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아시 씨는 처음에는 엘리자베스가 예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무도회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감탄할 만한 점을 찾지 못했고, 그 뒤 다시 만났을 때는 흠잡을 부분만 보였다. 하지만 그가 그녀의 이목구비에 훌륭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고 친구들에게 그렇다고 밝힌 뒤 곧바로, 그는 엘리자베스의 검은 눈동자에 깃든 아름다운 표정이 그 얼굴에 보기 드문 지성미를 불어넣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에 이어 그 못지않게 당혹스러운 발견이 잇따랐다. 그의 비판적인 눈은 그녀의 몸매에서 완벽한 균형을 해치는 문제점을 하나 이상 파악했지만, 전체적으로 그 모습이 날씬하고 보기 좋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그녀의 태도가 상류사회와 거리가 있는 게 분명한데도 그 쾌활하고 유쾌한 장난기는 매혹적이었다. 그 사실을 그녀는 전혀 몰랐다. 그녀에게 다아시 씨는 누구에게도 호감을 살 수 없는 사람, 자신을 두고 별로 예쁘지 않아서 함께 춤출 수 없다고 말한 사람에 불과했다. --- p.38~39
“제발 믿어주세요, 콜린스 씨. 저는 존경할 만한 남자분을 괴롭히는 그런 우아한 관례는 취하지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진정한 찬사는 저를 진실된 사람으로 보아주는 것이에요. 청혼해주신 것은 거듭 감사드리지만, 그걸 수락할 수는 없습니다. 제 감정이 한사코 거부합니다. 이보다 더 명료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이제 저를 남자를 애태우는 우아한 여자로 생각하지 말고, 진실을 말하는 합리적인 사람으로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 p.152
“제가 영광스럽게 기다리던 대답이 고작 이것이로군요! 왜 제가, 예의를 갖추려는 말치레도 없이 거절당하는지 이유를 묻고도 싶습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군요.” “저야말로 묻고 싶습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왜 이토록 명백하게 저를 모욕하겠다는 의도를 품고, 자신의 의지와 이성과 심지어 인격까지 거스르면서 저를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는지 말이죠. 제가 예의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그 설명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저한테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다아시 씨도 아실 겁니다. 제가 당신에게 아무 반감이 없었다고 해도, 그냥 무심한 쪽이었다 해도, 아니 더 나아가 호감을 품고 있었다고 해도, 사랑하는 언니의 행복을 어쩌면 영원히 짓밟아놓은 사람을, 그 사람의 청혼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