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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eBook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 뇌과학, 착한 사람의 본심을 말하다

[ EPUB ]
리뷰 총점9.9 리뷰 328건 | 판매지수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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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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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7.34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3만자, 약 3.9만 단어, A4 약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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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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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남의 눈치를 보고 선택하는가
2002년에 개발된 행동 측정 실험이 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컴퓨터 화면 위에 하나씩 등장하는 단어들을 보면서 그 단어가 자신의 특성을 얼마나 잘 묘사하는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유능하다’라는 단어가 나올 때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하면 ‘맞다’에 해당하는 버튼을 누르고, ‘게으르다’라는 단어가 나올 때 자신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아니다’에 해당하는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 실험을 가리켜 ‘자기 참조 과제’라고 부른다.
실제 실험에서는 한 가지 조건이 추가된다. 바로 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한 판단을 포함하는 것이다. 2002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당시 미국 대통령을 판단하는 시행이 포함되었다. 이렇게 자신에 대해 판단하는 시행들과 타인에 대해 판단하는 시행들을 모아서 비교한 결과, 타인 조건에 비해 자신 조건에서 월등하게 높은 활성화 수준을 보이는 뇌 영역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영역은 뇌에서 직관적이고 자동적인 선택의 가치를 계산하는 ‘복내측 전전두피질(ventral medial prefrontal cortex)’이라는 부위와 거의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
여러분이 이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MRI 기계 안에 누워서 컴퓨터 화면을 보며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유능하다’라는 단어가 제시되면 ‘맞다’와 ‘아니다’라는 두 버튼 중 무엇을 누를지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미국 대통령이 유능한지를 판단하는 상황과 내 자신이 유능한지를 판단하는 상황은 대단히 큰 차이가 있다. 이때, 당신의 머릿속 한 구석에서는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들지 모른다. ‘내가 스스로 유능하다고 하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
이 상황에서 참가자들이 기대하는 보상,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혹시 ‘나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평판’이 라는 가치를 계산하는 것일 수 있다는 가설이 가능하다. --- p. 25~27

더 높은 보상을 얻기 위한 계산된 전략
이타적인 행동의 진화적인 이점을 알아보고자 한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있다. 이 연구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각각 세 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 경쟁하는 게임을 하도록 지시받았다. 게임의 규칙은 이렇다. 팀에서 뽑힌 한 명이 물이 담긴 통 밑에 앉아 있고 같은 팀의 동료가 공을 던져 타깃을 맞히면 물이 담긴 통이 뒤집어지면서 그 아래 앉아 있는 동료가 물을 뒤집어쓰게 된다. 높은 점수를 얻는 팀에게 더 많은 상금이 주어지며, 이 상금은 팀 구성원들끼리 나누어 가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각 팀에서 선택된 한 명은 거의 항상 자신을 희생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점이다.
실험이 끝난 뒤에 참가자들 모두를 대상으로 여러 질문을 해보았다. 그 결과 대부분이 각 팀에서 가장 높은 공헌을 한 사람으로 희생자 역할을 수행한 동료를 꼽았다. 뿐만 아니라 이 희생자 역할을 수행한 동료는 다른 동료들로부터 가장 높은 선호도와 가장 높은 배당금을 받았으며, 다음 실험에서도 같은 팀 동료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간단해 보이는 이 실험은 이타적 행동의 심리적 동기를 이해하는 데 흥미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이타적 행동은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높은 이득을 주는 전략적 행동이 될 수 있다. 또한 위의 실험의 예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타적인 행동은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해줄 수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이타적인 행동은 자신의 능력과 이타적 성향을 과시하는 ‘값비싼 신호(costly signal)’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런 비싼 신호를 사용한 개체일수록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 --- p. 106~107

