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HILL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저마다 마음속에 넣어 두었던 작고 어린 기억들을 꺼내어 그림으로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소년 소녀 무중력 비행중』『작은 지구촌』『별』『순비기꽃 언덕에서』『가족을 주문해 드립니다!』『코끼리는 내일 온다』『절대 딱지』 등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집안에 아이가 한 명 더 있다면 어떤 풍경일까?’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든다던데. 그래서 우리 엄마 아빠도 동생 낳는 것을 망설이는 눈치다. 만약 내 사이버 가정에 아이가 하나 더 생긴다면, 아빠는 돈을 좀 버는 정도가 아닌 많이 버는 캐릭터로 바꿔야 할 것이다. 엄마 캐릭터 중 파트타임 캐릭터는 버려도 될 듯하다. 애초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엄마를 주문한 것은 나나에게 엄마 캐릭터가 갖는 과도한 관심을 줄여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였다. 아이가 하나 더 생기면 굳이 파트타임으로 일하지 않아도 그 효과는 충분할 것 같았다. ‘생각보다 공사가 크지 않겠는걸.’ 동생을 주문하기로 했다. --- p.27
이모는 용이를 맡은 이후 ‘큰일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래도 그 말보다 더 많이 쓰는 말은 뭐니뭐니 해도 ‘우리 용이’다.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다. 엄마도 우리 용이, 이모도 우리 용이, 온통 용이 용이다. “우리 용이 앞에서 별말을 다 한다.” 엄마는 이모에게 살짝 핀잔을 주면서 용이 옆으로 가 앉았다. 엄마 눈엔 내가 보이지도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일부러 엄마 옆으로 가 알짱댔다. 엄마는 얌전히 앉아 있는 용이를 덥석 안아 올리더니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다. 그러다 용이 발이 내 어깨를 툭 쳤다. “아, 아파.” 내가 짜증을 부리니까 엄마가 멈칫했다. “미안. 그런데 너 거기서 뭐해?” 이제야 봤다는 듯한 엄마 말투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pp.115-116
눈을 감고 누워 있는데 거실에서 이모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어머, 우리 용이 좀 봐.” 용이가 대단한 재롱이라도 부린 모양이다. “용이, 그림을 곧잘 그린다. 이건 영락없는 사과야. 그치?” 엄마가 한껏 흥분된 목소리로 맞장구를 쳤다. 이모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깔깔깔 웃었다. 용이가 진짜 사과를 그렸을까. 나는 방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엄마와 이모가 용이를 가운데에 두고 용이와 놀고 있었다. 파라다이스의 거실과 거의 비슷한 풍경이었다. ---pp.125-126
“용이를 입양하게 되면 내년엔 영어 유치원 보내자. 어렸을 때부터 외국어를 교육시키면 모국어처럼 한다더라. 우리 미아는 영어 유치원까지는 못 보냈는데 용이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정말 잘 키울 수 있을 거야.” 엄마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말도 안 돼!” 엄마가 다시 교육 중독 캐릭터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모는 엄마 말대로 하겠다는 뜻인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벽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털털한 엄마 캐릭터로 그럭저럭 봐주었더니 이모는 이젠 줏대 없는 엄마 캐릭터가 되려는지. 나는 이모가 해야 할 말을 대신해 주었다. “아직 우리말도 못하는 용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건 너무해.”
엄마 아빠의 교육 욕심과 기대가 부담스럽기 만한 ‘미아’. 미아의 엄마가 자신을 영순위로 살거나, 혹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면 미아에게 관심을 덜 갖지 않을까요? 미아는 사이버 가정에 동생 캐릭터를 주문한 것처럼, 그리고 늦기 전에 둘째를 낳고 싶어 하는 엄마의 바람대로 미아의 동생이 생기면 더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모에게 업둥이 아이가 생겨 미아는 사촌 ‘동생’을 얻게 됩니다. 동생이 있으면 미아는 자신이 엄마 아빠의 바람에 조금 못 미치더라도 마음이 한결 가벼울 것 같았습니다. 엄마도 미아를 키운 경험을 살려 동생을 똑똑하게, 더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미아는 점차 어딘가 찜찜하고 속이 쓰리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