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앤 말이지, 기대란 말을 너무 가볍게 써.” “......상관없지 않아? ‘기대’가 무슨 금기어인 것도 아니고.” 나는 오른손 검지를 쳐들고 두세 번 좌우로 흔들었다. “저런, 저런, 그렇지 않아. 이게 제법 심오한 이야기거든. 축제가 무사히 끝난 기념으로 마야카한테도 가르쳐 주지.” “이거 봐, 후쿠.......” “자기한테 자신이 있을 땐 기대란 말을 쓰면 안 돼.” (중략) “뭐든 ‘국어사전에 따르면’ 하고 글을 시작하는 건 틀에 박힌 표현이라던데. 그럼 난 ‘국어사전에 어떻게 나와 있는지 모르지만’ 하고 시작할까. 국어사전에 어떻게 나와 있는지 모르지만, 마야카, 기대란 건 체념에서 나오는 말이야.” “.......” --- p.374
“시간이라든지 자금, 능력, 그런 면에서 못 미친다는 체념이 기대가 되는 거야. 넬슨이 전투를 앞두고 수기 신호로 영국은 제군이 의무를 다하기를 기대한다고 했을 때, 넬슨은 자기 혼자 프랑스한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 안 했어. 기대란 건 그럴 수밖에 없다, 어쩔 방법이 없다, 그런 게 없으면 영 거짓말 같아져. 다니는 나한테 기대 같은 거 하지 않았어. 자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소리를 해? 젊은 세대의 일본어 오용이 참 심각해. 국어 교육의 전환기야. 기대란 건 말이지, 예컨대.......” 마야카는 역시 훌륭하다. 잠자코 듣는가 싶더니, 어딘지 모르게 화난 듯한, 즉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예컨대 후쿠가 오레키한테 한 것 같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