복수는 정말 나의 것인가
사람들이 형평성을 회복하는 데 그토록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형평성을 회복하면서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생존 가능성도 함께 높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최후통첩 게임을 다시 한 번 적용해보자. 실험자가 갑에게 100만 원을 준다. 을도 갑이 100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갑은 자신이 받은 100만 원의 일부를 을에게 나누어주어야 한다. 이때 을의 입장에서 갑이 을에게 나누어준 금액이 기대치에 비해 적다고 느낄 경우, 을이 기대하던 형평성은 깨질 수 있다. 그러나 복수할 기회가 을에게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갑이 알고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갑은 훨씬 더 많은 돈을 을에게 나누어주는 결과를 보인다. 즉 을에게 주어진 복수 가능성은 갑이 을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게 하고 을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복수 행위가 반드시 부정적인 행위라기보다는 일종의 적응적인 기능, 즉 ‘무너진 형평성의 회복’을 위한 자연스러운 ‘인지적 적응 기제’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사실을 추론해볼 수 있다. --- p. 146

‘성공한 사이코패스’의 뇌구조
상대방과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모든 상황에서 이롭기만 할까? 공감은 물론 타인을 향한 감정 반응이지만 그 신경학적 뿌리를 파악해보면 어디까지나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자기중심적 해석으로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인 감정을 강하게 느끼는 상황에서는 정확한 공감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각자 살아온 경험에 따라 개인차가 큰 탓에 공통적인 감정을 비교적 약하게 느끼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감정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향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은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오해를 초래하고 소통을 막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 공감은 합리적인 판단이나 결정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당신은 작은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이번 달 말까지 주문받은 제품을 거래처에 납품하지 않으면 계약을 위반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거래처를 잃을 뿐만 아니라 결국 회사가 부도를 맞고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당연히 직원들을 재촉해 일을 끝내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연이은 야근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직원들의 모습을 보니 측은함이 밀려온다. 이럴 때 과연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순간의 측은한 감정, 즉 공감에 휘말리면 당신의 결정은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리어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낮은 공감 능력을 지닌 사람이 더 쉽게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공감 능력이 낮으면 지친 직원들을 다그쳐 임무를 완수하도록 지시하는 것이 더 쉬울 테니까 말이다.
이런 논리에서 볼 때 지나친 공감 능력은 집단의 리더들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처럼 성공한 CEO 중에는 공감 능력이 낮은 사람이 많다는 주장이 있다. 놀랍게도 정치와 종교 분야의 지도자들 중에도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가 존재할 확률이 다른 분야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고 한다. 심지어 이들을 일반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부류와 구분해서 일종의 ‘성공한 사이코패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 p. 185~186

‘선의’에만 의존하는 것은 왜 위험한가
나 역시 우리 사회는 기부의 비중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부를 줄여야 한다니 의아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말하는 기부는 주로 개인 차원이나 기업 차원에서 선의로 자신이 가진 유형 혹은 무형의 자원을 양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물론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타적인 동기 또한 타인으로부터의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이러한 주장이 기부한 사람의 선의를 퇴색시키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기부한 사람이 자신의 동기를 순수한 선의로만 인식한다면, 그는 기부를 통해 얻는 즐거움을 자신의 뛰어난 도덕성으로 착각할 수 있다. 또한 이 경우 기부 뒤에 따르는 타인으로부터의 칭찬과 인정은 기부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도덕적 우월감을 고취시키고 강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내가 이타적 행동을 포기하더라도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기부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 그 문제는 나의 안녕에도 위협을 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타적 동기에 대한 자기인식 과정은 오히려 더욱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이타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는 최소의 비용과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이타적 선택을 찾으려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효율적 이타주의는 바로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효율적 이타주의는 기부가 필요한 사회적 문제들에 다수의 관심을 집중시켜 제도적 지원을 만들어줌으로써 더 이상 개인의 ‘선의’에 의존한 기부 행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를 지향하는 것이다. --- p. 240~242

[출판사 서평]

