 하는데요. 그러나 이것은 곧 인간이 인격적 존재로서 무한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즉 영혼의 불멸을 전제하고서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영혼불멸은 최상선의 실현을 위해, 즉 도덕의 성립을 위하여 요청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혼이 불멸하는지 않는지 우리가 이론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의 무한한 도덕적 노력을 위해서는 영혼이 불멸해야 하는 것입니다.
--- p.197
해박한 지식, 소박한 서재
칸트는 철학뿐 아니라 정치학, 경제학, 박물학, 수학, 물리학, 화학 등 모르는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로 깊이 있게 연구하였습니다. 고전에도 정통하였고, 라틴어에 대해서도 풍부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가 이토록 해박한 지식을 갖추게 된 까닭은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은 덕분이었습니다. 칸트는 다독가(多讀家, 글을 많이 읽는 사람)로서 여러 방면의 책을 읽었는데요. 그 가운데에는 여행기나 역사 그리고 자연과학 분야의 책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p.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