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크게 외쳐!』로 제1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동안 지은 어린이 책으로는 『국경을 넘는 아이들』『도와 달라고 소리쳐!』『수상한 아파트』『수상한 학원』『나는 신라의 화랑이었어』『어느 날 목욕탕에서』『너랑 짝꿍하기 싫어!』『몸짱이 뭐라고』『할머니가 사라졌다』 등 100여 권이 있습니다. 청소년 책으로는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금연학교』『Mr. 박을 찾아주세요』가 있습니다.
“할미 생각인디, 암만해도 네가 그 뭣이냐, 음, 그려. 사춘기인가 뭔가 그거인 거 같어. 이마빡에 종기가 나는 것만 봐도 알겄어. 네 애비도 딱 네 나이에 이마빡에 그런 종기가 났고 그때부터 온갖 것에 다 참견하고 시비 걸고 사고 치고 말도 징그럽게 안 들었거덩.” “종기가 아니고 여드름.” 나는 이마를 매만지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려, 여드름.” “치, 아빠야 지금도 말 잘 듣는 편은 아니지.” 나는 부리나케 운동화를 신었다. 이 말은 안 하는 편이 좋을 뻔했다. 할머니는 아빠 말이 나오면 입에 바퀴가 달린 것처럼 끝도 없이 술술 말한다. 아마 말리지 않으면 2박 3일도 할 거다. “그렇지. 지금도 말을 안 듣지. 그게 열세 살 때부터인디 말이여…….” ---pp.13-14
“새로 나온 신제품 만두라는데 나는 저번 만두랑 신제품의 차이를 도통 모르겠어.” 조선간장이 이쑤시개를 들고 만두가 구워지길 기다리며 말했다. “원래 그래. 내가 마트에서 시식 음식을 먹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야.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신제품이라고 해서 맛이 달라지는 경우는 별로 없어. 그러니까 포장지의 변화를 신제품이라고 보면 되는 거지.” 내 말에 만두를 뒤집던 아줌마가 손을 멈췄다. 그러더니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 나를 바라봤다. 팔뚝에 소름이 오소소 돋을 만큼 차가운 눈빛. 여우도 울고 갈 정도였다. ---pp.23-26
“그런 게 아니라니까 아빠는 자꾸 왜 그러세요?” 조선간장이 발을 동동 구르며 울었다. “울지 마아.” 점례가 따라 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가슴 중간이 이상했다. 푹푹 쑤시는 것 같기도 하고 따끔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숨을 몰아쉬면 뜨거운 바람이 입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내가 무슨 용가리가 된 것도 아닌데 뜨거운 바람을 뿜어내다니.
이마에 빨간 여드름이 돋아나면서 주변 모든 게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한 열세 살 ‘풍호’. 방과 후 마트에서 시식 음식을 먹거나 새로 들어온 물건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일과다. 그러던 어느 날 풍호와 함께하는 단짝 ‘조선간장’이 도난 사건의 누명을 쓰면서 마트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는데……. 여드름처럼 곪아 버린 현실, 이에 맞서는 풍호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