인정받고 싶은 욕망보다 더 강한 것이 있을까?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백화점 VIP 고객의 갑질 횡포, 층간 소음으로 다툰 끝에 이웃을 살해한 사건……. 이러한 사례들을 해석하는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설명한다. 현대인들이 분노를 조절하는 데 큰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한동안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이 사건들의 공통점이 다름 아닌 ‘인정 중독’이라면 어떤가?
타인과 비교하여 자신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적응 능력, 즉 생존 적합도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 이러한 인식은 주로 타인으로부터 존중을 받으면서 지각된다. 그런데 인정 욕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존중으로는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게 되면, 점차 높은 수준의 존중을 요구하게 된다. 마치 약물 중독이 심해질수록 같은 효과를 위해 더 많은 약물을 원하는 것처럼, 인정 중독이 심해지면 더 많은 칭찬과 존경심, 혹은 경외감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 김학진 교수는 이 책에서 인정 욕구가 이타적 동기의 근원에 있다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인간은 이미 본격적으로 사회화가 이뤄지기 전부터 타인의 감정을 구분하며, 타인의 호감을 보상으로 환산할 수 있는 가치 계산 기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도파민 신경 세포부터 측핵, 편도체, 전전두피질 등 선택과 관련된 뇌 속 구조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뇌에서 보상을 추구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평판 관리 기제’로도 꼽히는 복내측 전전두피질이라는 뇌 부위를 통해, 우리의 선택 과정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동기와 연결된 방식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평판’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부정적인 의미부터 떠올리곤 한다. 평판에 민감한 사람은 기회주의적이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약한 인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뇌 속의 평판 관리 기제를 적절한 수준에서 사용한다면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대부분의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인정과 칭찬은 사회적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보상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100년도 훨씬 전에 이러한 측면을 강조하며 “인간 본성의 가장 근원적인 원리는 바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라 주장한 바 있다.
저자는 인정 욕구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고 말하며, 인정 욕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바로 그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정 욕구가 확장되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은 무궁무진하다. 냉철하면서도 예리한 저자의 뇌과학적 해석을 따라 인정 욕구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한 방향으로 조율해나갈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인정 욕구가 인정 중독으로 이어지기 전에 이를 미리 감지하고 건강한 이타성으로 이끌 수 있다면 개인과 사회 모두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도덕성, 이타성, 공감과 같은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뇌라고 하는 의식의 가장 근원적인 곳에서 찾아내고자 분투하는 김학진 교수의 집념이 돋보이는 책이다. 학문적 탁월성과 세상을 향한 이타심으로 이 역작을 집필한 저자에게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건네고 싶다. 이 책이 한국 심리학의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_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프레임』 저자


‘착한 사람’은 우리를 어떻게 배신하는가

‘아라비안 배블러(Arabian babbler)’라는 새가 있다. 이들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하기보다 가장 높은 나무에서 포식자가 접근하는 것을 알려주는 새가 무리의 리더가 되고 더 높은 번식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인간은 어떨까? 인간은 왜 이타적인 행동을 할까? 저자는 최신 뇌과학 분야의 여러 연구 결과와 사례들을 통해 인간의 경우에도 이타적 행동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이득을 주는 전략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타적인 행동은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이끌어내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타적 행동이 정말 뇌의 생존 전략이라면 낯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의 경우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순수한 이타적 동기가 구현된 것으로 해석해도 될까? 혹시 생존에 유리한 이타적 행동 전략이 뇌에서 자동적으로 발휘된 것일까?

