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르의 다른 작품으로는 〈터키의 목욕탕 Le Bain truc〉이 있다. 이것 역시 하렘의 여인들을 다루고 있다. 당시 앵그르뿐 아니라 들라크루아 같은 화가들도 이국적인 동양(특히 터키, 중동)의 정서를 많이 담아서 이런 그림이 예외적인 것은 아닐 만큼 흔하지만 이 작품을 처음 볼 때 우선 특이하게 보이는 점은 그림이 둥글다는 것. 일부러 이렇게 그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 그림은 처음에는 평범한 사각형이었다. 그런데 그림이 완성되어 주문자인 나폴레옹의 조카인 나폴레옹 3세 부부에게 건네졌을 때 그 부인이 받기를 거부했다. 너무 야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현재 상태로도 당연히 그럴 만도 하지만 오른쪽 아래 끝부분 여인의 모습이 많이 잘려나간 걸 보면 아마 그녀가 너무 노골적으로 그려졌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래서 앵그르는 이 그림의 일부분을 잘라내야 했다. 그 후에도 비슷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국 현재의 둥근 그림의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원래 이런 원형의 그림을 톤도(Tondo)라고 하는데 예수의 가족을 그린 미켈란젤로의 작품 〈톤도 도니〉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성스러운 주제를 그릴 때 쓰는 기법이었다. 이 ‘성스러운 형식’ 속에 이런 ‘음란한 그림’이 그려진 건 얼마나 모순인지. ―루브르 미술관 중
세잔은 정물로 유명하지만 오랑주리에서 개인적으로 새로 발견한 작품들은 그의 초상화다. 그는 어머니나 부인, 아들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고 전문 모델은 거의 쓰지 않았다고 한다. 모델료를 지급할 돈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세잔의 고집과 괴팍스런 성격 때문에 모델과의 사이에 다툼이 많았기 때문이다. (중략) 그의 초상화 모델이 가장 많이 되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그의 부인이다. 언뜻 생각해서는 그가 부인과 금실이 좋았던 것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두 사람은 부부로 살면서 서로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냈다고 한다. 말이 없어도 눈빛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이였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오랑주리 미술관 중
이제 미술관 안으로 들어간다. 조금 들어가자 유명한 〈키스 Le baiser〉가 나온다. 대리석의 여자는 남자의 목에 팔을 두르고 남자는 여자의 엉덩이에 손을 얹었다. 그들은 입술만이 아닌 온몸으로 키스를 한다. 두 사람의 입술이 닿는 곳에 보이는 여자의 턱 선이 관능적이다. 사실 이 작품은 원래 작품 〈지옥의 문〉에 들어갈 여러 조각의 일부로 만들어졌다. 이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을 왜 지옥의 장면의 일부로 사용하려고 했는가 하면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사실 부도덕한 애정 관계인 간통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에 금지된 사랑을 한 이들 연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13세기 이탈리아에 살던 시동생 파올로와 형수 프란체스카의 불륜은 결국 형에게 발각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묘사한 이 작품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어쩌면 금지된 사랑이기에 더 슬프고 아름답게 보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