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에, 지난밤 우리가 목격했던 불행한 사건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 영국인의 생활 방식에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 아니었소. 사실, 전혀 영국적이지 않다고 말해야 할 것 같군요. 나는 그 순간에 외국인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특히 고통스럽소. 박사가 혹시라도 이 충격적인 사건이 영국에서 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소.”---p.154
“뛰어난 로저스 경사가 요령은 없었지만 확실하게 말한 것처럼 이 젊은이는 분명히 어떤 사람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렇다면 경사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용의자의 수는 무시무시하게 극소수로 제한됩니다. 그는 장관과 귀족 영애, 떠오르는 정치가의 아내, 가문의 믿을 만한 하인, 여러 핏줄이 뒤섞이고 국적마저 의심스러운 외국인 가운데에서 범인을 택해야 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용의자 명단에서 앞의 세 사람은 누구를 체포하더라도 엄청난 추문을 불러올 것입니다. 이런 가문의 집사를 받아들이면 영국에서 가장 잘 유지된 제도 중 하나에 대한 영국 대중의 신념이 통째로 흔들릴 겁니다. 그런데 영국인이라면 개뿔도 관심을 두지 않을 희생양이 바로 앞에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입니까!”---p.157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으셨다면 맨 앞으로 돌아가 책을 펼쳐 보세요. 비극의 전조라도 되듯 잔뜩 찌푸린 하늘 아래 우뚝 솟은 워벡 저택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손님이 도착하는 소리에 육중한 나무문이 열리고 엄숙한 표정의 집사 브리그스가 나와 여러분을 맞이하며 이렇게 인사하겠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워벡 저택에 오신 여러분을 이 저택을 대신해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