상식적으로 우리는 자기중심적인 본능을 억누르는 통제 기제가 이타적인 행동에 관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말하자면 자기의 욕구보다 타인의 욕구를 우선시하는 것이 이타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반대의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내리는 모든 선택은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되며, 이타적이고 친사회적인 선택이 오히려 직관적이고 충동적인 기제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타인을 돕는 이타적 행동은 복잡한 사회적 관계들 속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보다 우세하고 직관적인 가치로 강하게 우리 뇌 속에 각인되어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뇌과학을 통해 인간의 이타성과 공정성을 바라보길 권하며, 마치 새로운 여정의 안내자처럼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새로운 연구 결과들을 소개한다. 이타성과 진화적 성공 가능성, 즉 살아남아 자신과 동일한 행동 유형을 가진 후속 세대를 만들어낼 확률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직관적으로는 이타적일지라도 이기적인 전략을 선택해야 진화론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도덕성과 이타성이라는 숭고한 가치가 생존과 번식이라는 궁극적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논리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저자 역시 소위 사랑이나 공감처럼 고귀한 본성이라고만 여겨졌던 인간 심리들이 결국 뇌의 작용이라는 연구들을 소개할 때마다 대체 왜 이런 연구를 해야 하느냐며 불쾌해하거나 울먹이는 학생들을 만나 변명 아닌 변명을 한 적도 많았노라 털어놓는다. 이런 연구가 진실한 선행의 의도를 의심하게 만들 거라며 우려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단언한다. 이런 주장은 마치 인간의 생리 작용과 대사 작용을 이해하면 식욕이 사라질 것이라 걱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인간의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인 인정 욕구가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나타난 건강한 도덕적, 이타적 행동은 그 이면의 동기를 이해한다고 해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신체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면 건강에 해로운 습관을 피하기 쉬워지지 않는가. 이처럼 이타성과 공정성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교묘하게 모습을 바꾼 인정 욕구가 자신을 포함한 사회 전체를 파괴하는 형태로 무분별하게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저자가 수년간 이타성과 공정성에 관한 연구들을 해온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왜 남을 돕는가? 공평하게 대우받지 못했다고 느끼면 왜 여지없이 화가 나는가? 애써 번 돈을 왜 남에게 기부하고, 경제적 이득을 포기하면서까지 우리는 왜 불평등과 싸우는 걸까? 사회신경과학자 김학진 교수는 사회적 의사결정 연구의 최전선에 선 학자로서, 21세기 뇌과학의 가장 중요한 질문인 ‘인간의 사회성’을 정면 도전한다. 착한 사람의 본심과 분노를 섬세하게 따라가는 이 책에서 우리는 뇌의 구조와 기능은 물론, 결국 삶의 성찰에까지 이르게 된다. 독자는 이 책에서 신경과학자가 전하는 ‘더불어 사는 지혜’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_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저자


‘합리적 이타주의’, 새로운 의사결정 방식의 출발점

타인을 도울 때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가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에 대해 한 말이다. 오늘도 죽어가는 전 세계 수십만 명의 아이들보다 미디어가 찾은 한 명의 불행한 아이에게 모든 온정의 손길들이 몰리는 역설적인 일들이 흔히 일어난다. 효율적 이타주의는 이런 자세를 지양한다. 선의에만 의존한 이타적 행위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세상에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효율적 이타주의를 하나의 예시로 삼으며, 이 책의 독자들에게 ‘합리적 이타주의’를 추구할 것을 권한다. 이타적 동기가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이타적 동기에 대해서 집요한 자기인식 과정을 거치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그래야 오히려 더욱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이타적 행동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리적 이타주의는 단순히 기부나 선행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오랫동안 이타적 의사결정과 신경 기제 사이의 연결고리를 연구해온 학자로서 저자는 다양한 최신 뇌과학 연구와 사회적 사례들을 연결 짓는다. 또한 교육, 정책, 환경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바라볼 때에도 인정 욕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는 자기인식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사춘기 이전 아이들에게 다양한 선택 기회를 제공하여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테두리 안에서 인정받는 방법을 스스로 배워나가도록 도울 수 있으며, 보수주의와 진보주의가 안정성과 유연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정책 결정이 가능해진다. 더욱 많은 이들에게 이타적 행동을 유도하여 바람직한 환경보호 운동을 실천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인정 욕구와 이타성에 대하여 깊이 이해하고 합리적인 방향을 추구할 때, 의사결정 과정에서 좀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뇌과학은 인간 본성을 규명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시스템의 작동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데 중요한 정보와 자료들을 제공해준다. 이 책에서도 뇌과학은 풍부한 정보들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도덕적이고 이타적인 의사결정을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다소 어렵게 느낄 만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친근한 사례들을 덧붙여 좀 더 쉽게 전달하고자 했다. 동시에 사회신경과학자로서 정확하고 생생하게 전문 지식들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회적으로, 습관적으로 체득한 편견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심리학적, 뇌과학적 관점을 갖는 것은 우리에게 놀라울 만큼 새로운 생각의 기회를 제공한다. 어떤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리려는 충동을 느낄 때마다 한발 물러서서 곰곰이 생각해볼 여유를 주는 것이다. 인생을 뒤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는 종종 이런 조언을 듣는다. “네 심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이 책의 말미에 이르러 독자들은 저자가 건네는 이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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