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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생각하고 철학이 뒤섞다

사진으로 생각하고 철학이 뒤섞다

: 사진 찍는 인문학자와 철학하는 시인이 마주친 모두스

사진으로 철학하기이동
리뷰 총점9.9 리뷰 334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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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96g | 145*210*20mm
ISBN13 9788997779758
ISBN10 8997779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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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비친 언어
최근에 인도 정부가 자신들이 믿는 신으로서의 강인 갠지스와 야무나 그리고 산 히말라야에 대해 인격권을 부여했다. 일단은 환경 훼손을 막고 힌두 최고 성지인 강과 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인 것 같지만, 사실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 보면 매우 종교적인 - 지금 정부의 뿌리는 국수주의적 힌두 근본주의다. - 정책임을 알 수 있다. 힌두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그것은 생명체든 무(無)생명체든 관계없이 다 신으로서의 일정한 본질을 가지는 존재라고 여긴다. 그래서 모든 자연이 다 신이다. 그런데 이 모든 신과 인간은 유한한 존재일 뿐이다. 세계를 운행하는 절대 불변 무한의 이치 속에서 이 세계로, 저 세계로 태어나고 또 태어나고 또 태어나며 영겁을 살아갈 뿐이다. 이 신앙에 아주 독실한 사람들은 지금 태어나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아침 이슬과 같은 허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불변의 어떤 진리를 찾고, 그것을 알현하고자 저 멀리 히말라야를 찾고 어머니 갠지스의 모태를 찾는다. 신을 찾으러 가는 자리, 벅찬 감동이 올라 올 때 자신의 신심을 어떤 상으로 남긴다. 밖에 남긴 것은 허탄한 돌무지이지만, 그 돌무지 안에는 보이지 않는 뭔가 실체가 있다. 그는 그 실체를 돌무지로 남긴 것이고 나는 이미지만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난 카메라로 그 둘의 간격을 말하고자 한다. 그가 본 세계가 옳은 것인지, 내가 본 세계가 옳은 것인지 그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시가 포착한 풍경
데카르트는 실체(實體)를 ‘존재 이유가 자신의 내부에 있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그 내부가 무한한 것을 ‘무한실체’라 하였으며 신(神)은 무한실체라고 말하였다. 그런 면에선 신(실체)을 ‘자기원인’이라고 말한 스피노자와 같다.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의 실체 즉 신 개념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다. 다만 둘은 양태의 문제를 다르게 생각하였다. 데카르트가 양태들도 실체(유한실체)라고 본 반면 스피노자는 양태를 실체로 보지 않았다. 양태들을 실체라고 생각한 데카르트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스피노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데카르트는 신과 양태의 관계를 ‘일반과 부분’의 관계로 본 것 같다. 일반과 부분의 관계는 동일성의 관계이며 심지어 ‘명령과 복종’의 관계로 보인다. 왜냐하면 신이 양태들을 창조하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피노자가 볼 때 그것은 그들이 말한 신의 정의에 위배된다. 무한실체로서 완벽한 신이 어떻게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인가? 무엇을 만든다함은 반드시 ‘목적’이 따른다. 목적이 결여된 상태에서 어떤 것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목적이 있다함은 그 순간 자신이 결여하고 있는 그 무엇이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신이 결여하고 있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은 신의 정의에 위배된다. 그러므로 신과 양태의 관계는 ‘일반과 부분’의 관계여서는 안 된다.
그들의 관계는 ‘전체와 개별’의 관계여야 한다. 이것은 ‘우주와 특이성’의 관계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들은 동일성의 관계가 아니다. 그러므로 특이성은 우주의 부분이 아니다. 가령 아무리 작은 특이성이라도 하나가(숫자의 개념이 아니다) 빠지면 우주라는 전체도 달라진다. 그러므로 우주 혹은 전체로서의 신이 개별자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다만 개별자들에게 신은 ‘깃들어’ 있을 것이다. 이게 스피노자의 신이 범신론(汎神論)의 관점으로 여겨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범신론에서 모든 존재가 신이 전변(轉變)된 것이긴 하지만 신이 전변된 존재는 결국 신이 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 어떤 존재라도 결국 신이 되려는 게 어쩔 수 없는 욕망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스피노자의 ‘실체와 양태’는 결코 그런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스피노자에게 있어서 양태는 절대로 신이 될 수도 없고 신과의 본성이 동일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신과 양태는 따로따로 노는 것인가? 그것 역시 아니다. 그게 바로 ‘우주와 특이성’의 관계이고 줄기차게 이야기한 ‘실재적 구별’의 관계다.
그러므로 특정 양태에게 있어서 신은 오직 단 한 번만 존재한다. 가령 이 순간은 우주적 시간으로도 지금 이 순간 단 한 번뿐이다. 두 번 있을 수 없다. 그게 바로 사진이 보여 주는 이미지와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진은 그 단 한 번의 찰나를 포착해내는 작업이다. 언제든지 마음 내킬 때 누를 수 있는 셔터 같지만 그 순간은 우주에서 단 한 번 밖에 있을 수 없는 ‘특이성’으로서의 셔터라는 말이다. 그때 우린 그 순간의 소중함과 긴급함을 알아야겠지만 반드시 그게 우리가 정한 어떤 ‘대단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들에게 어떠한 이름을 붙이더라도 그런 순간은 늘 다시 오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은 대단함보다는 늘 사소함으로 존재한다. 그리곤 다시 차이로 돌아온다. 그게 바로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다.
그러므로 진정한 범신론을 말해 보면 신과 다른 존재들의 관계가 ‘우주와 특이성’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여 모든 존재들은 운동하고 있지만 그 운동성의 방향이 신 쪽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반드시 신을 머금고 있어야 한다. 사진에서 보이는 바람과 하늘 그리고 땅과 물을 보라. 그들은 모두 신을 머금고 있지만 결코 신이 되려 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들이 되어야 할 신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범신론’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신의 범람이 모든 존재들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분명 맞지만 양태로서의 모든 존재들은 결코 신이 되려 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결국 신은 양태가 아니면서 양태이고 양태 또한 신이 아니면서 신인 것이다. 그게 바로 ‘범신론’으로서의 자연이 아닐까?
--- p. 2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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